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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를 보람있게 (수리산 종주, 2/13)

김종제 정월 한낮의 햇살이 떡국 한 그릇이다 며칠째 굶은 숲이, 계곡이 어른에게 세배 드리고 덕담 몇 마디 들었는지 배가 부르고 눈이 감겼다 한 술 잘 얻어먹었다고 새파란 풀 돋아나고 물 흘러가는 소리가 상쾌하다 오늘이 흥겨운 설날이라 한 솥 끓인 떡국 이 산하에 골고루 나눠주는데 한 살 더 먹었다고 까불거리는 시누대가 정겹다 까치가 고개를 바짝 치켜든다 따스한 언덕에 기댄 소나무는 벌써 졸고 있고 한 그릇 더 먹은 바위는 불룩한 배 드러낸 채 매고 가도 모르게 잠들었다 계곡에는 오랫만에 만난 며느리 같은 물들이 떡국 한 그릇 먹는다고 부엌처럼 시끄럽다 솥 다 비운 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며칠 내로 꽃소식 듣겠다 코스개관: 명학역 1번 출구-성결대 입구-관모봉-태을봉-슬기봉-수암봉-창박골 (1..

설맞이 아차-망우산 가기 (2/10)

윤용기 긴긴 동지섣달 밤에 배가 아려올 때 동치미 뚝딱 잘라 빈배를 채우던 엄마표 동치미가 생각이 난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기르고 담은 동치미 무는 달콤한 겨울의 보약이었지 아내에게 동치미 투정을 했더니 핀잔 아닌 핀잔을 한다 행여나 처형께서 담갔을까 탐문해 보아도 보물처럼 찾을 수 없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동치미 맛 이제 영영 찾을 수 없는 수수께끼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아차산-망우산-구리시청 (12:55~ 16:20) 설 휴일에 산에 가자 하니 빨간날은 안가겠다는 차영샘. 수욜 도봉산 가려다 차영샘이 효도해야 해 1시 광나루역에서 만나 아치산 가기. 명반묘로 가자는걸 용마산 건너뛰어 망우산으로 가자 했다. 아치산쪽에는 사람들이 제법 보이더니 망우산 넘어가니 호젓하다. 오늘 날이 흐린데 움직이..

하남 검단산 가기 (2/6)

박만식 눈이 만든 여자 사람이 된 눈 퍼붓는 종소리 먼 눈 파란대문 골목 꽁꽁 언 소녀 털퍼덕 녹아버린 눈먼 소년 코스개관: 검단산 주차장 (애니메이션고)-정상-아랫배알미-팔당댐 (10:20~14:40) 검단산 참 먼 산이다. 5호선이 하남풍산역까지 현재 개통되어 있고 아직 미개통 구간인 하남검단산역이 있는줄 오늘 알았다. 10시 하남풍산역에서 만나 (다들 조금 일찍 왔다) 3번 출구로 나가면 하남 공용터미널 가는 버스가 있다. 이 버스를 타고 종점에 가니 애니매이션고로 올라가는 입구인 주차장이 나온다. 초장 완만한 길을 따라 가다 오른쪽 능선길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도 이 길로 따라 올라가니 유길준묘 계단길과 중간 즈음에 만난다. 여기서 리사표 수정과를 먹었는데 잣까지 들고 와 띄어준다. 헐~ ..

산정 산팀 다시 뭉치다 (대모-구룡산, 2/5)

임영준 겨울이 마침맞게 익었다 이죽거리며 솟구치는 서릿발이 달막거리며 재촉하는 삭풍이 달창난 방방곡곡 파고들어 결핍의 뒤꽁무니만 잡고 늘어져 곁도 보지 않고 제 몫을 다 한다 그 바닥 모든 게 다 풀어지고 처져 있어도 그나마 꽁꽁 익은 나름대로 충실한 엄동설한이 경종을 울린다는 걸 알고들 있는지 코스개관: 수서역 6번 출구-대모산-구룡산-코트라 미모(!) 산악회로 적어도 월 1회는 만났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작년 산행을 못했다. 올해 차영샘이 퇴직을 하게 되어 자유인이 되어 만나준다. 어렵게 날을 잡았고 셋이 만나 그저께 내린 눈으로 미끄러울까 염려했는데 오르막은 눈이 있어도 스틱에 의지해 올라갔고 내리막은 녹은 곳이 많아 끝까지 아이젠 하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했다. 평일에 널널하게 다니니 좋긴 하..

생일을 빙자한 모임 (2/1)

공석진 흐린 날이 난 좋다 옛 사랑이 생각나서 좋고 외로움이 위로 받아서 좋고 목마른 세상 폭우의 반전을 기다리는 바람이 난 좋다 분위기에 취해서 좋고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고 가뜩이나 메마른 세상 눅눅한 여유로움이 난 좋다 치열한 세상살이 여유를 갖게 해서 좋고 가난한 자 마음 한 켠 카타르시스가 좋다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외로워하며 누군가에 기대어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제공해 줘서 흐린 날이 난 좋다 황사모 멤버 증 순한공주도 만날 겸 인사동 조금에서 넷이 만나 이른 점심을 먹고 걷다 특이한 전시회가 있어 들어가 봤다. 홍승태 작가의 하이퍼 팝아트 라는 생소한 장르. 일단 시각적으로 예뻐 좋다. 사진 찍어도 된다고해 찍고 한바퀴 돌고 청계천으로 가다 이디야에서 커피 마시기. 지난 화욜 헌혈하..

계양산인지 계단산인지... (1/30)

정상현 배고픈 날 누룽지 한 조각 먹어보아라 밥 짓다 태웠다고 푸념할 일이 아님을 꼭꼭 오래 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알리라 인생도 씹을수록 맛이 나는 누룽지처럼 더 타고 속이 타야 멋도 알고 맛도 알까? 코스개관: 계산역 5번출구-계산산성-계양산-징매이고개-중구봉-천마산-중구봉-경인교대 후문-작전역 7번 출구(10:20~15:20) 당분간은 완만한 산을 가기로 했다. 넘버4는 연 2회 결석계 냈고 오늘도 5명이 계산역에서 만났다. 에인절고가 전철이 고장 나 환승을 제때 못해 거의 20분 늦었다. 앞으로 늦은 사람이 커피 쏘기로 오늘 결정했다. 현지가이드 이감탄이 알려준 대로 계산산성으로 올라가는데 10년 와보고 오랫만이라 아주 낯설다. 한고비 올라서니 계산산성 표시가 있고 왕릉처럼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1일 3산 가기 (아차~망우산, 1/23)

김명수 바다는 섬을 낳아 제 곁에 두고 파도와 바람에 맡겨 키우네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고구려정-아차산 정상-용마산-망우산-구리시청 (10:00~14:15) 넘버4가 주말 지방 일정이 있다고 미리 결석계를 냈고 많이 빠진 하늘이 오늘은 꼭 나온다고 해 아차-망우산 계획을 세웠다. 헌데 아침 하늘의 전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중간 조퇴할 지도 모른다고... 일단 와서 컨디션 보고 용마산 정상을 생략해도 된다고 했다. 팍 풀린 온도지만 바람은 차다. 에인절고 아차산역이라고... 헐~ 능력 되니 아차산역에서 고구려정으로 올라오라 했다. 기다리지 않고 고구려정에서 만나 능선길 아닌 우회길로 가니 해맞이 동산이 생략되는 코스다. 곧 아차산 정상에 나왔고 용마산 가기 전 바람을 피해 하늘이 맨손으로 온..

로칼 가이드와 원미산 가기 (1/21)

정진규 이런 말씀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이젠 겨우 밥이나 좀 먹게 되었다는 말씀, 그 겸허, 실은 쓸쓸한 안분(安分), 그 밥, 우리나란 아직도 밥이다 밥을 먹는 게 살아가는 일의 모두, 조금 슬프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길 떠난 나를 위해 돌아오지 않는 나를 위해 언제나 한 그릇 나의 밥을 나의 밥그릇을 채워놓고 계셨다 기다리셨다 저승에서도 그렇게 하고 계실 것이다 우리나란 사랑도 밥이다 이토록 밥이다 하얀 쌀밥이면 더욱 좋다 나도 이젠 밥이나 좀 먹게 되었다 어머니 제삿날이면 하얀 쌀밥 한 그릇 지어올린다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부처님과 예수님께 나의 밥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겸상으로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분들은 자주 밥알을 흘리실 것 같다 숫가락질이 젓가락..

북한산 이어걷기 (영봉-백운대-용암문, 1/16)

공광규 콩새부부가 산수유나무 가지에 양말을 벗고 앉아서 빨간 열매를 찢어 먹고 있다 발이 시린지 자주 가지를 옮겨 다닌다 나뭇가지 하나를 가는 발 네 개가 꼭 붙잡을 때도 좋아 보이지만 열매 하나를 놓고 같이 찢을 때가 가장 보기에 좋다 하늘도 보기에 좋은지 흰 눈을 따뜻하게 뿌려주고 산수유나무 가지도 가는 몸을 흔들어 인사한다 잠시 콩새 부부는 가지를 떠나고 그 자리에 흰 눈이 가는 가지를 꼭 붙잡고 앉는다 콩새 부부를 기다리다 가슴이 뜨거워진 산수유나무 열매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코스개관: 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용덕사-육모정 고개-영봉-하루재-백운산장-위문-백운대-위문-용암문-도선사-우이동 (10:00~17:00) 불광역에서 시작한 북한산 이어걷기. 첫번째 불광역에서 구기동까지 걸었고 두번째는 ..

남산 걷기 (1/14)

윤성택 오후에 내린 눈은 누군가에게 첫길을 내준 뒤 단단히 얼었다 신발자국은 토기 속 빗살무늬 같다 뒤뚱뒤뚱 걷다가 그만 털썩 손을 짚는다 번들거리는 빙판은 저릿하리만치 단숨에 손금을 읽어낸다, 창피하다 나는 뒤늦게 흰 눈을 밟고 나갔다가 검은 밑창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빙판이 미끄러운 것은 첫발자국의 내력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허둥지둥 일어나 바지에 묻은 발자국을 털어낸다 함부로 지나쳤던 길이 이 길만 같아 자꾸만 한쪽이 아프다 얼마나 뒤돌아봐야 할까 가던 길을 더듬어와 떨어뜨린 열쇠를 훑는다 어느새 눈은 휘몰아쳐 내리고, 희미하게 잠긴 어둠은 불빛으로 하나둘 열린다 새로운 유물이 출토되는 빙판 속 발자국이 성큼성큼 걸어나온다 겨울산행이 부담스럽다는 하늘을 위한 걷기. 오랫만에 남산을 걷기로... 출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