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 541

경주여행기 3 (보문호수 걷기, 4/25)

임영석 봄비가, 딱딱하게 굳어 있는 희망을 잡아당긴다 봄비가, 온몸 다 불태워 쏟아내는 눈물의 힘으로 희망을 잡아당기는 자욱마다 푸르름이 끌려나온다 사랑만 하다가 살겠다는 꽃들도 봄비가, 푸르름 잡아당기는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봄비에 젖어서 나머지 사랑을 무르익힌다 이 봄비, 얼마나 많은 사랑을 이겨냈을까 이 봄비, 중앙선 침범도 서슴없이 한다 이 봄비, 좌회전 금지도 지키지 않는다 이미 하늘에서 뛰어 내렸을 때 법 보다는 희망 하나 단단히 잡아당기겠다는 각오를 수없이 하고 뛰어 내렸을 것이다 버드나무, 그 봄비 따라 나뭇가지를 땅으로 늘어뜨리고 푸른 그네를 탄다 어제밤 영미 발에 물집이 크게 3개나 잡혀 응급처치 해줬다. 아침 영미는 오늘도 일찍 노트북 들고 나가고 예상대로 두 장학생이 영 안 일어난다..

경주여행기 1 (동남산 맛보기, 4/22)

이시향 봄비 그치고 여름이 시작되려는지 이팝나무 꽃이 하얗고 소복하게 피었네 제사를 지내지 않아 동네 잔칫집에나 다녀오시면 한두 숟갈 얻어먹었던 흰 쌀밥 꽁보리밥만 먹던 시절 도시락 밥 위에만 솔솔 뿌려주셨던 향긋한 맛 풍성한 꽃을 보며 올해는 풍년 들어 실컷 먹게 해주시겠다던 어머니. 경주 남산이 좋다고 하니 송죽이 안 그래도 버킷 리스트에 있는 산이라고 가자고 한다. 다들 백수가 되었으니 이왕이면 진달래 좋을때 가자고 해 4월2주에 가기로 했는데 부활절과 겹친지라 한주 미루자고 했고 그날은 당나귀 산행이라 미룬 김에 4주에 가기로 했다. 수욜 꼭 집에 있어야 한다고 해 일~화로 날을 잡으니 일욜 경로 티켓 대신 동반석 20% 할인석으로 예약을 했다고. 숙소는 내가 더K 호텔 온돌방으로 2박 예약을 했..

꽃구경의 완결판 2 (파도리/공세리 성당, 4/20)

정끝별 산안개가 높아지니 벌레가 날아들었다 어치가 자주 울었고 나도 잠시 울었다 빛 짙고 소리 높고 기척 멀어졌다 질 것들 가고 날 것들 오면 잊히기도 하겠다 발 달린 것들 귀가 쫑긋해지고 발놀림도 분주해져 바깥 기웃대겠다 밥그릇에 밥풀도 잘 달라붙고 꽃가루에 묻어온 천식도 거풍되겠다 계절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간다 오는 서쪽 비에 가슴이 먼저 젖었으니 가는 동쪽 비에는 등이 먼저 마르겠다 저물녘이 자주 붉고 달무리도 넓어졌다 이제 젖은 발로 마른 길 갈 수 있겠다 -새벽 산책 하늘이 몸살에 걸려 고민하다 이번 여행에 동행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약기운인지 잠을 잘 잤다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해는 진작 뜬것 같다. 이른 아침 수목원 한바퀴 돌아봐야 할것 같다. 하늘도 같이 동행 한다고 해 눈꼽도 떼..

철사모 생파 여행 1 (천리포 수목원, 4/19~20)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행담도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늘 이맘 때면 천리포 수목원을 왔었다. 여행기 쓰며 옛날 일기장을 더듬어 보니 2014.4.26~27 회원의 날부터 내리 3년 참석을 했었다. 이때만 해도 현직도 있고..

문화생활 하기 (전시회, 봉은사, 4/17)

강연호 멜로드라마는 눈물을 쥐어짠다 멜로드라마는 손수건을 적신다 비웃지 마라 멜로드라마가 슬프다면 그건 우리 삶이 슬프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가 통속적이라면 그건 우리 삶이 통속적이기 때문이다 보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만이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있지 않느냐 적어도 그들 만큼은 겪어봐야 안다 삶을 연습하고 싶다면 우리는 멜로드라마에 기댈 수밖에 없다 거룩한 멜로드라마 위대한 멜로드라마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마이 아트 뮤지엄) 영화 같이보는 친구들. 헌데 요즘 영화표 나온다는 소식이 없다. 누가 먼저 연락하나 했더니 옥경이가 먼저 연락이 왔다. 백수라며 뭐 하고 노냐고.... 전시회 같은거 보자는 명희, 옥경이가 추천해 이 전시회를 보기로 했다. 11시 도슨트 설명회가 있다고 해 이왕이면 설명도 들..

철사모와 경의선 숲길 걷기 (공덕역~가좌역 왕복, 4/7)

도혜숙 바다는 거대한 물고기 은빛비늘을 수없이 번득이며 퍼덕이는 바다의 비늘이 나무의 나이테와 같다면 염전으로 구부러진 저 바다 길은 수천 살은 먹어보였다 절반쯤 머리 깎인 산의 아랫도리를 차지한 채 켠켠히 다른 빛깔로 삶을 내비치는 바다 바지선은 천천히 해저의 모래를 캐내는 것으로 한낮을 소일하고 있었다 바다가 들어찬 찻집 유리창가 장미 두 송이는 투명유리병에 갇힌 바다에 뿌리를 내려 그 수액을 힘껏 빨고 있는데 바람에 흐르듯 바다는 이따금씩 춤을 추며 사월을 풀어헤친 그 눈동자속으로 한낮에도 안개가 머물 수 있다는 걸 단호히 보여주었다 낙타등처럼 굽은 산 지도처럼 구부러진 해변을 따라 물새는 끼륵끼륵 바이올린 소리를 흉내내고 흔들릴대로 흔들어진 바람개비는 이미 버려진 풍경인데 봄햇살속 끊임없이 사랑하..

나름팀과 여의도 윤중로 걷기 (4/6)

양광모 심장에 맞지 않아도 사랑에 빠져 버리는 천만 개의 화살 그대, 피하지 못하리 여의도 벚꽃도 보고 더현대도 가보기로 해 잡은 날이다. 헌데 날이 갑자기 더워지며 꽃은 다 피어 버렸고 거기다 수욜 하루 종일 내린 비로 꽃을 다 떨어졌지만 잡은 날이라 여의나루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혹시나 해 나름 단톡에 올리니 뵙기 힘든 에인절고와 넘버4까지 온다고 한다. 리사는 다리가 아파 못 온다고.... 6명 중 5명이 참석하는것도 감지덕지다. 어제 내린 비가 아침에도 실비가 오고 날도 쌀쌀해 졌다. 에인절고 아침에 전화가 와 지금 일어났다고 준비물이 있냐고.... 몸만 오면 된다고 했다. 여의나루엑에 다 모였는데 에인절고가 전철을 놓쳐 늦는다고. 늦은 사람이 커피 사면 되니 안 미안해 해도 될것 같다. 아무튼 ..

세종 가정 방문 (4/3)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녘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졸업 후 첫 직장(!)에서 만난 장샘. 생일이 춘분이라 춘희라는 이름이고 여산은 이런 장샘을 '라 트라비아타'라고 부른다. 긴 인연이 이어져 ..

안양천 벚꽃 나들이 (석수역-구일역, 4/1)

권오범 퇴근 때마다 촐싹대는 강아지 앞에 줏대마저 세울 수 없게 녹초가 된 육신 변변치 못한 영혼 만나 한평생 땀에 절어 골진 몰골 추스를 수 없는 희망을 씹고 있다 젓가락으로 대가리 잡혀 거꾸로 승천한 네 마음 내 마음 싸잡아 막걸리 한 보시기로 달래며 안양회 벚꽃 나들이가 취소되어 심심이와 놀 수 있게 되었다. 산나리는 오마니가 마음에 걸린다고 하고 계속 바쁜일이 있어 5월이나 만나자고.... 심심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둘레길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안양천을 걷기로 했다. 10시 석수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을 잘못 봐 내가 10분 정도 늦었다. 심심이는 원래 빨리 오는 친구라 더 많이 기다렸다. 석수역에는 둘레길 스탬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역 나가자마자 보이는 벚꽃 만개 장면. 정말이지 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