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산악회 숨은벽을 찾아가기 (삼각산, 9/6) 내 젊은 방황들 추스려 시를 만들던 때와는 달리 키를 낮추고 옷자락 숨겨 스스로 외로움을 만든다 내 그림자 도려내어 인수봉 기슭에 주고 내 발짝 소리는 따로 모아 먼 데 바위뿌리로 심으려니 사람이 그리워지면 눈부신 슬픔 이마로 번뜩여서 그대 부르리라 - 이성부(58) '숨은 벽' 중 1. 모이는곳: 200.. 산행기/2008년 2008.09.08
절 왜 절을 하라고 하는가? 저의 가장 높은 머리를 불보살님의 가장 낮은 발아래 바치고 절하옵니다. 저의 가장 귀중한 목숨을 바쳐 절하옵니다(歸命頂禮). 만약 ‘나’를 높이는 아상을 버리고 절을 하여 하심(下心)을 할수 있는 사람이라면 진실로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을 낼 수 있게 되고 참된.. 퍼온글/기타등등 2008.09.05
알프스 사진-류,박샘 사진 ‘검은 타이어가 굴러 간다’ - 정끝별(1964~ ) 한 하늘을 떠메고 한 가족을 떠메고 한 몸을 떠메고 굴러 간다 길바닥에 제 속의 바람을 굴리면서 제 몸 깊이 길의 상처를 받아내며 굴러 간다 받아들이면서 나아가는 둥근 힘 돌아갈 길이 멀수록 더 빈 바람으로 제 속을 채운 한 떼의 검은 타이어들이 한.. 먼나라 이야기 2008.09.04
알프스 사진-류샘 사진 ‘되돌릴 수 없는 것들’ - 박정대(1965~ ) 나의 쓸쓸함엔 기원이 없다 너의 얼굴을 만지면 손에 하나 가득 가을이 만져지다 부서진다 쉽게 부서지는 사랑을 생이라고 부를 수 없어 나는 사랑보다 먼저 생보다 먼저 쓸쓸해진다 적막한, 적막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자를 본다 네 .. 먼나라 이야기 2008.09.04
알프스 사진보기-대장님사진 ‘격포’ - 고운기(1961~) 격포라 찾아왔네 십년 만이든가 소래사 단풍 곱기도 했는데 철없던 계집애들 여관집 밥 먹고 차 한 잔 마신다고 몰려갔던 다방 사람 드문 바닷가 거기 정담다방 나이 든 여자 하나 하품만 하고 있었지 십년 세월 깜박했네 어느새든가 소래사 단풍 아직 철 이른데 어디였는지 정.. 먼나라 이야기 2008.09.04
무주에서 (7.18~19)-박작가 사진으로 보기 ‘들풀들의 데모’- 류기봉(1965~ ) 이제 그 만! 멈추어 달라고, 들풀들이 일제히 흐느낀다. 오늘은 제초제를 뿌리지 않기로 했다. 포도밭에 하루 해가 저무는 노을이 번집니다. 저 멀리 앞산이 노을빛에 마지막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면 사는 것도 참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 포도밭은 젊은 .. 산행기/2008년 2008.09.03
여름 마무리 산행 (삼각산, 8/31) ‘요통(腰痛)을 위한 콘티’ - 채선(1957~ ) 밤사이 누군가에게 휘둘린 자리에 폐허 한 채 들어섰다. 그것의 실체는 꽃대가 주저앉는 마디 마디가 팽팽히 맞서다 소멸해 가는 풍경, 풍경이 진동하는 뜨거운 중심부. 부르르 ㅡ 떨리다 휘모리 같은 신음으로 일어서는 권능의 압박감이여. 몽상에서 독이 자.. 산행기/2008년 2008.08.31
狂雨病 환자? (8/29) ‘소나기’ -나희덕(1966~ ) 노인도 아기도 벌거벗었다 빗줄기만 걸쳐 입은 노인의 다리가 마른 수숫대처럼 여위었다 늘어진 성기, 주름진 사타구니 아래로 비는 힘없이 흘러내리고 오래 젖을 빨지 못한 아기의 눈이 흙비에 젖어 있다 옥수수가 익으려면 아직 멀었다 연길 들판, 소나기 속으로 늙은 자연..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8.30
관광하기 6 (파리~집으로) ‘여기서 보니’ - 오정국(1956~ ) 물결이 이층집 창문까지 차올랐습니다 난데없이 내 숨결이 턱밑까지 차오른 것 같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저 바닷가에 썰물이 지는 것일까요 물결이 차오르고 내려앉아도 수평선은 늘 저 자리에 있습니다 거기 당신이 앉아 있는 듯 당신이 이쪽을 쳐다보지 않으니 천수.. 먼나라 이야기 2008.08.30
관광하기 5 (프라하~독일) ‘종일토록’ - 남진우(1960~ ) 꽃게 한 마리 거품을 물고 꽃그늘 속으로 기어간다 꽃게 거품에 반짝이는 아침 바다 꽃게가 피워내는 꽃들이 바다를 덮는다 툭, 꽃 모가지가 떨어지고 투둑, 꽃게 다리가 부러진다 져 내리는 꽃잎 속에 꽃게 거품이 떠오르고 허공에 뜬 거품마다 반짝이는 아침 바다 꽃게 .. 먼나라 이야기 200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