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름이? (도솔지맥, 추곡터널-사명산-웅진리, 6/7)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 이규리(1955~ ) 새벽 서너 시까지 울어대는 매미 삼베 이불이 헐렁해지도록 긁어대는 소리 어쩌라고 우리 어쩌라고 과유불급, 나도 그렇게 집착한 적 있다 노래라고 보낸 게 울음이라 되돌아왔을 때 비참의 소리는 밤이 없었을 것이다 불협도 화음이라지만 의미를 .. 산행기/2015산행 2015.06.08
도솔지맥에서 땡땡이를? (양구터널-마버덩길&도솔봉, 5/17) 조용한 숲속에… 프랑시스 잠(1868~1938) 조용한 숲속에, 흘러가는 시냇물을 가르는 검(劍) 같은 나뭇잎들 위에 평화가 있다. 시냇물은 꿈속에서인 양, 이끼들의 금빛 끝에 내려앉는 해말간 하늘의 푸름을 반사하고. 검은 참나무 밑에 나는 앉았다. 그리고 생각을 버렸다. 지빠귀 새가 나무 .. 산행기/2015산행 2015.05.18
연등회 견학기 (5/16) 산사로 가는 길 - 전연희 (1947~ ) 살겠다 살겠다고 냇물이 속살대자 알겠다 알겠다고 꽃잎들이 사운댄다 동안거 스님 여윈 볼 분홍 꽃물 발그레 봄이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새잎이 돋아난 도토리나무들과 살 오르는 편백나무들이 빽빽한 숲길을 따라 산사에 갑니다. 향긋합니다. 냇물이 .. 산 이외.../2015일기 2015.05.18
철쭉을 기대했건만.. (정령치-바래봉, 5/3) 시간의 눈 -파울 첼란(1920~70) 이건 시간의 눈 일곱 빛일까 눈썹 아래서 곁눈질을 한다 그 눈꺼풀은 불로 씻기고 그 눈물은 김이다. 눈먼 별이 날아와 닿아 뜨거운 속눈썹에서 녹으니 세상이 따뜻해지리 죽은 이들이 봉오리 틔우고 꽃 피우리. 시간은 지속하는 것의 분할이다. 삶이 지속하.. 산행기/2015산행 2015.05.04
천리포 수목원 가기 2 (4/25~26) 산에서 잠들다 - 안이삭(1961~ ) 장엄한 노을 물러가고 오솔길 끝에 별이 총총 걸렸더니 깜빡 잠든 사이 무섭게 비 들이치는 소리 뒷산 나무들 누구에게 머리채를 잡혔는지 이 앙다물고 내둘리는 소리 저녁 내 발밑에서 자근자근 부드럽던 흙들 놀라 퉁겨져 오르는 소리 생가지 뚝뚝 부러지.. 산 이외.../2015일기 2015.04.28
철사모와 천리포 수목원 가기 1 편도나무에게 -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 나는 편도나무에게 말했노라.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그러자 편도나무가 꽃을 활짝 피웠다. 스물 하고도 다섯 살 때 출판사 편집부 말단으로 들어갔더니, 첫 일감이 낯.. 산 이외.../2015일기 2015.04.28
영화보기 (4/22) 반성 - 류근(1966~ ) 하늘이 함부로 죽지 않는 것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별들이 제 품 안에 꽃피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조차 제 품 안에서 평화롭기 때문이다 보아라, 하늘조차 제가 낳은 것들을 위해 늙은 목숨 끊지 못하고 고달픈 생애를 이어간다 하늘에게서 배우자 하늘이라고 왜 아프고.. 산 이외.../2015일기 2015.04.22
도솔지맥에서 진달래를 원없이 보다 (배후령~우두산, 4/12) 지금은 비가 -조은(1960~ ) 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아. 기적같이 부르고 다니는 발길 속으로 지금은 비가…… 진정성 없는 관계들 탓에 마음이 권태라는 진흙탕 속에 뒹군다. “나는 .. 산행기/2015산행 2015.04.19
봄비와 함께 한 도솔지맥 (광치령-양구터널, 4/5) 성(聖) 쓰레기 - 윤효(1956~ ) 자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자기를 태워 온기로 되돌려 주고는 높다란 굴뚝을 유유히 빠져 나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늘을 향해 뭉게뭉게 날아오르는 하얀 영혼을 본다. 어둠이 내리면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로 떠오르는 그 별들을 또한.. 산행기/2015산행 2015.04.09
모락산 가기 (3/22) 어젠 결혼식 가고 오늘 경란씨와 물통도 전해둘 겸 모락-백운을 염두에 두었으나 경란씨 컨디션이 안좋다고 해 모락산 길게 돌아 계원대 후문의 보리밥을 먹고 정문 근처의 찻집에서 차 마시기... 덕유산 맴버 넷이 만나는게 참 힘들다 싶다. 그래도 봐야지? 산행기/2015산행 201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