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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넘어 둘레길 완주증 받기 (3/10)

봄 바람난 년들/권나현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 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 년들 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 워쩔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 한 낮짝 이라도 귀경할..

9. 요르단에서 집으로 (2/22~23)

최문자 하루 잘 살기란 힘들지요 하루는 하루살이의 전 생애지요 하루살이에게 시한부로 걸린 하루는 사실 하루가 아니지요 사랑하고 꿈꾸고 아이 낳고 투병까지 하는 사람들의 생애지요 삶의 시간은 배고팠지만 하루만 살고도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고 삶을 구걸하지 않는 하루살이 바둥거리지 않고 내리꽂히는 가파른 죽음을 보셨는지요 사람들에게는 없는 하루지요 오늘은 저녁 9시 비행기다. 저녁은 기내식이다. 자연 오늘 일정은 어떻게 하면 공항에 천천히 가나가 숙제가 되었다.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 뛰듯 다니던 관광이 오늘은 출발이 11시. 모닝콜도 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팀을 위해 식사를 8시 넘어 해 달라는 요청. 느지막히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식당에 가 아침을 먹었다. 눈치껏 늦은 저녁 대신 먹을 음식..

먼나라 이야기 2023.03.09

8. 아, 페트라 (2/21)

이시영 이 밤 깊은 산 어느 골짜구니에선 어둑한 곰이 앞발을 공순히 모두고 앉아 제 새끼의 어리고 부산스런 등을 이윽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겠다 요르단이 영국의 통치를 받다 입헌군주제로 독립했다고 한다. 관광지 입장료가 어마어마하게 비싼데 대부분 왕족에게 돌아간다는 가이드. 오늘 페트라 가는 길이 멀고 출근길 막히기 전에 가야 한다고 일찍 출발. 아침 먹고 출발 하는데 버스 운행 중 일어서면 갈비뼈 부러진다며 시내 나갈 때 까지는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페트라 가는길 첫번째 쉬는 곳은 화장실도 들릴 겸 쉬는 곳인데 차도 팔고 화장실은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나름 독특하고 내려다보는 경치가 그만이다. 우리도 내려서 사진 찍고 출발. 두번째 쉬는 곳도 기념품 가게인데 좀 좋아 보이는건 가격..

먼나라 이야기 2023.03.09

7. 갈릴리에서 요르단으로 (2/20)

이영광 안경을 잊어버리고 출근하였다 집으로 돌아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간밤 취해서 부딪혔던 골목 귀퉁이가 각(角)을 잃고 편안히 졸고 있는 걸 보고 발길을 돌렸다 길이 뿌옇게 흐렸으므로 무단횡단도 하지 않았다 나의 약시가 담 모서리의 적의를 용서한 덕분일까 새학기 들어 처음 흡족하게 강의를 마쳤다 미운 놈 고운 놈 제각각이던 학생들도 모두 둥글둥글 예뻐 보이고 오늘 따라 귀를 쫑긋 세우고 열중하는 것 같았다 담배를 피워 물고 창 밖을 내다보니 황사 며칠, 서울도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흐릿해진 풍경 어딘가에 봄 내음이 스며 조용조용 연둣빛으로 옮겨내는 중이다 나는 세상을 너무 자세히 보려 했던 모양이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어딘가로 번져가는 중이기에 수묵 같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기에 안경 도수가 높아갈수록..

먼나라 이야기 2023.03.09

6. 예루살렘에서 갈릴리로...(2/19)

정건우 아내가 잠든 사이 설거지를 해본다 덩그런 개수대 한중간에 양푼 냄비 바닥부터 층층이 쌓인 식기들 간장 종지는 밥그릇 안으로 파고들고 밥그릇은 국그릇 위에 얹히며 젓가락은 쭈뼛하게 돛대로 꽂힌 채 난파선처럼 기울어 있는 우리 살림밑천들 큰 것은 작은 것을 보듬어 안고 켜켜이 속을 채운 오지랖 질서 해무(海霧) 같은 세제의 거품으로 오염된 생활의 부속을 씻긴다 화단이 내려다보이는 창문 안쪽에 바다가 있었다니 아내는 끼니 후에 난파되는 배의 키를 거두어 해신제를 지내듯 하루 꼭 세 번 이것들을 닦아 진설했구나 수없이 바다에 손을 담그고 절했겠구나 엔진처럼 따뜻한 밥이 식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젖은 손을 갑문처럼 여닫아 묵은 바다를 비우고 새 바다를 담으려 하였겠구나 오늘은 일요일이다. 호텔에서 장소를 빌..

먼나라 이야기 2023.03.09

5. 베들레햄, 예루살렘 (2/18)

이상국 늦은 사랑이 내게로 왔다 가장 늦은 사랑이 첫사랑이다 봄여름가을 꽃시절 다 놓치고 언 땅 위에서 나는 붉어졌다 누구는 나를 가리켜 봄이라 하지만 꽃물을 길어올린 건 겨울이다 인색한 몇 올의 빛을 붙들어 온몸을 태운 한 그리움의 실성(失性)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는가 지금 그리워해도 되는가 너는 묻지 않았으니 스스로 터져 봄날이 되는 사랑아 아직 얼어붙은 하늘에 뾰루퉁 입 내민 붉은 키스 가장 이른 사랑이 내게로 왔다 오늘은 짐을 싸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그리고 관광도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나 저녁에 여유가 있다는 것. 문제는 안식일이라 트램도 저녁 9시가 넘어야 다닌다던가? 아무튼 오늘 박자매가 빛의 속도로 맨 뒺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뒷자리에서 맨 먼저 내리는걸 본 사람들이 자꾸 노린다. 우린 ..

먼나라 이야기 2023.03.08

철사모와 청와대 관람하기 (3/8)

이향아 모여 앉아 함께 모의해 보자 우리들의 이마는 야광의 작은 이정표같이 침몰할 듯 침몰할 듯 외로움을 켜들고 핏줄을 조여 기름을 짜듯 비좁게 다가앉은 정의 울타리 문밖엔 광장이 없어도 괜찮다 여기가 우리들의 최후 장소라 할지라도 찻집엔 슬픈 삶을 적시는 안개로 자욱하고 음악은 끈끈한 이슬비같이 전염병같이 옮겨 붙는다 찻잔에서 김이 오르듯 둘러앉은 우리들이 기운이 쇠하도록 뿜어내는 빛 이미 우리는 아무데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피차 기진맥진하였다 우리도 청와대 한번 가보자는 회장님 말을 염두에 둔 여산이 예약했다고 문자가 왔다. 개인이 6명까지여서인지 남의편이 빠졌다. 같이 가자고 해 혼자 따로 예약을 했고 10시에 경복궁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회장님 갑자기 화장실 들리느라 10분 늦는다고. 오래..

4. 사해에서 예루살렘으로.. (2/17)

김은 머리 위로 보라색 중국영화가 책장을 펴고 날아다녔어 수만 권의 이생과 저생을 알고 있다는 나의 무간도 당신의 요술처럼 장풍은 변함없이 구름을 퉁기고 휘날리는 도포는 하늘에 핏빛 다섯 손가락 수를 놓지 폭포물로 잡아내린 천년여우의 머리카락은 도도하고 불로초와 키스한 앵두빛 입술은 팽팽한 힘줄이 가득해 천도복숭아 가득 열린 벼랑의 그 끝에서 나는 이별하고 당신은 너무 향기롭지 않은 마른 바람을 맞지 찢어져도 불러낼 수 없는, 이미 금이 가버린 재생화면 산산이 부서진 검개의 수만 년 전 밤빛이었어 그런 당신을 주워담고 뒤돌아서던 우물 속 달 그림자 쌍검이 실종된 신선나비와 어깨가 실종된 상사구렁이 끈적끈적하게 묻은 당신과 나의 시큼하고 오랜 이야기들 내 백발 위로 방금 항우의 마지막 검이 날아갔어 바위로..

먼나라 이야기 2023.03.08

3. 시나이산 등반 후 이스라엘로 (2/16)

이시영 이 밤 깊은 산 어느 골짜구니에선 어둑한 곰이 앞발을 공순히 모두고 앉아 제 새끼의 어리고 부산스런 등을 이윽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겠다 성지순례에서 산행이 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산이라던가? 아무튼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출발해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거라는데 다들 산행이 가능한가? 등산 욕심이 있어 등산복, 등산화, 스틱에 모자, 장갑, 버프를 챙겼고 간식으로 양갱도 넣었고 심심이와 경민이가 좀 염려가 되 파워젤 2개를 챙겼다. 2시 기상해 3시 다 되 등산로 입구 도착. 나와 송죽은 쌍스틱을 챙겼는데 다른 친구들은 호텔 상가에서 한개씩 빌렸다. 오늘 산행에 현지인이 가이드 하는데 이 사람을 추월하면 안되고 가다 힘든 사람은 불 피워놓은 가게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중간 화장실도 있긴 있다..

먼나라 이야기 2023.03.07

2. 성지순례인지 사진 순례인지... (카이로~시나이, 2/15)

이기철 오늘 저 나직한 지붕 아래서 코와 눈매가 닮은 식구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은 얼마나 따뜻한가 늘 만져서 반짝이는 찻잔, 잘 닦은 마룻바닥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소리 내는 창문 안에서 이제 스무 해를 함께 산 부부가 식탁에 앉아 안나 카레리나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가 긴 휘파람으로 불어왔는지, 커튼 안까지 달려온 별빛으로 이마까지 덮은 아들의 머리카락 수를 헬 수 있는 밤은 얼마나 아늑한가 시금치와 배추 반 단의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전화번호를 마음으로 외는 시간이란 얼마나 넉넉한가 흙이 묻어도 정겨운, 함께 놓이면 그것이 곧 가족이고 식구인 네 켤레의 신발 2일 만에 씻고 누워 잠을 잤고 날은 풀려 얇은 옷으로 바꾸어 입어야 하는 날이 되었다. 어제 했어야 ..

먼나라 이야기 2023.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