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회 퇴임 기념산행 (10/9, 북한산) 2호선 - 이시영(1949~ ) 가난한 사람들이 머리에 가득 쌓인 눈발을 털며 오르는 지하철 2호선은 젖은 어깨들로 늘 붐비다 사당 낙성대 봉천 신림 신대방 대림 신도림 문래 다시 한 바퀴 내선순환을 돌아 사당 낙성대 봉천 신림 가난한 사람들이 식식거리며 콧김을 뿜으며 내리는 지하철 2호.. 산행기/2014 산행 2014.10.12
주왕지맥에서 가을을 만나다 (모릿재-하일동, 10/5) 곰삭은 젓갈 같은 - 정희성(1945~ ) 아리고 쓰린 상처 소금에 절여두고 슬픔 몰래 곰삭은 젓갈 같은 시나 한 수 지었으면 짭짤하고 쌉싸름한 황석어나 멸치 젓갈 노여움 몰래 가시도 삭아 내린 시나 한 수 지었으면 어렸을 때 마포나루로 새우젓을 사러 갔었다. 6월에 담은 육젓이 가장 비쌌.. 산행기/2014 산행 2014.10.10
프로젝트 끝내고 집으로~ (돌산지맥2) 쉬었다 가자 - 김형영(1945~ ) 내가 날마다 오르는 관악산 중턱에는 백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요 내 팔을 다 벌려도 안을 수가 없어서 못이긴 척 가만히 안기지요. 껍질은 두껍고 거칠지만 할머니 마음같이 포근하지요. 소나무 곁에는 벚나무도 자라고 있는데요 아직은 젊고 허리.. 산행기/2014 산행 2014.10.06
연휴를 이용한 숙원사업 이루기 (돌산지맥1, 9/8~10)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1952~ )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서.. 산행기/2014 산행 2014.10.06
정상의 너덜이 환상이어라 (주왕지맥: 가리치-모릿재, 9/21) 사과에 대한 만가 -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1929~ ) 여기 사과가 놓여 있었고 여기 식탁이 있었다 저것은 집이었고 저기는 도시였다 여기 대륙이 잠들어 있구나. 저기 저 사과가 지구란다 아름다운 별이지 저 별에는 사과가 있었고 사과를 먹는 사람들이 살았단다. 사과는 한국산을 세.. 산행기/2014 산행 2014.09.21
사진으로 보는 발칸반도 4-순한부부 버젼 타이어의 못을 뽑고 - 복효근(1962~ ) ( …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는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 먼나라 이야기 2014.08.26
사진으로 보는 발칸반도 3-순한부부 버젼 사막 - 박태일(1954~ ) 게르는 둥글다 게르에선 발소리도 둥글다 게르 앞에서 아이가 돌멩이를 굴린다 둥글게 금을 긋고 논다 아이 얼굴도 둥글다 햇볕에 씹혀 검고 마른 꽃을 잔뜩 심었다 아이는 여자로 잘 자랄 수 있을까 더위를 겉옷인 양 걸친 양떼 헴헴헴 게르 앞을 지나간다 슬픔을 둥.. 먼나라 이야기 2014.08.26
사진으로 보는 발칸반도 2-순한부부 버젼 나를 열어주세요 - 나희덕(1966~ ) 옆구리에 열쇠구멍이 있을 거예요. 찾아보세요. 예, 거기에 열쇠를 꽂아주세요. (…) 몇 걸음이라도 걸어야 살 것 같아요. 열쇠를 찾을 수 없다고요? 당신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있잖아요. 손가락만큼 좋은 열쇠는 드물죠. 때로는 붓이 되기도 하고 칼.. 먼나라 이야기 2014.08.26
사진으로 보는 발칸반도 1 -하늘 버젼 결에 관하여 - 조창환(1945~) 나무에만 결이 있는 게 아니라 돌에도 결이 있는 걸 알고 난 후 오래된 비석을 보면 손으로 쓰다듬는 버릇이 생겼다 돌의 결에 맞추어 잘 쪼아낸 글씨를 보면 돌을 파서 글자를 새긴 것이 아니라 글자를 끌어안고 돌의 결이 몸부림 친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 먼나라 이야기 2014.08.26
발칸반도 여행기 6 (포스토이나, 노비샤드, 베오그라드 8/12~14) 나는 왜 예까지 와서 - 이태수(1947~ ) 오다가 보니 낯선 바닷가 솔숲입니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포말을 내려다보는 해송의 침엽들도, 내 마음도 바다빛깔입니다 아득한 수평선 위로 날아가는 괭이갈매기 떼, 마음은 자꾸만 날개를 달지만 몸은 솔숲 아래 마냥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 솔.. 먼나라 이야기 201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