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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여행기 3 (보문호수 걷기, 4/25)

임영석 봄비가, 딱딱하게 굳어 있는 희망을 잡아당긴다 봄비가, 온몸 다 불태워 쏟아내는 눈물의 힘으로 희망을 잡아당기는 자욱마다 푸르름이 끌려나온다 사랑만 하다가 살겠다는 꽃들도 봄비가, 푸르름 잡아당기는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봄비에 젖어서 나머지 사랑을 무르익힌다 이 봄비, 얼마나 많은 사랑을 이겨냈을까 이 봄비, 중앙선 침범도 서슴없이 한다 이 봄비, 좌회전 금지도 지키지 않는다 이미 하늘에서 뛰어 내렸을 때 법 보다는 희망 하나 단단히 잡아당기겠다는 각오를 수없이 하고 뛰어 내렸을 것이다 버드나무, 그 봄비 따라 나뭇가지를 땅으로 늘어뜨리고 푸른 그네를 탄다 어제밤 영미 발에 물집이 크게 3개나 잡혀 응급처치 해줬다. 아침 영미는 오늘도 일찍 노트북 들고 나가고 예상대로 두 장학생이 영 안 일어난다..

경주여행기 2 (따로 또 같이 남산 도전기, 4/23)

박얼서 거실에서 월동을 견디던 화초들 쟈스민이 맨 먼저 새하얀 꽃향기를 터트리면 난향(蘭香)들 소리 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해에도 작년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그러다 문득 복수초 설중매 봄까치꽃이 SNS에 등장하면 봄은 바짝 다가온 셈이다 노오란 꽃 산수유가 피고, 생강나무가 어떻고 하면 봄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울안에 홍매화 산당화 백목련이 피고 라일락 꽃향기 담장을 넘나들면 봄은 이미 바람난 셈이다 민들레 수선화 유채꽃 꽃잔디 광대나물 별꽃 각시붓꽃 제비꽃 현호색 화들짝 신상을 공개해버린 저네들 마주치는 눈빛마다 봄날에 만취했다 어제 마주친 제비꽃과 얼레지꽃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면서 어느덧 만춘이라 여겼는데 오늘 또 다시 화단에 튤립이 피고, 모란이 벙글고 하긴, 계절이란 개화를 위한 꽃밭이었다 여름엔 ..

경주여행기 1 (동남산 맛보기, 4/22)

이시향 봄비 그치고 여름이 시작되려는지 이팝나무 꽃이 하얗고 소복하게 피었네 제사를 지내지 않아 동네 잔칫집에나 다녀오시면 한두 숟갈 얻어먹었던 흰 쌀밥 꽁보리밥만 먹던 시절 도시락 밥 위에만 솔솔 뿌려주셨던 향긋한 맛 풍성한 꽃을 보며 올해는 풍년 들어 실컷 먹게 해주시겠다던 어머니. 경주 남산이 좋다고 하니 송죽이 안 그래도 버킷 리스트에 있는 산이라고 가자고 한다. 다들 백수가 되었으니 이왕이면 진달래 좋을때 가자고 해 4월2주에 가기로 했는데 부활절과 겹친지라 한주 미루자고 했고 그날은 당나귀 산행이라 미룬 김에 4주에 가기로 했다. 수욜 꼭 집에 있어야 한다고 해 일~화로 날을 잡으니 일욜 경로 티켓 대신 동반석 20% 할인석으로 예약을 했다고. 숙소는 내가 더K 호텔 온돌방으로 2박 예약을 했..

관악산 짧게 가기 (4/22)

이병률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봄날이 이렇습니다, 어지럽습니다 천지사방 마음 날리느라 봄날이 나비처럼 가볍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 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 그런 날 제물처럼 놓였다가 재처럼 내려앉으리라 햇살에 목숨을 내놓습니다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코스개관: 정부과천청사역 11번 출구-과천향교-용마능선-연주대3거리 (559봉)-마당바위-관음사 국기봉-관음사 입구-사당역 (둘, 산행하기 좋은 날) 오늘도 장공주와 둘만 산에 오게 되었다. 평일 시간이 안 맞아 모처럼 토욜..

꽃구경의 완결판 2 (파도리/공세리 성당, 4/20)

정끝별 산안개가 높아지니 벌레가 날아들었다 어치가 자주 울었고 나도 잠시 울었다 빛 짙고 소리 높고 기척 멀어졌다 질 것들 가고 날 것들 오면 잊히기도 하겠다 발 달린 것들 귀가 쫑긋해지고 발놀림도 분주해져 바깥 기웃대겠다 밥그릇에 밥풀도 잘 달라붙고 꽃가루에 묻어온 천식도 거풍되겠다 계절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간다 오는 서쪽 비에 가슴이 먼저 젖었으니 가는 동쪽 비에는 등이 먼저 마르겠다 저물녘이 자주 붉고 달무리도 넓어졌다 이제 젖은 발로 마른 길 갈 수 있겠다 -새벽 산책 하늘이 몸살에 걸려 고민하다 이번 여행에 동행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약기운인지 잠을 잘 잤다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해는 진작 뜬것 같다. 이른 아침 수목원 한바퀴 돌아봐야 할것 같다. 하늘도 같이 동행 한다고 해 눈꼽도 떼..

철사모 생파 여행 1 (천리포 수목원, 4/19~20)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행담도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늘 이맘 때면 천리포 수목원을 왔었다. 여행기 쓰며 옛날 일기장을 더듬어 보니 2014.4.26~27 회원의 날부터 내리 3년 참석을 했었다. 이때만 해도 현직도 있고..

문화생활 하기 (전시회, 봉은사, 4/17)

강연호 멜로드라마는 눈물을 쥐어짠다 멜로드라마는 손수건을 적신다 비웃지 마라 멜로드라마가 슬프다면 그건 우리 삶이 슬프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가 통속적이라면 그건 우리 삶이 통속적이기 때문이다 보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만이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있지 않느냐 적어도 그들 만큼은 겪어봐야 안다 삶을 연습하고 싶다면 우리는 멜로드라마에 기댈 수밖에 없다 거룩한 멜로드라마 위대한 멜로드라마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마이 아트 뮤지엄) 영화 같이보는 친구들. 헌데 요즘 영화표 나온다는 소식이 없다. 누가 먼저 연락하나 했더니 옥경이가 먼저 연락이 왔다. 백수라며 뭐 하고 노냐고.... 전시회 같은거 보자는 명희, 옥경이가 추천해 이 전시회를 보기로 했다. 11시 도슨트 설명회가 있다고 해 이왕이면 설명도 들..

수리산 (4/16)

강계순 참혹하게 쓰러졌던 나뭇잎 위에 색색이 천을 놓아 하나씩 하나씩 궁핍의 겨울을 꿰매는 손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만유의 어깨 위에 내려 빈혈의 혈관을 채워주고 서릿발 같던 하늘 비단 안개로 닦아내어 천지에는 자근자근 땅 밟으며 일어서는 병후의 시력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천년을 다시 살아나서 죽은 혼 불러내어 일으켜 세워 주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다시 보는 약손 코스개관: 병목안 시민공원-수암봉-부대옆봉-꼬깔봉-슬기봉-태을봉-관모봉-명학역 심심이와 둘레길을 걷기로 했는데 딸 생파라 못 온다고. 그냥 지나자니 아깝다. 오랫만에 수리산을 점심 다 되 출발. 수리산역에서 철쭉을 볼까 했지만 그럼 반쪽만 산행해야 할것 같다. 해가 긴지라 12시 넘게 출발했지만 무사히 관모봉까지 찍고..

둘레길 스탬프도 찍고 칼바위도 넘고 (북한산, 4/14)

이병률 떨어지는 꽃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냈다 순간 순간 나는 이 말들을 밤새워 외우고 또 녹음하였다 소리를 누르는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 받침이 순간을 받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새벽에 나는 걸어 어느 절벽에 도착하여 그 순간순간의 ㄴ들이 당도할 곳은 있는지 절벽 저 아래를 향해 물었다 이번 생은 걸을 만하였고 파도도 참을 만은 하였으니 태어나면 아찔한 흰분홍으로나 태어나겠구나 그렇다면 절벽의 어느 한 경사에서라면 어떨지 그리하여 내가 떨어질 때는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이어 붙여 이런 소리를 내며 순간들 순간들 아주 아주 먼 길을 오래 오래 그리고 교교히 떨어졌으면 코스개관: 북한산 둘레길 명상길 입구-형제봉-대성문-보국문-칼바위 능선-문필봉-범골 약수터-삼성암-빨래골 입구-북한산 둘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