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라 타고 덕유산 가기 (7/19)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1935~ )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산행기/2008년 2008.07.20
1일 2산? (비학산, 심학산, 7/13) ‘젖’- 고형렬(1954 ~ ) 나는 사람들 어깨 너머로 보고 있다 차들이 지나가는 길가에 어미 진돗개가 모로 쓰러져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어미는 새끼들에게 꼼짝 못하고, 한순간의 짧고 강한 사랑의 대가를 받고 있다. 얼굴을 마구 들이미는 엄마의 젖, 젖꼭지 열이 새빨갛다 멍이 들다 이젠 쭈글.. 산행기/2008년 2008.07.16
삼성-관악산 인물사진 (7/12) ‘오늘’ -정철훈(1959~ ) 어디 세월뿐이랴, 목숨뿐이랴 노래도 강물도 가락도 그대도 저 태양을 두고 떠날 것이기에 창 밖을 내다보는 여자가 오늘이 괴롭고 오늘은 가로수의 오후가 나에게 중요하고 그런 날은 세상의 모든 술잔들이 나를 향할 것이니 세상을 다 바라볼 필요는 없으리 다만 그때 상처 .. 산행기/2008년 2008.07.14
비때문에 코스를 바꾸었으나.. (삼성-관악산, 7/12) ‘소나무’ - 조용미(1962~ ) 나무가 우레를 먹었다 우레를 먹은 나무는 암자의 산신각 앞 바위 위에 외로 서 있다 암자는 구름 위에 있다 우레를 먹은 그 나무는 소나무다 번개가 소나무를 휘감으며 내리쳤으나 나무는 부러지는 대신 번개를 삼켜버렸다 칼자국이 지나간 검객의 얼굴처럼 비스듬히 소.. 산행기/2008년 2008.07.14
낮은 산도 힘들더라... 그냥 걷기만 하세요/법정스님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 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 산행기/2008년 2008.07.09
당나귀산악회 인물사진 (7/6) ‘한여름’ 전문- 고두현(1963~ )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바다에 비 내립니다. 보리밭인 줄 알았습니다. 하늘거리는 몸짓. 그 연하디연한 허리 아래 매운 뿌리 뻗는 줄 모르고 푸르게 보이는 게 다 보리인 줄 알았습니다. 발밑에서 그토록 단단한 마디.. 산행기/2008년 2008.07.06
능선 산행의 백미-정개산-원적산 (7/6) 산/고은 산기슭에 태어나서 나도 산이었다 산과 사람이 하나인 시절 어린아이 깔깔대며 나도 산이었다 젊은 날 산에 들어가 내 마음 가득히 산 소나기에 젖어 겨울이 오면 겨우살이 싱싱하여라 나도 산이었다 신새벽 어두움속이어도 날 저물어 온통 산이 어둠속에이어도 나에게는 그리운 것이 다 보였.. 산행기/2008년 2008.07.06
비때문에 산에 못 갈 뻔? (관악산, 7/5) ‘구성동(九城洞)’ - 정지용(1902~50) 골작에는 흔히 유성(流星)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히기도 하고, 꽃도 귀양 사는곳, 절터ㅅ드랬는데 바람도 모히지 않고 산(山)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구성동은 금강산에 있다 했겠다. 골짜기가 하늘을 향해 트이고 폭포 소리가 가.. 산행기/2008년 2008.07.06
찜통 더위 속에 모락산 가기 (7/4) ‘공휴일’ - 김사인(1955~ ) 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식구들 세워놓고 사내 하나 사진을 찍는다 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 히쭉비쭉 신바람 나 가족사진 찍는데 아이 들쳐업은 촌스러운 여편네는 생전 처음 일이 쑥스럽고 좋아서 발그란 얼굴을 어쩔 줄 모르는데 큰애는 엄마 곁에 붙어서 학교에서 배운 대.. 산행기/2008년 2008.07.06
여산 사진으로 보는 속리산, 묘봉 (6/13~15) 백담사/이성선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 끝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별이 더 많이 돋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 산행기/2008년 200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