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도우미 후... (모락산, 11/16) list -장승리 (1974∼ ) 신의 강박적 기질이 list를 낳았다 첫째 날, 둘째 날…… 천지창조의 그 기막힌 list와 (……………··) 오늘날 내 작은 수첩에 적힌 수많은 list를 보아라 결국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도 신이 수첩에 휘갈겨 적은 list에 불과한 것인가 (················) list 없는 .. 산행기/2008년 2008.11.17
우중 우비산인 (삼각산, 11/15) 가을 해후/조 향 미 그대 가는구나 지친 울음 마침내 가라앉고 고요한 봇물 비친 산그림자 은은히 깊다 못둑 들꽃에 잠시 앉았다 떠나는 잠자리 하르르 저 결고운 햇살 속으로 그대 아주 가는구나 출발/김동률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1. 만나는곳: 2008.11.15 (토) 13;40 구파발 전철역 1번 출구 2. 코스개관: .. 산행기/2008년 2008.11.17
청계사 가는길 (청계산, 11/12) 단풍드는 날/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 산행기/2008년 2008.11.14
팔공산인 (11/9) 유혹당하는 아름다움/이생진 여자를 유혹한다 산 속으로 유혹한다 여자는 다소 내 유혹에 움직이는 기색인데 산은 내 유혹에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의 유혹이 산을 넘어갈 무렵 이번엔 산이 여자와 나를 유혹한다 유혹당하는 것은 유혹하는 것보다 아름답다 유혹당할 때는 몰랐는데 유혹이 가고 나니 .. 산행기/2008년 2008.11.14
팔공산 사찰순례 (11/9) ‘사막·4’ 부분 - 김남조 (1927~ ) 하늘과 땅이 너무 멀리 서로 물러나 있어서 가운데가 텅 비었다 이 공포스런 거대 허공, 지구상의 큰 산들을 깎아 다듬어서 소슬한 벽 가리개로 세워본들 그래도 어림없는 헐렁함이겠거늘 […] 한 번 사막의 오지를 느껴본 후엔 어디에도 떠나지 않는 이들이 있다 평생.. 산행기/2008년 2008.11.14
비바람 때문에.. (간월-신불산, 11/8) '장자님 말씀’ 부분 - 김용민(1957∼ ) 장자가 말했다던가 ‘복수하지 말라 강가에 앉아 한 십년쯤 기다리고 있으면 원수의 시체가 떠내려 오리라’. 어떤 경우는 1년도 안 되어 모조리 떠내려 오고 어떤 때는 몇 십 년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생의 내밀한 부분 하나는 예.. 산행기/2008년 2008.11.13
이 가을 정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모락산, 10/26) ‘드라이아이스’ - 김경주(1976~ )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 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골목 끝 슈퍼마켓 냉장.. 산행기/2008년 2008.10.26
이 가을 정들다 비맞기 산행 (관악산, 10/25) ‘정육점’ -조동범(1970~ ) 죽음을 널어 식욕을 만드는 홍등의 냉장고 냉장고는 차고 부드러운, 선홍빛 죽음으로 가득하다 어둡고 좁은 우리에 갇혀 비육될 때까지 짐작이나 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식욕을 떠올렸을, 단 한 번도 초원을 담아보지 못한 가축의 눈망울은 눈석임물처럼 고요한 죽음을 담.. 산행기/2008년 2008.10.25
서락 계곡에서 단풍에 빠지다 (10/18~19) ‘샘’ -정진명 (1960∼ ) 내 마음 깊은 곳에 샘이 하나 있습니다. 날마다 퍼내어 쓰지만 마른 적이 없는 샘. 내가 쓰고도 남아 이웃들에게도 베풀고 때로 뭇짐승들에게도 나누어줍니다. 퍼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것은 물길이 당신에게 닿아 있는 까닭입니다. 나그네가 칡잎을 오그려 마른 목을 축이.. 산행기/2008년 2008.10.22
이 가을 정들기 산행 (삼각산, 10/18) ‘정동진 횟집’- 김이듬(1969~) 분이 다 풀릴 때까지 전처 딸을 팬 횟집 여자가 하품을 하며 손질한다. 바다는 전복 속을 뒤집어 놓고 입 큰 물고기의 딸꾹질로 연신 출렁댄다. 푸른 등을 돌린 다랑어 내장같이 우린 칼등으로 서로를 기억의 도마 밖으로 쓸어내고 싶은 거다. 자주 발라먹은 속살에 질려 .. 산행기/2008년 200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