2024년 일기장 54

걷사모 인천 월미도 나들이 (8/7)

이시영  여름비가 사납게 마당을 후려치고 있다 명아주 잎사귀에서 굴러떨어진 달팽이 한 마리가 전신에 서늘한 정신이 들 때까지 그것을 통뼈로 맞고 있다  오늘 걷사모 모임은 인천역에서 만나 둘레길을 걷는다고.수산나는 코로나에서 회복이 덜 되 최종 결석을 했고 7명이 만나 점심부터 먹고 시작한다고.차이나타운 초입의 복집에서 오늘은 복날이라 복지리와 간장게장으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음식이 담백하고 맛이 좋은데 우리가 먹은 음식 중 그중 비싸다.오늘 총무를 정숙샘이 하기로 했는데 카드를 안 들고 왔단다. 그래서 내가 한다고 했다.  오늘 더운 날씨가 다 걷지 않고 바다열차를 탄다고.열차 타는 곳 바로 앞 카페의 커피가 완전 착하다. 여기서 커피 들고 나와 바다열차 타러 가니 경로 우대가 있다.  기차는 2량인데..

2024년 일기장 2024.08.28

오카리나 페스티벌 (7/31)

신미나그대라는 자연 앞에서 내 사랑은 단순해요 금강에서 비원까지 차례로 수국이 켜지던 날도 홍수를 타고 불이 떠내려가는 여름 신 없는 신앙을 모시듯이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과즙을 파먹다 그 안에서 죽은 애벌레처럼 순진한 포만으로 돌이킬 수 없으니 계속 사랑일 수밖에요 죽어가며 슬은 알 끝으로부터 시작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오카리나 페스티벌이 있다고 한다.오전엔 경연을 하고 오후엔 연주가 있다는데 하루종일 있기엔 너무 힘들어 경희씨랑 4시쯤 만나 이른 저녁을 먹고 차 마시고 공연을 보기로 했다.조금 일찍 길을 나서서 인덕원까지 땀 안나게 걸으려니 힘들다.무사히 걷고 영등포구청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일찍 도착해 공연장에 가보니 아마추어 공연은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맡겨놓은..

2024년 일기장 2024.08.03

관악산 둘레길 (서울대~석수역, 7/20)

김효연 살 거도 아이맨서 와 자꾸 물어 쌌노 하기사 살 사람 거트면 이래 묻지도 안것제 씰데없이 이 염천에 댕기맹서 보리밥 한 그릇 묵고 일일이 답할라카이 내사 마 입에서 당내가 나거마 얼굴이 벌겋게 익은 노파 입이  좌판에 늘어진 갈치보다 더 날카로워진다 그럼 가격을 붙여 놓지예 글을 알아야 씨제 지나내나 씨지도 익지도 몬하는데 그람 또 아는 사람한테 실은 소리 해야 안하나 옆 좌판의 노파는 어린 갈치 대가리를 한꺼번에 자르며 그중 나은 건 밀가루 묻혀 굽고 나머진 졸이라며 칼 잡은 손이 연신 이마 땀을 훔친다 혀가 녹아내려도 두 할머니는 폭염을 모른다 절대 알 수가 없다 변두리 시장 노점상 옆으로 마을버스 혀를 빼고 올라온다 코스개관: 관악산역-호압사-석수역 (둘) 비 예보가 있어 둘레길로 가다.다행..

2024년 일기장 2024.08.03

할매 삼총사 박물관 나들이 (7/13)

정연복연인들의 사랑이 장미꽃이라면 벗들의 우정은 들꽃 같은 것 장미꽃은 눈부시지만 어느새 검게 퇴색하여도 들꽃은 볼품없어도 그 향기 은은하다 사랑의 맹세는 아스라이 물거품 되어도 우정의 언약은 길이길이 변함없는 것 사랑이 떠나 슬픔이 밀물지는 때에도 우정은 남아 말없이 생명을 보듬는다  심심이가 토욜 시간 되면 만나자고 해서 잡은 오늘.덥다고 박물관에서 만나자고.10시 이촌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가까운데서 만나면 자칫 늦는다.새벽형 인간 둘은 도착해 있는데 나는 동작대교 전철 안.부지런히 내려 박물관 지하 통로를 지나는데 할매 둘이 의자에 앉아 있다.아니 내 친구잖아? 이젠 누가 봐도 명실상부 할매다. 셋이니 삼총사라고 우겨본다.일단 박물관 뜨락 벤치에 앉아 숨 돌리고 산나리는 나에게는 커다란 호박을 심..

2024년 일기장 2024.07.14

걷사모와 춘천 나들이 (청평사, 7/12)

박인걸 연일 멈추지 않는 불볕더위는 강변 자갈을 갓 구워낸 고드랫돌로 만들고 쏟아지는 햇살은 흐르는 강물도 끓게 하겠다.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열기에 비릿한 물 냄새로 숨이 막히고 모래밭 위를 걸어가는 뙤약볕에 신발을 신지 못한 새들은 멀리 도망쳤다. 내 인생의 한 여름에는 응달이 없었다. 깊은 가슴에 태양 하나 묻어두고 오로지 뜨거운 열정 하나로 드넓은 광야를 질주했다. 불꽃같은 야망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불가능의 벽을 뚫고 사자 굴에도 들어갔다. 한 마리 붉은 곰이 되어 가파른 절벽을 밤낮없이 기어올랐고 남이 밟지 못한 땅에 나는 깃발을 꽂았다. 아직도 내 심장은 뜨겁게 고동치고 혈관에 흐르는 피는 식지 않았다. 다만 세월에 눌린 관절이 퇴행되어 시간을 따라가기 힘들 뿐이다. *고드랫돌: 발이나 돗자리 ..

2024년 일기장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