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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에 들다 1 (7/19~20)

함민복 구름의 주차장에서 구름을 기다렸네 구름은 오다 구름을 버리고 흩어졌네 눈알을 달래 마음을 풀었네 눈알과 마음을 믿은 죄로 세월은 가고 나는 늙어 구름에서 멀어지고 있네 나는 나를 타고 움직이고 있었네 코스개관: 동서울 23:00 성삼재 심야버스-성삼재-노고단-노고단 정상-노루목-반야봉-삼도봉-화개재-토끼봉-연하천-벽소령 (1박)-선비샘-세석-촛대봉-장터목-제석봉-천왕봉-법계사-로타리-순두류 (첫날은 새벽 비가 내리다 그치고 희뿌연 날씨, 둘쨋날은 화창한 날, 둘) 2020년 2월 퇴직 기념 선물로 지리산 종주를 하다 연하천에서 비때문에 음정으로 하산 해 종주는 미완으로 남았다. 헌데 코로나로 대피소가 폐쇄되어 종주는 커녕 반주도 꿈도 못 꾸었다. 작년 가을 아쉬운대로 무박 천왕봉을 다녀오긴 했다...

아작산과 수락산 짧게 가기 (7/21)

고은영 꽃 자주빛 기억의 창에서 앞니 빠진 할머니 히죽 웃으시네 알아요 할머니도 자운영 꽃같이 화사했다는 거 코스개관: 수락산역 3번 출구-노원골 능선길-용굴암-노원골 계곡길-수락산역 (아작산 4명, 안개비가 간간히 내리고 바람불어 좋은 날) 강북에 사는 영미가 수락산 좋다고 오라고 해서 잡은 날이다. 밤에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도 비가 오는데 취소 한다는 말이 없다. 다들 원주, 양평 등 멀리서 오는데... 아침 영미가 비가 오니 데크길로 가자고 연락이 와 가긴 가나보다 했다. 지리산 갔다 어제 온지라 또 나가냐고 혀 차는 소리를 뒤로 하고 11시 수락산역에서 산나리 만나고 송죽을 만나 영미 만나 산행 시작. 비는 다행히 소강상태고 이런 날씨에 산에 가면 좋을것 같아 산에 가자고 했다. 노원골로는 처음 ..

바람불어 좋은날 팔공기맥 가기 (시루봉헬기장-팔공산-한티재, 7/17)

이시환 나는 보았네. 나는 보았네. 돌연, 바람이 불어와 키 큰 대나무들이 휘어 저 달을 가려도 나는 보았네. 나는 보았네. 커다란 대나무가 부러질 듯 휘어도 깊은 대숲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음을. 네 푸르름 싱그러움 앞에서 네 고요 네 적막 속에서 나는 한낱 깃털처럼 가벼이 들어 올려지는 것을. 코스개관: 시루봉 헬기장-팔공산 비로봉-오도재-서봉-칼날능선-가마바위봉-마당재-파계봉-파계재-삼갈래봉-한티재 (9:30~17:30, 바람이 도와주던 날, 7명) 진짜 백만년 만에 까멜이 드디어 출석. 모처럼 완전체가 되어 7명이 타고 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지난번 출발 지점인 시루봉 헬기장에 올라가는데 피서객이 많다. 아래쪽 계곡이 좋은가 보다. 차 타고 하늘정원까지 가자는 주장과 오늘 산행도 짧은데 등산로로 가..

초복 날 우면산 가기 (7/16)

김한기 자다깨다 깨다자다 깨다자다 바위 틈 추운 이불 속에서 검은 밤 내내 잠을 뒤척이다 문득 눈을 뜨니 긴밤 지나 드디어 날이 어둑어둑 밝아온다 산새 소리로 일어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계곡으로 세수하러 가면 물 속에 피래미들이 놀고 물 위로 잠자리들이 떼지어 난다 물가 평평한 바위 위에 담요를 깔아 다리 틀고 허리 세워 명상 속으로 들어가면 어느덧 해가 산 위로 올라와서 옆 나무와 내 앉은 그림자가 앞으로 길게 그림진다 코스개관: 사당역 2번 출구-남태령 정상-소망탑-양재시민의 숲 (간간히 바람불던 더운 날, 다섯) 윤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1일 3산 하기 (모락-백운-바라산, 7/10)

박재동 나무그늘에 앉아 쉬어본다 어린 시절 아이들과 뛰놀던 나무그늘 햇빛이 가리고 잠시 눈을 감으면 멀리서 들려오는 친구들과 놀던 소리 다시 눈을 떠보면 주위에 아무 사람도 찾을 수 없고 어쩌다 수십 년 지나도록 이 나무만 남았는지 나무에게 물어보면 그저 이파리만 하늘하늘 팔랑거리고 이제 이 나무만 없어지면 어린 시절 추억도 사라지는 것인가 삶이란 이렇게 허무한 것인가 나무는 그냥 쉬어가라며 언제라도 외로우면 나를 찾아오라며 아무 대답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섰을 뿐 코스개관: 모락중-모락산 정상-절터 약수터-백운동산-백운산-고분재-바라산-맑은숲 공원 (10:30~17:30, 바람도 거의 불지 않은 더운날, 셋) 오늘 모락-백운산을 염두에 두고 범계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간식으로 유부초밥을 쌌는데 아침 리..

거꾸로 진행한 팔공기맥 (시루봉-갑령재, 7/3)

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비 사륵사륵 소담한 산수국 등허리 적시고, 푸른빛 밟고 넘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빛으로 물들고 물봉선 연둣빛 웃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시절, 밭둑가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노란 민들레 꽃술에 새벽 별이 흐르면 또르르 영롱한 물방울이 그리움으로 속삭이고, 구름을 물고 흐르는 샛강 낯익은 징검다리 반질반질한 디딤자국마다 유장(悠長)한 세월이 눌러앉아 등 시린 추억을 다독이고 그제야 애환의 보랏빛 세월 피워 올리는 칠월의 꽃창포! 코스개관: 시루봉헬기장(845m) - 시루봉 - 501.3m - 자주고개 - 335.9m - 사기점고개(205m) - 갑령재 (9:30~17:10, 무덥던 날. 6명) 6월 3주 산행은 ..

slow slow long long (관악산, 7/2)

오규원 아침에는 비가 왔었다 마른번개가 몇 번 치고 아이가 하나 가고 그리고 사방에서 오후가 왔었다 돌풍이 한 번 불고 다시 한 번 불고 아이가 간 그 길로 젖은 옷을 입고 여자가 갔다 코스개관: 관악산역 1번 출구-계곡-정상-관악문-사당역 (10:30~17: 25, 시계는 좋았지만 무지 더웠던 날. 다섯이 올라가 한명 과천으로 넷은 사당으로 하산) 비가 많이 내린후라 계곡을 낀 산을 가려 하니 새로 개통된 관악산역에서 만나 오랫만에 서울대입구에서 정상을 가면 될것 같았다. 10시 만나기로 했고 난 버스타고 일찌감치 도착했는데 전철 때문에 진짜 사람들이 많았다. 카페팀, 대학동문, 맹인 안내산행 등 남녀노소가 없다. 이 중 대부분은 둘레길로 가겠지? 리사 사당역인줄 알다 부랴부랴 오느라 정시에 겨우 도착..

번개로 雨중 3산 가기 (6/29)

김수우 표시나지 않게 웃는다. 복숭뼈에 튀는 빗방울. 우산을 접었다. 꽃이 두근거린다. 아니 두근대는 건 꽃을 안은 가슴, 우산을 폈다. 문방구에 들러 두꺼운 노트를 산다. 일기를 새로 쓸 거야. 우산을 접었다. 잎차 향기가 들새의 눈물처럼 흔들린다. 우산을 폈다. 수화기를 들고 물안개 목소리로 안부를 전한다. 깨어진 유리컵. 우산을 접었다. 맹꽁이 울음이 심심한데 빈 의자 같은 얼굴 하나. 우산을 폈다. 철조망 감아오른 호박 줄기 그 손짓에 속살대는 개망초. 우산을 접었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 미워한다. 뱀딸기 같은 몽상의 파편. 우산을 폈다. 코끝이 시리다. 오늘부터 장마래지. 뭉게구름처럼 사치스러울 수 있을 거야. 타박거리며 현관문에 키를 꽂다가 어머나 택시 안에 우산을 두고 내렸어. 코스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