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름대로 후회없이 동마를 뛰다 (3/15) 無言으로 오는 봄/朴在森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혀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 산 이외.../마라톤 2009.03.15
3월 걷기모임(당산역~홍대입구역, 3/7) 변명 / 마종기 흐르는 물은 외롭지 않은 줄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 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 오늘에야 내가 물이 되어 물의 얼굴을 보게 되다니. 그러나 흐르는 물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 없구나. 엉뚱한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3.07
이자까야 나고미에서 (2/28) 외로울 때 - 이생진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때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하동 금오..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3.04
여산 사진으로 본 남도 이야기 (삼나무숲~순천만, 2/17) 시대의 우울 / 최영미 모든 노래 모든 몸짓에 싫증이 난 어느 날 아침 나는 불현듯 여행을 꿈꾸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여행을 떠났다 일상은 위대하다 삶이 하나의 긴 여행이라면 일상은 아무리 귀찮아도 버릴 수 없는 여행가방 같은 것 긴 여행을 계속하려면 가방을 버려선 안 되듯 삶은 소소한 생..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2.28
순천만에서 (2/17) ‘찰나 속으로 들어가다’ - 문태준(1970~ ) 벌 하나가 웽 날아가자 앙다물었던 밤송이의 몸이 툭 터지고 물살 하나가 스치자 물속 물고기의 몸이 확 휘고 바늘만 한 햇살이 말을 걸자 꽃망울이 파안대소하고 산까치의 뾰족한 입이 닿자 붉은 감이 툭 떨어진다 나는 이 모든 찰나에게 비석을 세워준다 찰..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2.24
광화문 KT art hall (2/6) 주유소 / 윤성택 단풍나무 그늘이 소인처럼 찍힌 주유소가 있다 기다림의 끝, 새끼손가락 걸 듯 주유기가 투입구에 걸린다 행간에 서서히 차오르는 숫자들 어느 먼 곳까지 나를 약속해줄까 주유원이 건네준 볼펜과 계산서를 받으며 연애편지를 떠올리는 것은 서명이 아름다웠던 시절 끝내 부치지 못했..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2.11
한산 월례회의 (2/9) ‘조용한 일’-김사인(1955~ )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미처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내 적막의 발 아래 천 길로 떨어지는 나락을 조용히 지탱해 준 당신이 있었음..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2.10
愛走家 地神祭 (2/8) ‘모래산의 먼지’ - 최동호(1948~ ) 무모한 자가 아니라면 위험한 일에 나서지 않는다 혁명도 사랑도 시시하다 외로움으로 부스러진 시의 먼지 하나에 칼끝을 겨누어 피 밴 말의 소금기를 맛보았는가? 사막을 걷다가 뼈가 부스러진 말은 그림자도 없이 낙타 발굽 아래 모래산 먼지가 된다 시는 위험하.. 산 이외.../마라톤 2009.02.10
마리안느 정원에서 (2/2) 어느새 / 최영미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잊었다 노동과 휴식을 바느질하듯 촘촘히 이어붙인 24시간을, 내게 남겨진 하루하루를 건조한 직설법으로 살며 꿈꾸는 자의 은유를 사치라 여겼다 고목에 매달린 늙은 매미의 마지막 울음도 생활에 바쁜 귀는 쓸어담지 못했다. 여름이 가도록 무심코 눈에 ..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2.04
2009 몸+몸 전시회를 보고 (1/30) '젊음을 지나와서’ 부분 - 김형수(1959∼)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추억은 사치처럼 화사한 슬픔 뒤에 숨고 아무 낙이 없을 때 사람들은 배운다 고독을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보아라, 한 차례 영광이 지나간 폐허의 가슴에선 늦가을 햇살처럼 빠르게 반복되는 희망과 좌절이 다시 또 반복되는 기쁨.. 산 이외.../2009년 일기 2009.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