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간 산책 (9/20) 무지개 -윌리엄 위즈워스(1770~1850)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누나. 나 어릴 적에도 그러했고 어른인 지금도 그러하네. 늙어서도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건대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함에 이어지기를 무지개는 하늘의 다리이자 문.. 산 이외.../2018일기 2018.09.20
낙남정맥 졸업산행 (김해묘원-활천고개, 9/16)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박형준(1966~ )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항상 당신을 느낍니다 당신은 타인들 속에 석탄처럼 묻혀 있습니다 천 년 뒤에나 윤기 날 듯 오늘도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먼지 띠로 반짝입니다 저녁이 온통 푸를 때마다 얼음장 밑 식물처럼 사방에서 반짝이는 먼지 띠들은 나.. 산행기/2018산행 2018.09.18
공주와 무수리 우면산 가기 (9/9)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1902~1963)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 가장 빛나는 .. 산행기/2018산행 2018.09.09
영등 3총사 (9/7) 길 -허영자(1938~ ) 돌아보니 가시밭길 그 길이 꽃길이었다 아픈 돌팍길 그 길이 비단길이었다 캄캄해 무서웠던 길 그 길이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시련은 복일까. 지친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목에 깁스라도 한 듯 지나온 길을 차분히 돌아보지 못한다. 지금 가시밭길에, ‘돌팍길’에 서.. 산 이외.../2018일기 2018.09.09
다시 낙남으로 (비실재-여항산-봉곡마을, 9/2) 숲을 바라보며 -이수익(1942~ ) 내가 내 딸과 아들을 보면 그들이 늘 안심할 수 없는 자리에 놓여 있는 그런 내 딸과 아들이듯이, 나무가 그 아래 어린 나무를 굽어보고 산이 그 아래 낮은 산을 굽어보는 마음이 또한 애비가 자식을 바라보듯 그런 것일까. 문득 날짐승 한 마리 푸른 숲을 떨치.. 산행기/2018산행 2018.09.03
혹서기 산행이 훈련 산행으로 (고양산-아미산, 8/19) 꼬리 -고성만(1963~ ) 누구는 척추가 길어진 거라 했고 누구는 창자가 빠져나온 거라 했는데 면접시험 칠 때 애인과 마주 앉을 때 존경하는 시인을 만날 때는 밟히지 않도록 조심했고 돈 많은 사람 낯 두꺼운 사람 여유 넘치는 사람 앞에서는 슬쩍 꺼내어 살살 흔들었던, 차마 내키지 않는 일.. 산행기/2018산행 2018.08.21
걷기 마지막 날 일월산 가기 (8/10) 별 -신경림(1936~ )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안경으로 시력을 .. 산행기/2018산행 2018.08.16
외씨버선길 걷기 (봉화연결길~치유의 길, 8/9) 월식 -강연호(1962~ )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 산 이외.../2018일기 2018.08.16
봉화 외씨버선길 걷기 (8코스-보부상길, 8/8~10) 여백 -박철(1960~ ) 어둠을 밟으며 책장이나 넘기다가 되잖은 버릇대로 여백에 몇 자 적다가 아 시립도서관서 빌려온 책 아닌가 화들짝 놀라니 해가 떴다 식어가는 어깨 너머 창밖을 펼치는데 아 내가 그제 헌책방서 산 거지 두 번 놀라자 속이 쓰렸다 어느덧, 내 사랑 이리 되었구나 읽던 책.. 산 이외.../2018일기 2018.08.15
지리 백-대종주 (7/29-31) 3 다섯에 대하여 -서안나(1965~ ) 막내 동생을 지우지 못하겠더란 어머니의 말 새끼손가락이 저려 오는 다섯이라는 말 내가 사는 빌라 흰 기저귀 펄럭이는 옥탑방 도면에도 없는 이마 순한 어린것의 붉은 잠투정을 너끈히 들어올리는 오층이란 말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던 .. 산행기/2018산행 201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