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를 가다 (12/13, 함양 백운산) 산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구나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 산행기/2008년 2008.12.16
겨울인지 봄인지.. (관악산, 12/10) ‘깊은 꿈’- 최민 (1944~ ) 꿈의 깊은 수렁 살아 흔들리는 무거운 물살 아래 거칠고 소름 끼치고 진저리 치는 어두운 살들의 아우성 땀 속으로 그 속으로 나는 대낮의 흰 닻을 내린다 뜬구름 같은 마음 색색 가지 바람들을 그 끝에 붙잡아 두려고 꿈의 깊은 늪 쓸쓸한 바닥 밑바닥에서 사랑의 이유들을 주.. 산행기/2008년 2008.12.12
여산 사진으로 다시보는 신불,팔공산 (11/8~9) 물감이 마르지 않는 날/신해욱 1 그날 나는 물 같은 시선과 약속을 했다. 가운뎃손가락에 물을 묻혀 원을 그리고 붓을 빨아서 햇볕에 말렸다. 나의 약속은 마르지 않는다. 2 물이 아니라면 내 영혼은 외로움에 젖겠지. 나는 피가 무거웠고 눈이 나빴다. 지워지지 않는 종이와 투명한 믿음이 필요했다. 그.. 산행기/2008년 2008.12.10
수리산의 당나귀들 (12/7) ‘그리운 골목’-심재휘 (1963 ~ ) 한 넓은 곳에서 또 다른 넓은 곳으로 건너가는 오늘은 골목이 그립다 좁고 굽은 밤 골목에 들면 전봇대의 흐린 전등 하나 그 아래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곳 끝없이 갈라지는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헤매었으나 지나온 길에 다시 와 갇혀 버릴 때 문득 담.. 산행기/2008년 2008.12.08
당나귀들의 송년산행 (수리산, 12/7) 행복한 아름다운 12月 나는 12月입니다..... 열한 달 뒤에서... 머무르다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곳도 없는... 끝자리 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 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 산행기/2008년 2008.12.08
아니 벌써 겨울산? (신선봉,마패봉,부봉, 11/30) 진심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법정스님 진심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 산행기/2008년 2008.12.03
바람아 멈추어다오~ (삼각산, 11/29) ‘문둥이는 거울이 필요 없다’ 부분 - 홍사성 (1951∼ ) 경허(鏡虛), 그 천하의 진문둥이 콧구멍 없는 소가 돼 미친 여자와 하룻밤 동침했지 더 이상 밭 갈기 싫어 삼수갑산으로 도망갔지 빈 거울마저 깨버리고 밤이면 밤마다 줄없는 거문고나 뜯었지 경허(1849∼1912). 그는 우리나라 근대 선불교의 중흥조.. 산행기/2008년 2008.11.29
산딸나무 드디어 산으로~ (모락산, 11/23) '오늘의 노래’-이희중(1960∼ )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 산행기/2008년 2008.11.24
숙원사업 수도-가야산 종주기 (11/21~22) ‘밤의 향기’- 김영승 (1958∼ ) 이 향기 이 비 쏟아지기 전날 밤의 이 향기 이 향기는 나는 죽어 귀신이 된다면 잠깐 이런 향기리라 롤러스케이트장 공원 자판기 불빛에다 대고 이 글을 쓴다 오늘밤엔 아무도 없어 좋다 어둠 속엔 토끼풀 그 위엔 아카시아로군 멀리 붉은 네온 십자가 대명 뼈다귀 감자.. 산행기/2008년 2008.11.24
나무천사 사진으로 다시보기 (신불산, 팔공산, 11/8~9) 멀다 ‘먼 길’-윤제림 (1959∼ ) 파마 머리 여자 하나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대합실을 나온다 끌리는 가방 뒤에 서너 살짜리도 하나 끌려나온다 아이가 징징거린다 “멀었어?” 여자가 소리친다 “다 왔어.” 아이가 퍼질러 앉는다 “다리 아파.” 둘둘 말린 주간지가 아이의 머리를 후려치고 어.. 산행기/2008년 2008.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