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사업을 이루던 날 (민주지산, 1/4) 방문객 - 정현종(1939~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 산행기/2015산행 2015.01.11
철사모 송년회 (12/28) 술을 권하며 - 이백(701~762)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저 물 천상에서 내려와 세차게 흘러 바다에 곧 이르면 돌아오지 않음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고귀한 집 속 밝은 거울을 대하고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카락 저녁 되니 어느덧 흰 눈이어라. 인생 마음대로 할 .. 산 이외.../2014 일기 2015.01.03
설설기며 주왕지맥 졸업하다 (주왕산, 12/21)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 장석주(1955~ ) 어렸을 때 내 꿈은 단순했다. 다만 내 몸에 꼭 맞는 바지를 입고 싶었다 이 꿈은 늘 배반당했다 난 아버지가 입던 큰 바지를 줄여 입거나 모처럼 시장에서 새로 사온 바지를 입을 때조차 내 몸에 맞는 바지를 입을 수가 없었다. (…) 작은 옷은 곧 못 입.. 산행기/2014 산행 2014.12.23
모처럼 넷이 만나 산행을 하다 (삼성산, 12/14) 내 작은 비애 - 박라연(1951~ ) 소나무는 굵은 몸통으로 오래 살면 살수록 빛나는 목재가 되고 오이나 호박은 새콤달콤 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만 살며 백합은 제 입김과 제 눈매가 누군가의 어둠을 밀어낼 때까지만 산다는 것 그것을 알고부터 나는 하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이 몸을 지배.. 산행기/2014 산행 2014.12.14
침엽수와 활엽수를 넘나들며 주왕기맥 가기 (영월끝-윤지교, 12/7)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1970~ )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 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 산행기/2014 산행 2014.12.14
영등회와 영봉가기 (북한산, 12/6) 잃어버린 것과 가져온 것 - 곽효환(1967~ ) (…) 차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일행에게 땀에 전 남루한 옷차림의 한 작은 소녀가 수줍게 들꽃 한 송이를 내밉니다 구걸이 아닌가 하는 당혹감에 잔뜩 경계심을 풀지 못한 낯선 동양인 사내에게 자신을 닮은 꽃을 건넨 소녀는 이내 등을 돌려 저만.. 산행기/2014 산행 2014.12.12
영춘기맥 졸업산행 (영월 태화산, 11/16) 벽지는 나무다 - 강병길(1967~ ) 벽지는 색이 바래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뿌리와 잎을 지녔던 나무였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안개와 비를 맞는 숲에서 새와 짐승들의 산에서 살아있고 싶은 것이다 그늘에 갇혀 그늘을 만들지 못하는 나무는 나무가 아니라고 고육을 .. 산행기/2014 산행 2014.11.28
성북동 가구박물관 (11/26) 붉은 시간 - 우은숙(1961~ ) 삶이 꽤 악착같이 들러붙을 때가 있다 절박한 시간만이 내게로 올 때가 있다 퇴근길 쪼그라든 해가 등 뒤에 걸린 그때 청도 운문사 대웅보전 천장에는 반야용선이 있습니다. 생전에 덕을 많이 쌓은 신심 깊은 중생들을 피안의 세계인 극락으로 인도하는 배입니.. 산 이외.../2014 일기 2014.11.26
가을지리 2 묵뫼 - 신경림(1936~ ) 여든까지 살다가 죽은 팔자 험한 요령잡이가 묻혀 있다 북도가 고향인 어린 인민군 간호군관이 누워 있고 다리 하나를 잃은 소년병이 누워 있다 등 너머 장터에 물거리를 대던 나무꾼이 묻혀 있고 그의 말 더듬던 처를 꼬여 새벽차를 탄 등짐장수가 묻혀 있다 청년단.. 산행기/2014 산행 2014.10.12
가을지리 1 (10/1~3) 그늘의 발달 - 문태준(1970~ )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감나무가 너무 웃자라 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 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 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 우리 집 지붕에는 폐렴 같은 구름 우리 집 식탁에는 매끼 묵은 밥 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 .. 산행기/2014 산행 201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