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름대로 후회없이 동마를 뛰다 (3/15) 無言으로 오는 봄/朴在森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혀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 산 이외.../마라톤 2009.03.15
愛走家 地神祭 (2/8) ‘모래산의 먼지’ - 최동호(1948~ ) 무모한 자가 아니라면 위험한 일에 나서지 않는다 혁명도 사랑도 시시하다 외로움으로 부스러진 시의 먼지 하나에 칼끝을 겨누어 피 밴 말의 소금기를 맛보았는가? 사막을 걷다가 뼈가 부스러진 말은 그림자도 없이 낙타 발굽 아래 모래산 먼지가 된다 시는 위험하.. 산 이외.../마라톤 2009.02.10
추위 쯤이야.. (영랑마라톤-국민건강마라톤을 뛰고, 12/6) ‘인생’ -김정환 (1954∼ ) 이젠 내 눈 앞에서 인생의 좌우가 보여 처음의 끝과 끝의 더 끝이 그 끝에서 보여 내 인생은 밤늦은 골목길 귀가하는 그림자 비틀거리는 그림자 아 여생이 비틀거리면 안 되지 이젠 내 눈 앞에서 역사의 좌우가 보여 10년으로 보면 끊어지는 30년으로 보면 역동하는 백년으로 .. 산 이외.../마라톤 2008.12.06
풀은 역시나 힘들어~ (중마를 뛰고, 11/2) ‘주소가 없다’ - 유안진(1941~ ) 주어에도 있지 않고 목적어에도 없다 행간에 떨어진 이삭 같은 낟알 같은, 떨군 채 흘린 줄도 모르는, 알면서도 주워담고 싶지 않은, 그런 홀대를 누리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틀에도 어떤 어휘에도 담기지 못하고, 어떤 문맥 어떤 꾸러미에도 꿰어지지 않는, 무존재로 존.. 산 이외.../마라톤 2008.11.03
나뭇꾼님 100회 완주기념 자봉 흉내내기 (10/3) ‘풀.2’ -김종해 (1941~ ) 풀이 몸을 풀고 있다 바람 속으로 자궁을 비워가는 저 하찮은 것의 뿌리털 끝에 지구라는 혹성이 달려 있다 사람들이 지상을 잠시 빌려 쓰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을 풀은 흙을 품고 있다 바람 속에서 풀이 몸을 풀고 있다 볕 좋은 가을날, 7부 능선쯤에 있는 묘지로 인사를 간다... 산 이외.../마라톤 2008.10.03
아싸, -2 (쿨런 블루마라톤, 6/29) '밥보다 더 큰 슬픔' - 이수익(1942~ ) 크낙하게 슬픈 일을 당하고서도 굶지 못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이, 슬픔일랑 잠시 밀쳐두고 밥을 삼켜야 하는 일이,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밥을 씹어야 하는 저 생의 본능이, 상주에게도, 중환자에게도, 또는 그 가족에게도 밥덩이보다 더 큰 슬픔이 우리.. 산 이외.../마라톤 2008.06.29
물집 안 생긴 풀 완주기 (mbc 한강마라톤, 4/27) ‘실족’ -김명인(1946~) 취중에 누구에겐가 꼭 실수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술 깬 다음날을 하루 종일 우울하게 한다. 실족이 잦아서 이슬로 가려는 술의 일생을 붙들고 자꾸만 썩은 웅덩이 근처로 넘어지지만 그것도 병이라면 대식으로 이 병을 키웠다고 시궁 냄새로 불거진 내 몸의 시화호에 아침부터 .. 산 이외.../마라톤 2008.04.27
느림의 미학-동마를 뛰고 (3/16) '내집' - 천상병(1930~93) 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는가? 하늘을 우러러 목터지게 외친다. 들려다오 세계가 끝날 때까지…… 나는 결혼식을 몇 주 전에 마쳤으니 어찌 이렇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천상의 하나님은 미소로 들을 게다. 불란서의 아르튀르 랭보 시인은 영국의 런던에서 짤막한 신문광.. 산 이외.../마라톤 2008.03.16
아 고구려 마라톤 뛰다 내가 죽을뻔... (2/17) ‘꽃잎’-조용미(1962~) 높은 곳에 서 있으면 바람의 힘을 빌려 몸을 날리는 꽃잎처럼 뛰어내리고 싶었다 허공으로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봄 저물녘의 흰 꽃잎들 삶이 곧 치욕이라는 걸, 어떤 간절함도 이 치욕을 치유해주지 못한다는 걸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소나기처럼, 붉은 땅 위로 내리.. 산 이외.../마라톤 2008.02.18
빤쭈에 눈이 어두워 뛴 영랑마라톤 (12/1) ‘등뒤’-이화은(1947~ ) - 아들은 요즘 뭐하시나? - 전에 하던 거 - 전에 뭐했는데 - 놀았어 마흔이 다 된 아들이 어머니와 어머니 동무의 주거니 받거니를 등 뒤로 듣고 등이 다 듣고 등이 시려, 그 등짝에 박힌 얼음이 십수 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는데 제 등골의 얼음골에 숨어 더운 한 시절 아직도 .. 산 이외.../마라톤 2007.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