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운악산 구간을 가다 (노채고개-운악산-서파고개, 12/2) 바람 불고 고요한 -김명리(1959~ ) 죽은 줄 알고 베어내려던 마당의 모과나무에 어느 날인가부터 연둣빛 어른거린다 얼마나 먼 곳에서 걸어왔는지 잎새들 초록으로 건너가는 동안 꽃 한 송이 내보이지 않는다 모과나무 아래 서 있을 때면 아픈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적막이 .. 산행기/2018산행 2018.12.03
철사모와 첫눈 밟기 (11/24) 봄 -정끝별(1964~ ) 불 들어갑니다! 하룻밤이든 하루 낮이든 참나무 불더미에 피어나는 아지랑인 듯 잦아드는 잉걸불 사이 기다랗고 말간 정강이뼈 하나 저 환한 것 저 따뜻한 것 지는 벚꽃 아래 목침 삼아 베고 누워 한뎃잠이나 한숨 청해볼까 털끝만한 그늘 한 점 없이 오직 예쁠 뿐! 불 들.. 산 이외.../2018일기 2018.11.26
한북정맥 3구간을 가다 (도마치재-국망봉-도성고개, 11/19)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울라브 하우게(1908~ )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옳고 큰 것들은 떵떵거린다. 제 존재를 입증할 책임이라곤 없.. 산행기/2018산행 2018.11.18
영화 인생 후르츠 (11/14)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1933~1997)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 산 이외.../2018일기 2018.11.15
뉴욕 친구 귀국 모임 (10/27~28) 속수무책 -김경후(1971~ )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 산 이외.../2018일기 2018.11.05
만추의 청계산 가기 (11/3) 그예, -한영옥(1950~ ) 붓꽃이 붓꽃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들고 나온 6월의 꽃봉오리 시절에도 알다시피 그 붓으로는 일획도 긋지 못한다 붓끝처럼 단정하다는 것이지 누가 먹 묻혀 그어보라 했겠는가 바득바득 덤비는 것들의 부류여 그예, 꽃봉오리를 획 분지르는 것들의 부류여 6월의 붓꽃 .. 산행기/2018산행 2018.11.04
한북정맥에서 가을에 물들다 (수피령-하오고개, 10/21) 가을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9) 안개 속으로 멀어진다 안짱다리 농부와 암소 한 마리 느릿느릿 가을 안개 속에 가난하고 누추한 동네들 숨어 있다 저만치 멀어지며 농부는 흥얼거린다 깨어진 반지 찢어진 가슴을 말하는 사랑과 변심의 노래 하나를 아 가을 가을은 여름을 죽였다 안개 속.. 산행기/2018산행 2018.10.22
산정 3총사 숨은벽 가기 10/19) 공사다망한 명숙샘이 우리랑 놀아주기로 한 날. 연중행사로 숨은벽을 평일에 갈 수 있어 좋다. 2시간 걸려 밤골에서 올라가는데 계곡에 물이 별로 없고 단풍도 아직은? 테라스 올라가는 길 단풍이 우릴 반겨준다. 산이 불 붙은것 같다. 테라스에는 사람들이 버글댄다. 이 시간에? .. 산행기/2018산행 2018.10.19
선정릉에서 봉은사로 (10/17) 단풍 -박현수(1966~ ) 떨어진 불꽃은 손아귀를 가만히 오므린다 다음에는 하느님이 떨어질 차례란 듯이 단풍나무 아래 수북이 쌓인 붉은 잎들은 닭발 같은데, 시인에게는 그게 불꽃으로 보였나 보다. 자연은 참 많은 은유를 선사해준다. 생명은 뜨거운 것이어서 단풍잎은 떨어져서도 여전히.. 산 이외.../2018일기 2018.10.17
행주산성 다녀오기 (10/14) 단추 -김응교(1962~ ) 옆 사람이 심하게 졸고 있다. 객차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박는다. 출근 넥타이를 보니 상가에서 밤 새우고 자부럼 출근하는가 보다. 와이셔츠 단추 하나가 떨어지려는데 꿰매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그나 나나 비슷한 처지라며 작은 단추가 달랑거린다. 가.. 잔차이야기 201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