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개니 산에 갈 수 밖에.. (관악산, 6/22) ‘인식의 힘’ 전문 - 최승호(1954~)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가? 링컨을 생각하라. 스스로 감옥에 갇혀 있는가? 정약용을 생각하라. 소아마비로 고통받고 있는가? 루스벨트를 생각하라. 지진아로 불리며 공부에 낙인이 찍혔는가? 아인슈타.. 산행기/2008년 2008.06.23
영등산악회 영봉에서 백운봉으로 (삼각산, 6/22) ‘낙화’ - 박영근(1958~2006) 바람 속에 저 눈부신 꽃자리에 눈을 감는 허공에 꽃이파리가 떨어진다 내 몸 어디 캄캄한 가지 속에서 햇잎이 저를 밀어올리는 것인가 백목련 건너 모과나무 한 그루 주 선 채 아침놀 받고 밤 사이 누가 왔나보다 온몸이 흥건하다 <일 년간 만나지 못한 친구. 내년에도 .. 산행기/2008년 2008.06.22
나무천사 사진으로 본 속리산, 묘봉 (6/14~15) ‘월식(月蝕)’ - 김명수(1945~ ) 달 그늘에 잠긴 비인 마을의 잠 사나이 하나가 지나갔다 붉게 물들어 발자국 성큼 성큼 남겨놓은 채 …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달이 커다랗게 불끈 솟은 달이 슬슬 마을을 가려주던 저녁 이토록 짧은 시가 소설보다 더 두꺼운 생의 경전이 될 수 있다니. 문장을 손으.. 산행기/2008년 2008.06.18
인물로 보는 묘봉, 상학봉 (6/15) ‘저수지’- 이윤학(1965 ~ ) 하루 종일, 내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그 저수지가 나오네 내 눈 속엔 오리떼가 헤매고 있네 내 머릿속엔 손바닥만 한 고기들이 바닥에서 무겁게 헤엄치고 있네 물결들만 없었다면, 나는 그것이 한없이 깊은 거울인 줄 알았을 거네 세상에, 속까지 다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고 .. 산행기/2008년 2008.06.16
밧줄과 개구멍이 많았던 묘봉, 상학봉 (6/15) ‘돌아가는 길’ - 문정희(1947~ )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 산행기/2008년 2008.06.16
인물로 보는 속리산 (6/14)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 양하고 그믐처럼 몇은 졸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 산행기/2008년 2008.06.16
생일 축하 산행 (속리산, 6/14) ‘먼 별’ - 이희중(1960~ ) 이제 미움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함께 지낸 날들의 눈빛 잊지 않으면 그조차 먼 별이 되어 빛나네 비 오는 정오가 아닌, 노을 진 저녁이 아닌 짱짱한 햇빛 아래 서서 그대를 다시 보낸다 해도 더는 진땀 흘리지 않을 터 다만 잊지 마라 함께 다닌 많은 길들 골목들 집들 그 위 .. 산행기/2008년 2008.06.16
愛走家 소백산을 가다 (6/8)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정일근 어디 한량없는 목숨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無量壽).. 산행기/2008년 2008.06.10
온몸 산악회는 아무나 하나? (삼각산, 6/6)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1960~1989)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 산행기/2008년 2008.06.07
당나귀산악회-성남시계산행 (남한산성-불곡산,6/1) ‘길 위에서 깔려 죽은 뱀은 납작하다’ - 함민복(1962~ ) 봄엔 능구렁이가 많이 깔려 죽고 가을엔 독사가 많이 깔려 죽는다 왜 그러냐고 뱀들에게는 아직 물어보지 못했으나 뱀이 죽은 이 지점은 가장 뱀의 길이 아니었으며 죽은 한이 있더라도 꼭 건너야 했던 가장 뱀의 길이었으니 길은 얼마나 공격적.. 산행기/2008년 2008.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