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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둘레길 걷기 (석수역-관악산 일주문, 6/11)

이정록 안마당을 두드리고 소나기 지나가자 놀란 지렁이 몇 마리 서둘러 기어간다 방금 알을 낳은 암탉이 성큼성큼 뛰어와 지렁이를 삼키고선 연필 다듬듯 부리를 문지른다 천둥 번개에 비틀거리던 하늘이 그 부리 끝을 중심으로 수평을 잡는다 개구리 한 마리 안마당에 패대기친 수탉이 활개치며 울어 제끼자 울 밑 봉숭아며 물앵두 이파리가 빗방울을 내려놓는다 병아리들이 엄마 아빠 섞어 부르며 키질 위 메주콩처럼 몰려다닌다 모낸 무논의 물살이 파르라니 떨린다 온몸에 초록 침을 맞은 하늘이 파랗게 질려 있다 침 놓은 자리로 엄살엄살 구름 몇이 다가간다 개구리 똥꼬가 알 낳느라고 참 간지러웠겠다 암탉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논 쪽을 내다본다 코스개관: 석수역-서울둘레길-호압사-관악산 일주문 (비 예보가 있었으나 비는 오지 않고..

대모-구룡산 가기 (6/6)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코스개관: 수서역 6번 출구-대모산-구룡산-코트라-염곡4거리 (셋, 바람불어 좋은 날) 오랫만에 산나리, 심심이와 날을 맞췄다. 제일 먼 산나리가 수서역에서 만나자고 해 대모-구룡을 가기로 했다. 10시 만나기로 했는데 12시 내려와 점심 먹자는 심심이. 12시에 내려..

주흘산 원점회귀 산행 (6/4)

김용택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 향기 스칩니다 뒤를 돌아다봅니다 꽃도 그대도 없습니다 혼자 웃습니다 코스개관: 문경 새재 주차장-1관문(주흘관)-여궁폭포-혜국사-대궐터-주봉-영봉-꽃밭서들-2관문(조곡관)-kbs촬영장-1관문-주차장 (바람 불어 좋은날, 당나귀 6명) 6월 첫주 산행도 나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주흘산을 간다고. 총무님 차를 타고 7시 5명이 만나 회장님 만나러 출발 하는데 총무님이 독감 이후 귀에 이상이 생겨 항생제를 2주째 먹고 있는데 카톡에는 용인에서 회장님을 만난다고 해 놓고 막상 만나는 곳은 이천이라나? 회장님과 확인전화 후 출발하는데 오늘도 지난번처럼 고속도로를 잘못 타 과천까지 갔다 되집어 오느라 회장님을 기다리게 했다. 아무튼 무사히 만나 오늘 승차는 경로, 비경로 셋씩 타고 가..

하늘과 아차산 가기 (6/3)

범황순 오늘의 주인공은 참치이고요 늘씬한 몸매 뽐내는 주홍 당근과 호박 흰 피부 자랑하는 예쁜 감자와 비가 와도 걱정 없는 버섯 녀석과 잘 생긴 양파와 유단자 마늘과 노란 카레비 뿌려 색칠하자 마지막으로 손가락 걸고 실눈 참기름 쭉쭉 뿌려주면 우리 얼굴 환한 모습 하회탈 된다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아차산 정상-깔딱고개-사가정역 (바람 불어 좋은 날, 둘) 장공주가 산행 약속을 계속 지키지 못한다. 하늘은 운동을 해 북경 여행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그래서 둘이 만나 낮은 산으로..... 광나루역에서 만나 스탬프 찍고 올라가는데 지난번에는 안산에 사람이 그렇게 많더니 오늘은 또 아차산으로 다 왔나? 우리가 산에 오는거 소문 났나? 한바탕 웃고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늦지도 않게 잠깐 잠깐..

초파일 안산 둘레길 걷기 (5/27)

최준표 내가 가는 길은 늘 혼자라는 생각을 했다 걷고 또 걸어도 멀고 먼 끝없는 지평선이라 생각했다 무심코 걸어온 길 가늠해보니 패 많은 길을 지나왔다 바람 부는 날 비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혼자 걸었던 날은 없었다 하늘이 함께 걸어주고 바람이 뒤에서 밀어주고 친구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코스개관: 독립문역 5번 출구-안산 둘레길-봉원사 (셋, 조금 내리던 비가 제대로 비가 됨) 오늘 원래 장공주와 산에 가기로 한 날인데 사정상 5월은 못 간단다. 하늘은 그래도 운동을 한 덕분에 북경에서 다니면서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하늘과 안산 둘레길 걷고 초파일이라 이왕이면 절도 보기로 했다. 10시 독립문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조금 늦는다. 하늘 전화가 왔다. 일찍 도착했는데 사람이 겁나 많아 여길 가야 하냐고. ..

리움에서 안암동으로 (5/25)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5월 독서모임 장소를 정하다 신문에서 본 조선백자전도 보면 어떠냐고 하니 좋다고 한다. 헌데 5.28에 전시가 끝난다고 하니 하늘이 중국에서 일찍 오면 된다고 해 오늘 11시 관람 예약을 했다. 어제에 이어 리움에 출근하게 되었다. 은샘이 제일 먼저 도착했고 하늘도 곧 와서 짐 맡기고 수신기 빌려 시간이 조금 이른데도 입장을 시켜준다. 전시장에는 예상대로 사람도 많고 작품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사방으로 볼 수 있게 작품을 전시한건 좋은데 볼때는 다소 산만하고 수신기랑 맞춰 듣기가 힘이 들었다. 아무튼 이런 국보급..

리움 (마우리치오 카멜란전) (5/24)

목필균 아파트 울타리에 장미보다 쥐똥나무가 먼저 눈 비비고 따가운 햇살로 하얀 싸레기 같은 꽃도 먼저 피우지 쥐똥나무 꽃은 더러운 냄새가 날 것 같다고 아닌데 인천 어느 도로변엔 쥐똥나무를 심어놓고 꽃이 필 때 향기를 맡아보라는 현수막도 걸려있더군 장미는 이름만으로도 화려해 예쁜 드레스를 입고 길가에 서있는 것 같아 무심한 사람들 눈길도 모으지 투박한 이름으로 살아가는 나는 장미보다 쥐똥나무가 더 정이 가네 강인한 마음이라는 꽃말처럼 소리 없는 향기로 빼곡하게 울타리를 만들고 쥐똥 같은 열매로 가을을 만들어서일까 장공주 전화를 받았다. 리사가 리움 미술관 전시회 2시 예약을 했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그날은 병원 가는 날이라 손주 안 보는 날이라고... 약속도 없고 내일도 리움을 가긴 하지만 내일 전시회..

100대 명산 공작산 가기 (수타사-공작골, 5/21)

임인규 어릴 적 꿈꾸던 아프리카 그곳엔 언제나 풍성한 바나나 숲이 있었습니다. 노랗게 주렁주렁 풍성한 바나나 잘사는 친구 놈 집에서 꿈에 떡 얻어먹듯 우연찮게 처음 맛본 그 맛 달콤함과 이국적 향취여! 첫사랑 그녀가 좋아한 그 달콤한 유혹에 번번이 줄어드는 용돈 그녀의 우유는 바나나 우유 이제는 흔해진 바나나 마트에나 시장에나 지천으로 넘쳐나는 노란 그 바나나 어쩌나 흔하게 사온 바나나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아프리카 밀림 숲도 없고 첫사랑도 퇴색되었지만 바나나 과육만 잘라서 냉장고에 얼린 천하일미 얼음과자 입속에서 느끼는 행복한 사랑 코스개관: 수타사 주차장-약수봉-수리봉-공작산-공작골 (바람불어 좋은 날, 당나귀 6명) 가고싶은 산을 올리면 적극 반영한다고 한다. 혹시나 해 100대 명산 중 못 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