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로사항 (8/26) ‘눈물 부처’-서정춘(1941~ )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뜬금없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날아드는 시. 짧지만 꽝꽝 울려 내 가슴 한참 멍하게 하는 시. 이런 시 위해 시인은 평생 가난하게 시 쓰며 숨어..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8.28
꽃같은 친구를 만나던 날 (8/7) ‘7월의 편지’ 중-박두진(1916~98)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8.12
올드 멤버를 만나서.. (7/22) ‘패랭이꽃’-이은봉(1953~) 앉아 있어라 쪼그려 앉아서 피워 올리는 보랏빛 설움이여 저기 저 다스한 산빛, 너로 하여, 네 아픈 젖가슴으로 하여 한결 같아라 하나로 빛나고 있어라 보랏빛 이슬방울이여 눈물방울이여 언젠가는 황홀한 보석이여 앉아서 크는 너로 하여, 네 가난한 마음으로 하여 서있..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7.30
밤새 내린 비 때문에 주왕산은 물 건너가고.. (7/20~21) 성형수술/신혜림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눈을 다듬는다 잘난 척하지 말라고 콧대도 조금 낮춘다 세상에 대한 불평 세상에 대한 편견 교만,자존심,이기심을 향해 메스를 댄다 미간의 주름도 편다 가슴을 열고 나쁜 버릇들을 도려낸다 아아 쓸데없는 아집으로 얼마나 괴로웠던가 모두가 욕심을 합리..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7.30
전쟁기념관 가던 날 (7/8) '해바라기의 비명(碑銘)’-함형수(1914∼1946)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7.10
우이령을 염두에 두었으나.. (파주 둘러보기, 7/4) ‘보리밭 풍경’-김상현(1947~ ) 낮 열두 시 기차는 푸른 보리밭으로 들어가고 땡볕 흔드는 매미 울음소리 사이로 새참을 이고 가는 아낙도 푸른 보리밭으로 들어간다 학교가 끝난 한패의 아이들도 자전거 탄 우체부도 보리밭으로 보리밭으로 모두 푸른 보리밭으로 들어가고 지금은 보리밭만 보인다.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7.06
백사동천을 가다 (7/3) ‘물방울의 시’ - 이흔복(1963∼ ) 꽃잎에 송알송알 맺혀 꽃말에 귀 기울이는 물방울. 풀잎 위 고요히 안착하여 스스로를 빛내는 영롱한 물방울. 스며들거나 깐깐오월 돋을볕이면 증발할 것만 같은, 번지거나 명지바람이면 합쳐져 흘러내릴 것만 같은 한순간, 순간! 이윽고는 얽박고석 위 얼룩으로 남..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7.04
Half past Ten 에서의 패밀리 축하모임 (7/2) '포살(布薩)식당’-홍성란(1958~ ) 저 외진 데로 가 혼자 밥 먹는 친구를 보고 일곱 사람이 식판 들고 그쪽으로 몰려가네 산나리 긴 목을 휘어 물끄러미 보고 있네 혼자 밥 먹어 보셨는지. 직장 동료 끼리끼리 화기애애 어울리는 번잡한 식당 한쪽 차지한 민망함 느껴 보셨는지. 봄소풍 가 외진 데 홀로 숨..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7.02
생신하기 (6/13) ‘양파를 옹호하다’-유안진(1941~ ) 껍데기만으로도 뭔가가 될 수 있지 울릴 수 있지 벗겨내려면 울지 않을 수 없지 겉과 속이 한결같지 속인 적 없어 껍데기를 감동시키기에는 껍데기면 충분할 뿐 살아온 전부가 껍데기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알맹이는 본 적이 없으니까 아는 건 껍데기뿐 누군, 껍데기..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6.14
낙산 둘러보기 (6/12) ‘산책’ 중-김형영(1945∼ ) 아침마다 숲길을 거닙니다. 움 트고 새 날아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도 숨구멍은 저절로 열리고 가지에 바람이 흔들립니다. 발걸음이 빨라지면 나무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속상한 날이건 즐거운 날이건 그런 건 다 내뿜어버리고 제 생명의 입김 실컷 마시라 합니다. 숲 속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