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참석도 하고 남산도 걷고 (5/18) 행복 / 김재진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나무처럼 사람들 속에 섞여 고요할 때 나는 행복하다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로 개울을 건너거나 대지의 맨살을 발바닥으로 느낄 때 만지고 싶은 것 입에 넣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하나 없이 비어 있을 때 행복하다 가령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닿고 한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5.19
여산표 사진 - 전주 (5/1) '오늘 아침 새소리’- 이성복(1952∼ ) 병이란 그리워할 줄 모르는 것 사람들은 그리워서 병이 나는 줄 알지 그러나 병은 참말로 어떻게 그리워할지를 모르는 것 오늘 아침 새소리 미닫이 문틈에 끼인 실밥 같고, 그대를 생각하는 내 이마는 여자들 풀섶에서 오줌 누고 떠난 자리 같다 아픔이 살아 있다..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5.11
장수 프로젝트 그 첫날-전주 찍고 장수로..(5/1~4) ‘봄’-나태주(1945~ ) 딸기밭 비닐하우스 안에서 애기 울음소리 들린다 응애 응애 응애 애기는 보이지 않고 새빨갛게 익은 딸기들만 따스한 햇볕에 배꼽을 내놓고 놀고 있다 응애 응애 응애 애기 울음소리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빨랫줄 펄럭이는 기저귀. 기저귀 사이 터져 나오는 갓난애 새하얀 울음..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5.08
구로닥의 남산 걷기 (4/28)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1951~ )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4.29
산계 모임-안산 걷기 (4/27) 어느 사이 속보速步가 되어/이성부 걷는 것이 나에게는 사랑 찾아가는 일이다 길에서 슬픔 다독여 잠들게 하는 법을 배우고 걸어가면서 내 그리움에 날개 다는 일이 익숙해졌다 숲에서는 나도 키가 커져 하늘 가까이 팔을 뻗고 산봉우리에서는 이상하게도 내가 낮아져서 자꾸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멀..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4.27
주님부부도 뵙고 기록갱신도 하고..(mbc한강마라톤, 4/26) 놀란 강/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 산 이외.../마라톤 2009.04.27
남성역에서 사당역까지 걷기 (까치산, 4/24) 들길 / 도종환 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 속 지니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4.26
친구 만나러 가는길 (4/23) 애교 / 유홍준 열 번도 더 바꿀 수 있는 것이 종교 봐, 열한 살 딸아이가 내 앞에서 애교를 떠네 이빨 빼는 게 무서워 덧니 두 개가 난 딸아이가 방실방실 잡티 하나도 없는 웃음을 짓네 아아, 예쁘고도 예쁜 내 애교의 교주 이제 누가 뭐래도 나의 신앙은 애교라네 애교라면 나는 사족을 못 쓴다네 애교..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4.23
애주가 봄소풍을 가다 (반기문 마라톤 대회, 4/19) '봄날과 시’- 나해철(1956~ ) 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 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 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섞이어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 산 이외.../마라톤 2009.04.20
왜 뛰나고? 섬진강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 산 이외.../마라톤 200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