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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지맥 가을에 물들다 (이이재-선의산-솔정고개, 10/18)

나태주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닦아주고 매만져 준다 당분간은 내가 신세지며 살아야 할 사글세방 밤이면 침대에 반듯이 눕혀 재워도 주고 낮이면 그럴 듯한 옷으로 치장해 주기도 하고 더러는 병원이나 술집에도 데리고 다닌다 처음에는 내 집인 줄 알았지 살다보니 그만 전셋집으로 바뀌더니 전세 돈이 자꾸만 오르는 거야 견디다 못해 전세 돈 빼어 이제는 사글세로 사는 신세가 되었지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방세는 점점 오르고 그러나 어쩌겠나 당분간은 내가 신세져야 할 나의 집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씻어 주고 닦아준다 산행일: 2020.10.18 (일) 코스개관: 이이재-신방산-선의산-용각산-안산-솔정고개 (9:50~16:45) 날씨: 10월의 멋진 가을날 멤버: 당나귀 7명 아침 농수산시장에 총무님 차를 ..

우면산+양재천 걷기 (10/17)

강학희 나를 꽃이라 하신 아버지 나는 무성한 닢, 뿐 꽃이 아닙니다 꽃이 아닙니다 오로지 꽃이라 하신 말씀에 매달려 세상을 헤어도 나는 꽃이 아닙니다 나는 꽃이 아닙니다 꽃이라 믿기만 하면 꽃이라니 때론 꿈에 분노하여도 꽃이 아닙니다 나는 꽃이 아닙니다 벽인들 담인들 길인들 틈, 틈새 찔리고 데이고 쓸리다 잎새마저도 떨굴 시간 아-아 꿈일까 “저-기 저 높은 담벼락 꽃보다 예쁜 담쟁이 좀 봐요!” 세상이 내 피멍든 등판을 꽃보다 아름답다 합니다 아-아, 이제야 압니다, 꽃이란 아름다운 상처라는 것을 나는 꽃보다 더 붉은 꽃이라는 것을. 사당역 2번 출구-남태령 정상-소망탑-양재 시민의 숲-양재천 모처럼 여산 빠진 여학생이 다 출석하던 날. 사당역에서 만났다. 시작도 하기 전 장공주는 지친 모습니다. 우면..

1일2산 가기 (인왕산-안산, 10/10)

나상국 노을빛으로 불타는 저녁 하늘과 맞닿은 산비탈 바람이 목놓아 울고 간 자리마다 칼에 베인 핏빛 생채기가 억새밭 여기저기 잠 못 이루고 펄럭인다 새들은 몸을 숨긴 채 붉은 노을빛 하늘을 조각조각 베어 문다 상처 입은 바람 해거름 녘 강둑으로 내려와 몸을 씻으며 낮게 엎드려 강울음 소리로 숨죽여 운다 어둠이 찾아드는 저녁에 코스개관: 무악재역 1번출구-청련사 입구-기차바위-정상-수도사업소-무악재역-독립문역-안산 자락길-고은 초등학교-홍제역 셋이 오전에 만나다. 하늘이 오미자물을 4병이나 들고 왔다. 한병씩 나누어 청권사쪽으로 올라가니 많이 내려오던 그 코스다. 기차바위로 올라가는건 처임이다. 멀리 기차바위를 올려다보는 경치도 좋다. 늘 사직동 방향에서 올라오다 반대편으로 올라오니 뷰는 이쪽이 훨씬 좋은..

비슬기맥 3차 (대천고개-대왕산-이이재, 10/4)

전병조 시월엔 코스모스를 심어야지 하얗게 그리고 빨갛게 창백한 연분홍 그대 미소를 닮은 시월의 여왕을 그려야지 가도가도 왕십리 험난한 인생길에 그대 젊은 날의 초상화를 그려야지 뜨거운 추억이 숨쉬도록 내 순정의 뜨락 위에 그대 고운 가을날의 동화를 그려야지 넘어지면 코닿을 데 그리 멀지도 않은 그 먼 훗날을 위하여 조금은 아쉬워할 그리움을 심어야지 핑계를 대기 위해 한때는 그대 죽도록 사랑했노라 그 멋쩍은 핑계를 대기 위해 그대 고운 가을날의 한련화를 심어야지 산행일: 2020.10.4 (일) 코스개관: 대천고개-곡돌내재-갈고개-대왕산-분기봉(삼면봉)-벗고개-486봉-이이재 (9:35~17:40) 날씨: 흐렸고 다소 덥게 느껴진 가을 멤버: 당나귀 6명 추석 연휴를 낀 첫번째 일욜. 당나귀 산행을 예정대..

연휴를 보람있게 2-운문산 가기 (10/3)

김안로 우리 집 아파트는 가을모기 한 마리 키운다.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한 톨의 씨앗처럼, 날이 갈수록 몸집이 작아지고 진화된 놈은, 엘리베이트를 동승했다 내릴 때 내 뒤를 밟고 집 안으로 들어온 침입자다. 당장 잡아서 물고를 내고 싶지만 그거 쉽게 볼 일 아니다. 놈의 도피지능은 언제나 나의 색출능력을 앞지르고 지형지물 활용이나 돌격엔 더없는 명수다. 햐, 요놈 봐라! 그 작은 몸집으로, 숨죽여서 이빨 깨물고 핏대 세우는 나하고 한 판 붙어보자는 거다. 나 참, 같잖아서. 놈은 자리를 깔고 이불을 펼 때마다 스토커처럼 찾아와 내 주위에다 진을 친다. 나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하루는 집안의 전등을 죄다 끄고 TV만 켜놓고선 킬러를 최대한 손 가까이 두고 놈의 동선(動線)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뿔사!..

연휴를 보람있게 1-숙원사업을 이루던 날 (민둥산, 10/2)

최홍윤 사랑방 주인들은 가을볕을 덮고 푸른 산맥 자락에 고즈넉이 주무시고 방방곡곡에 흩어진 손(孫)들이 모여 태생부터 배운 절을 공손히도 올린다 감나무 가지에 보름달 걸리면 주안상에 흥얼거리다 돈 안 드는 빈말로 토닥이면 된다 한가위, 세상에 이런 날도 다 있다니 참 좋은 날이다 코스개관: 증산초-급경사길-쉼터 (임도길)-정상-정상둘레길-정상-쉼터-완만한길-증산초 (8:50~14:00) 당나귀 산행하던 날 회장님이 추석때 뭐하냐며 어디 가고 싶은 산 없냐 물어보신다. 민둥산이요... 박샘이 아직 민둥산을 안가봤다고? 그럼 토욜 산에 가자고 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어 그냥 넘어가는줄 알았는데 토욜 전화를 하셨다. 내일 뭐햐나고... 친정 김치 하러 가야 한다고 하니 그럼 추석 다음날 민둥산 가자신다. ..

하늘 미리 버스데이 (9/28)

성백군 제철이라고 귀농 친구가 사과 한 상자 보내왔다 그중 가장 빨갛고 튼실한 것으로 한 알 골라 쪼개 본다. 확 드러나는 뽀얀 속살 속 선명한 하트 무늬 사랑의 표시다 중심에서 꼼지락거리는 것 같은 까만 씨앗들은 사랑의 잉태가 틀림없는데 무에 그리 부끄러운지 숨어 있구나 자랑할 만한데 몇 자 적은 메모지 한 장쯤은 있을 만도 한데 서운하다. 고맙다. 뭐 이런 너스레들 허접스러우면서도 달콤하고 허전하면서도 아린 것들이 내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데 눈 씻고 봐도 친구의 생색내기는 보이지 않고, 드디어 해냈구나 그동안 한겨울 혹한을 참아 내고 꽃샘추위 시샘도 이겨 내고 가뭄도, 장마도…, 친구여, 부지런한 자네 앞에서는 이런 것들은 한갓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했다고 와삭! 자네의 정성과 애틋한 마음이 내 혀끝에..

관악산 가기 (9/26)

백원기 눈만 뜨면 말갈기 휘날리며 쏜살같이 달려간다 눈 깜짝할 사이 벌써 해가 중천에 떠서 히죽거린다 토요일은 주말이라 즐거운데 어느새 월요병을 앓고 힘든 목금 고개 넘어간다 전에는 물같이 흐르고 바람같이 지나가던 세월 지금은 더 빨리 미리미리 가는 세월 전자기기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멈추거나 뒤로 가게 하고픈 세월 아침해가 와서 서둘러 태우면 금방 노을에 도착하는 세월 사당역 5번출구-선유천약수-마당바위-연주대3거리-용마능선-과천향교 나름이 3명으로 명맥 유지? 그나마 미녀 3총사 되 사당에서 만나 관악산 가기. 능선으로 갈까하다 쉬운길로 가자는 에인절고 요청으로 가는데 능선으로 갈걸 그랬다. 마당바위 가며 사람은 많지만 왜 이 코스 사람이 많은지 알것 같다. 오늘 시계도 끝내주고 바람도 시원해 멀리 ..

바람을 벗삼아 비슬기맥 가기 (대천고개-발백산-질매재, 9/20)

이창건 봄비 맞고 새순 트고 여름비 맞고 몸집 크고 가을비 맞고 생각에 잠긴다. 나무는 나처럼, 산행일: 2020.9.20 (일) 코스개관: 대천고개-274봉-비오재-가척재-부일봉-발백산-질매재 (10:20~18:10) 날씨: 바람 불어 좋은 날 멤버: 당나귀 7명 오늘 산행은 중간 차를 만나 점심을 먹기 위해 역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반찬 미리 싸 놓고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는데 전화가 왔다. 왜 안나오냐고? 앵? 지난번 명성산 산행 시간 1시간 늦춰진 시간으로 알람을 해 놓고 1시간 당겨 놓지를 않았다. 눈꼽만 떼고 나가 출발 시간에 10분 늦었다. 회장님은 성묘 후 바로 합류 하신단다. 일단 잤고 휴게소에서 아침을 사 먹었고 다시 잤고 경산 ic에서 회장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ic 나와 전화를 하니 영..

미녀 삼총사 관악산 가기 (9/19)

김승기 결국 여기까지 왔어 슬퍼서 아름답고 아파서 즐거운 詩야 꽃아 고마워 사군자에 들지도 못하는 자격 없는 이름으로 가면을 쓰고 선비 흉내를 내며 고고한 꽃 한 송이 피워 보겠다고 황사바람과 장마와 땡볕 태풍에 휘둘리며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어 하얗게 펼치는 해맑은 꽃잎으로 저리도 높푸른 하늘 보려고 가을장마 그렇게 길었나 봐 미안하다 사랑한다 눈물나게 아픈 내 인생아 이유없이 외롭게 아픈 날이 많아 때론 분하고 때론 서러웠지만 그래도 가끔은 기쁜 날 있었어 언제나 곁을 지키며 행복을 주는 詩야 꽃아 고마워 코스개관: 과천역 1번 출구-과천향교-연주암-정상-연주대-삼거리-서울대 (10:00~14:10) 선수 모집하니 오늘도 미녀 3총사. 칼같이 약속 지켜 과천에서 올라가는 길은 지난번 보다 계곡물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