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치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어 올린 것이다 그 끝없는 깡다구가 고추를 붉게 익힌 것이다 햇살 때문만이 아니다, 구부러지는 힘으로 고추는 죽어서도 맵다 물고기가 휘어지는 것은 물살을 치고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말하겠다 내 마음의 꼭지가, 너를 향해 잘못 박힌 못처럼 굽어버렸다 자, 가자! 굽은 못도 고추 꼭지도 비늘 좋은 물고기의 등뼈를 닮았다 코스개관: 비재-우베틀산-베틀산-좌베틀산-내밀재-냉산 갈림길-냉산-도리사 (9:05~18:05, 여섯, 덥고 지치던 날 9:05~18:0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