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도 죽지도 않았다.. (평택항 마라톤, 10/10) ‘기러기떼’-이정록(1964~ ) 지상(地上)과의 인연 더 차가워져야 한다 활시위처럼 몸 당겨 겨울로 간다 작살 같은 대오로 하늘을 끌고 간다 몸 비트는 하늘 깃털처럼, 백설(白雪) 쏟아진다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느냐. 이 물가 저 하늘 기러기 떼 이착륙과 비행 분주하더냐. 안행(雁行)이 분명히 .. 산 이외.../마라톤 2010.10.15
애고, 하프도 힘들다~ (MBC 한강마라톤, 4/25) 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 - 이원(1968~ ) 이른 아침 교복을 입은 남자 아이가 뛴다 바로 뒤에 엄마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뛴다 텅 빈 동쪽에서 붉은색 버스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다 아직도 양수 안에 담겨 있는지 아이는 몸이 출렁거린다 십 수 년째 커지는 아이를 아직도 자궁 밖으로 밀.. 산 이외.../마라톤 2010.04.26
예상 외로 선방한 2010 동마 참가기 (3/21) 장수산(長壽山)1 - 정지용(1902∼50)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좃지 않고 뫼ㅅ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뜻은 한밤 이골을 .. 산 이외.../마라톤 2010.03.22
애주가 지신제 (2/28) 유리창 1 -정지용(1902~1950)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 산 이외.../마라톤 2010.03.03
영랑마라톤, 바람을 벗삼아 한강을 뛰다 (국민건강 마라톤,12/5) ‘나는 천 줄기 바람’- 인디언 전래 시 중에서 내 무덤 앞에 서지 마세요 풀도 깎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자고 있지 않아요 나는 불어대는 천 개의 바람입니다 나는 흰 눈 위 반짝이는 광채입니다 나는 곡식을 여물게 하는 햇볕입니다 나는 당신의 고요한 아침에 내리는 가을비.. 산 이외.../마라톤 2009.12.07
포기하지 않은 당신이 아름답다고? (중마 뛰던 날, 11/1) ‘그 또한 내 마음이려니’-최영록(1954∼ ) 마른 햇살들 으스스 웅크린 담벼락에 떨어진다 바싹 여윈 귀뚜라미 등짝 위 가랑잎 한 잎 툭, 떨어진다 토실한 벌레들 나무 구멍 땅 구멍 온몸으로 따스한 구멍 찾아든다 모두들 떠나고 제 집 찾는 계절의 막장 찬 기운 여윈 마음 얼어붙는 상강(霜降) 서리 맞.. 산 이외.../마라톤 2009.11.02
제한시간 내 완주한 것만도 기뻤다 (13회 금수산 산악마라톤, 9/29) ‘현자(賢者)’-박호영(1949~ ) 삶의 그늘을 아무나 드리우는 것은 아니다 사나운 비바람을 이겨내고 뜨거운 햇볕의 고통을 겪고 나야 비로소 그늘을 소유하는 자가 된다 삶의 혜안을 아무나 지니는 것은 아니다 보기 싫은 것도 헤아려 볼 줄 알고 보고 싶은 것도 참고 지나쳐야 참된 지혜의 눈을 갖춘 .. 산 이외.../마라톤 2009.09.30
주님부부도 뵙고 기록갱신도 하고..(mbc한강마라톤, 4/26) 놀란 강/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 산 이외.../마라톤 2009.04.27
애주가 봄소풍을 가다 (반기문 마라톤 대회, 4/19) '봄날과 시’- 나해철(1956~ ) 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 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 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섞이어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 산 이외.../마라톤 2009.04.20
왜 뛰나고? 섬진강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 산 이외.../마라톤 200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