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지맥에서 시산제 지내기 (3/15) 당나귀 귀다 - 정해송(1945~ ) 사랑은 가슴에서 멀고 증오는 혀에서 가깝구나 입에 재갈 물려 두니 두드러기 일어난다 조각달 시린 대숲에서 구멍 뚫어 저 불까나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은 상대의 착하고 순한 약점 앞에서만 미덕이라 부를 수 있지요... 산행기/2015산행 2015.03.22
3월에 눈 내리다 (3/1) 강물 - 천상병(1930~93)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산행기/2015산행 2015.03.11
영등회 번개 (관악산, 2/23) 3월 전 스케줄 없는 날 보람있게 보내고자 고천사에게 콜. 셋이 청사역에서 만나 국편 뒤로 가니 얼마 전 내린 비로 문원폭포가 볼만하다. 우측 능선으로 붙어 가다 케이블카 능선과 만나 연주암에서 모처럼 절밥 먹고 관악사지 통해 사당역으로... 눈도 없어지고 반대로 가니 훨씬 수월하다. 사당에서 장공주 만나고 고천사 보내고 셋이 까치산 둘레길 걷고 남성역으로 하산 해 봉평막국수 먹고 이수역까지 걸어가 찻집에서 차 마시고 해산. 산행기/2015산행 2015.02.23
철사모와 천리포 수목원에서 1박 하기 (2/16~17) 엄마 걱정 - 기형도(1960~89)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 산 이외.../2015일기 2015.02.21
성주지맥에서 봄을 느끼다 (2/15) 자장가 - 마종기(1939~ ) 어릴 때 어머니가 들려주신 자장가, 그 노래 너무 슬프게만 들려서 자주 나는 어머니 등에 기댄 채 울었다지요. 잠 대신 등에 기대어 울고 있는 아들이 왜 그리 심약한지 걱정이 크셨다지요? (…) 오늘은 나를 겨우 알아보시는 어머니께 피곤한 어깨 만져드리며 작게.. 산행기/2015산행 2015.02.21
계룡산 조망산행 (우산봉~빈계산, 1/18) 바스락거리는 순간 -홍성란(1958~ ) 내일이 없다는 걸 증명하려고 내일까지 꼼짝 않고 있었네 학교가 말한 대로 책이 시킨 대로 내일이 올 거라 믿고 불을 끄지 않았네, 내일은 세상천지 떡 벌어진 잔칫상 흥성거리는 잔칫날이라 꼼짝 않고 있었네, 뜬눈으로 꼼짝 않고 앉아 꼼짝 않는 그림.. 산행기/2015산행 2015.01.20
사려니숲길, 우도가기 (1/7~8) 아파트나무 - 윤성택(1972~ ) 인부들이 몰려와 땅을 파고 아파트를 심은 건 고교 입학 무렵이었다 맨 먼저 커다란 파일이 내려가 지하 깊은 곳에 붉은 뿌리를 박았다 모세혈관 같은 철근들이 묶이고 제법 단단한 각질이 덧대어지기도 했다 시끄러운 소음과 분진을 광합성하며 자고 나면 조.. 산 이외.../2015일기 2015.01.14
한라산 가기 (1/6) 지심동백 - 박명숙(1956~ ) 혈서 쓰듯, 날마다 그립다고만 못하겠네 목을 놓듯, 사랑한다고 나뒹굴지도 못하겠네 마음뿐 겨울과 봄 사이 애오라지 마음뿐 다만, 두고 온 아침 햇살 탱탱하여 키 작은 섬, 먹먹하던 꽃 비린내를 못 잊겠네 건너 온 밤과 낮 사이 마음만 탱탱하여 지난 늦가을 떠.. 산행기/2015산행 2015.01.14
사구회와 제주를 가다 그 첫날-가파도 (1/5) 볼트와 너트의 시 - 김복근(1950~ ) 적의의 눈으로 그대를 지켜봄은 펑크 난 나의 일상 구부러진 좌표 속에 일몰이 가져다주는 알 수 없는 공포 때문 무심코 돌려 대는 볼트와 너트처럼 나는 조이고 있다 때로는 풀리고 있다 감출 수 없는 아픔에 벼랑을 딛고 섰다 펑크가 난 것이 자동차인 .. 산 이외.../2015일기 2015.01.13
여산 사진으로 보는 탁동 여행 (1/5~9) 11직박구리의 선물 - 김일영(1970~ ) 이른 아침, 숲 아래 있는 내 방 근처가 시끄럽다 직박구리 한 마리 무엇인가 물고 시끄럽다 먼 곳에서 보내온 장난감을 친구에게 자랑하듯 소나무에 앉았다가 전선에 앉았다가 아침이 새의 활기로 어수선하다 한 마리는 전봇대에 앉아 부산한 자기 짝을 .. 산 이외.../2015일기 2015.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