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장 54

친구 만나러 양평가기 (물소리길, 7/10)

이정록 안마당을 두드리고 소나기 지나가자 놀란 지렁이 몇 마리 서둘러 기어간다 방금 알을 낳은 암탉이 성큼성큼 뛰어와 지렁이를 삼키고선 연필 다듬듯 부리를 문지른다 천둥 번개에 비틀거리던 하늘이 그 부리 끝을 중심으로 수평을 잡는다 개구리 한 마리 안마당에 패대기친 수탉이 활개치며 울어 제끼자 울 밑 봉숭아며 물앵두 이파리가 빗방울을 내려놓는다 병아리들이 엄마 아빠 섞어 부르며 키질 위 메주콩처럼 몰려다닌다 모낸 무논의 물살이 파르라니 떨린다 온몸에 초록 침을 맞은 하늘이 파랗게 질려 있다 침 놓은 자리로 엄살엄살 구름 몇이 다가간다 개구리 똥꼬가 알 낳느라고 참 간지러웠겠다 암탉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논 쪽을 내다본다  고관절의 통증으로 산행을 당분간 자제해야 하는 산나리.오늘 물소리길 걸으러 오라 연락..

2024년 일기장 2024.07.14

친구와 월곡산~천장산 가기 (7/9)

이대준 낡은 스티로폼 화분을 이리저리 옮기시는 어머니 물을 주신다 지난 봄 어느 날 몇 포기 고추모와 함께 우리 집 마당에 터를 잡은 파프리카 세 그루 두 그루는 노랑 빨강 열매들 알찌건만 한 그루는 열매가 없다 열매 없는 녀석에게 한 바가지 물을 주시며 ‘서둘러 꽃을 피워야제’ 불편한 몸 사십이 넘도록 장가 못 든 막내를 보듯 연신 화분을 만지작거리는 어머니 못난 놈에게 함초롬 눈물을 주신다 코스개관: 월곡역 3번 출구-동덕여대 입구-오동공원-월곡산-월곡2동 주민센터-서울국유림관리소-천장산-kaist서울캠퍼스-정릉천-고려대역 (더웠지만 바람도 불던 날, 둘) 지난주 비때문에 못 간 낮은산 가기.난 1학기 마지막 출근을 하던날 1시반 월곡역에서 만나 동덕여대옆으로 올라가 오동공원으로 올라가니 무장애길이 ..

2024년 일기장 2024.07.14

아작산 광화문 모임 (6/29)

이병률미안하다고 구름을 올려다 보지 않으리라좋아, 라고 말하지도 않으리라그대를 데려다 주는 일그대의 미래를 나누는 일그 일에만 나를 사용하리라한 사람이 와서 나는 어렵지만두 평이라도 어디 땅을 사서당신의 뿌리를 담가야겠지만그것으로도 어려우리라꽃집을 지나면서도 어떻게 살지?좁은 골목에 앉아서도 어떻게 살지?요 며칠 혼자 하는 말은 이 말 뿐이지만당신으로 살아가리라힘주지 않으리라무엇이 비 되어 내리는 지도무엇으로 저 햇빛을 받아야 하는 지도 모르리라하지만 세상에는공기만으로도 살아가는공기난(空氣蘭)이라는 존재가 있음을 알았으니당신으로 살지는 않으리라물 없이흙도햇빛도 없이사람 없이나는 참 공기만으로 살아가리라   시모 생파하고 인덕원역까지 걸어가 전철 타고 시간 여유가 있어 서울역에서 내려 광화문까지 걷기.여기..

2024년 일기장 2024.06.30

걷사모와 태강릉 가기 (6/21)

로버트 브라우닝 한 해의 모든 숨결과 꽃은 벌꿀 한 봉지에 담겨있고 광산의 모든 경이로움과 풍요는 어느 보석의 중심에 박혀있고 바다의 온갖 빛과 그늘은 한 알의 진주 속에 맺혀있다 숨결과 꽃, 그늘과 빛, 놀라움과 풍요 그리고 -이것들보다 높은 곳에 있는-진실,  보석보다 더 빛나는 믿음,  진주보다 더 순수한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진실, 가장 순수한 믿음 -이 모든 것들이 한 소녀의 키스 속에 있었다 Summum Bonum  __Robert Browning(1812~1889) All the breath and the bloom of the year in the bag of one bee: All the wonder and wealth of the mine in the heart of one gem: I..

2024년 일기장 2024.06.21

타운하우스 집들이 (6/6)

박소란퇴근길에 상추를 산다 야채를 먹어보려고 좀 건강해지려고 슈퍼에서 한 봉지 천 오 백 원 회원 가입을 하고 포인트를 적립한다 남들처럼 잘 살아보려고 어떤 이는 화분에 상추를 기른다는데 아 예뻐라 정성으로 물을 주면서 때가 되면 그것을 솎아 먹겠지 상추를 먹으면 단잠에 들 수 있다는데 상추가 피를 맑게 한다는데 나는 건강해질 것인가 상추로 인해 행복해질 것인가 밥을 데운다 냉장고에서 묵은 쌈장을 끄집어낸다 상추가 포장된 비닐을 사정없이 찢는다 찢은 비닐을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치는 나는 행복해질 것인가 상추는 나를 사랑할 것인가  안양회 모임에서 충현형이 목공예를 해서 새집을 만든단다. 그러면서 새집 구경을 한번 가자고 한다.전원주택에 사는 로망이 있는 선분씨가 아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집이라고 해서 원래..

2024년 일기장 2024.06.07

물소리길도 걷고 친구네도 가고 (6/5)

신현림 떠도는 말이 부딪쳐 상처와 이별을 만들고 따뜻한 수증기로 스미면 마음의 키스가 되지 키스, 키스, 키스! 번역해서 뽀뽀는 얼마나 이쁜 말이니 삶이 아프지 않게 시원하게 말은 사려 깊은 타월이 돼야지 매순간 모든 이로부터 버려질 쓰레기까지 뽀뽀하는 마음으로 "네 일은 잘 될 거야 네 가슴은 봄 바다니까" 인사하는 바로 그것 삶이 꽃다발처럼 환한 시작이야  작년 자주 가던 양평 산나리네 집을 올해는 처음 가는 날.고관절이 아파 당분간 산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해 오늘은 물소리길 걷고 집으로 가자고.10시 아신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조금 늦었다.양평에 오니 이샘도 오랫만에 함께 걷게 된다.예전 아신역사의 갤러리를 잔차 타고 가다 지나친 곳인데 오늘은 기차 안 갤러리 전시를 보게 되는데 나름 분위기가..

2024년 일기장 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