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때문에.. (간월-신불산, 11/8) '장자님 말씀’ 부분 - 김용민(1957∼ ) 장자가 말했다던가 ‘복수하지 말라 강가에 앉아 한 십년쯤 기다리고 있으면 원수의 시체가 떠내려 오리라’. 어떤 경우는 1년도 안 되어 모조리 떠내려 오고 어떤 때는 몇 십 년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생의 내밀한 부분 하나는 예.. 산행기/2008년 2008.11.13
풀은 역시나 힘들어~ (중마를 뛰고, 11/2) ‘주소가 없다’ - 유안진(1941~ ) 주어에도 있지 않고 목적어에도 없다 행간에 떨어진 이삭 같은 낟알 같은, 떨군 채 흘린 줄도 모르는, 알면서도 주워담고 싶지 않은, 그런 홀대를 누리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틀에도 어떤 어휘에도 담기지 못하고, 어떤 문맥 어떤 꾸러미에도 꿰어지지 않는, 무존재로 존.. 산 이외.../마라톤 2008.11.03
이 가을 정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모락산, 10/26) ‘드라이아이스’ - 김경주(1976~ )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 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골목 끝 슈퍼마켓 냉장.. 산행기/2008년 2008.10.26
이 가을 정들다 비맞기 산행 (관악산, 10/25) ‘정육점’ -조동범(1970~ ) 죽음을 널어 식욕을 만드는 홍등의 냉장고 냉장고는 차고 부드러운, 선홍빛 죽음으로 가득하다 어둡고 좁은 우리에 갇혀 비육될 때까지 짐작이나 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식욕을 떠올렸을, 단 한 번도 초원을 담아보지 못한 가축의 눈망울은 눈석임물처럼 고요한 죽음을 담.. 산행기/2008년 2008.10.25
서락 계곡에서 단풍에 빠지다 (10/18~19) ‘샘’ -정진명 (1960∼ ) 내 마음 깊은 곳에 샘이 하나 있습니다. 날마다 퍼내어 쓰지만 마른 적이 없는 샘. 내가 쓰고도 남아 이웃들에게도 베풀고 때로 뭇짐승들에게도 나누어줍니다. 퍼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것은 물길이 당신에게 닿아 있는 까닭입니다. 나그네가 칡잎을 오그려 마른 목을 축이.. 산행기/2008년 2008.10.22
이 가을 정들기 산행 (삼각산, 10/18) ‘정동진 횟집’- 김이듬(1969~) 분이 다 풀릴 때까지 전처 딸을 팬 횟집 여자가 하품을 하며 손질한다. 바다는 전복 속을 뒤집어 놓고 입 큰 물고기의 딸꾹질로 연신 출렁댄다. 푸른 등을 돌린 다랑어 내장같이 우린 칼등으로 서로를 기억의 도마 밖으로 쓸어내고 싶은 거다. 자주 발라먹은 속살에 질려 .. 산행기/2008년 2008.10.22
사진으로 본 설악 (10/12) 잠자는 산/이생진 오늘은 산이 잠자는 아이같다 푸른 이불에 빨간 베개 내가 헛기침을 하며 지나도 깨지 않는다 누구하고 놀았기에 저렇게 피곤할까 산이 자고 있으니 내가 더 외로워 진다 -산악회에서 퍼 온 사진 추가합니다. 개구멍 바위 통과 한 순간과 점심먹은 자리에서의 단체 사진입니다. 산행기/2008년 2008.10.17
한산 청소년산악위원 알프스 원정기 공식보고서 (홍석원) 한국산악회 청소년위원회 알프스등반 보고서 Ⅰ. 원정개요 1. 원정대 명칭 2008 한국산악회 청소년위원회 알프스등반대 2. 대상지 가. 몽블랑 등반 (Mt. Mont Blanc 4,810m) 나. 마터호른 등반( Matter Horn 4,478m) 3. 원정기간 2008.7.26~2008.8.14 4. 등반루트 : Normal Route 5. 등반목적 가. 알프스 산군등반 및 정찰 나. 유럽 .. 산행기/2008년 2008.10.16
서락의 어금니를 밟아보다 (10/11~12) 백담사/이성선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 끝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별이 더 많이 돋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 산행기/2008년 2008.10.15
여산 사진으로 다시보기 (제천 프로젝트, 9/26~28) ‘가을의 노래’ 1부 ‘부분’ - 보들레르(1821∼1867) 우리 곧 싸늘한 어둠 속에 잠기리. 안녕, 너무도 짧았던 우리들 여름의 생생한 광휘여! 벌써 돌바닥 뜰 위에 장작더미 쏟아지는 소리 불길한 충격으로 울리는구나. … 장작 패는 소리마다 몸서리치며 귀 기울이니, 두들겨 세우는 사형대보다도 더 .. 산행기/2008년 2008.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