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때문에 코스를 바꾸었으나.. (삼성-관악산, 7/12) ‘소나무’ - 조용미(1962~ ) 나무가 우레를 먹었다 우레를 먹은 나무는 암자의 산신각 앞 바위 위에 외로 서 있다 암자는 구름 위에 있다 우레를 먹은 그 나무는 소나무다 번개가 소나무를 휘감으며 내리쳤으나 나무는 부러지는 대신 번개를 삼켜버렸다 칼자국이 지나간 검객의 얼굴처럼 비스듬히 소.. 산행기/2008년 2008.07.14
드림팀 수도권에서 모이다 (7/11) ‘내 가슴에’ - 정호승(1950~ ) 내 가슴에 손가락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못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비를 뿌리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한평생 그들을 미워하며 사는 일이 괴로웠으나 이제는 내 가슴에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를 비난하고 깊은 상처..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7.14
낮은 산도 힘들더라... 그냥 걷기만 하세요/법정스님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 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 산행기/2008년 2008.07.09
당나귀산악회 인물사진 (7/6) ‘한여름’ 전문- 고두현(1963~ )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바다에 비 내립니다. 보리밭인 줄 알았습니다. 하늘거리는 몸짓. 그 연하디연한 허리 아래 매운 뿌리 뻗는 줄 모르고 푸르게 보이는 게 다 보리인 줄 알았습니다. 발밑에서 그토록 단단한 마디.. 산행기/2008년 2008.07.06
능선 산행의 백미-정개산-원적산 (7/6) 산/고은 산기슭에 태어나서 나도 산이었다 산과 사람이 하나인 시절 어린아이 깔깔대며 나도 산이었다 젊은 날 산에 들어가 내 마음 가득히 산 소나기에 젖어 겨울이 오면 겨우살이 싱싱하여라 나도 산이었다 신새벽 어두움속이어도 날 저물어 온통 산이 어둠속에이어도 나에게는 그리운 것이 다 보였.. 산행기/2008년 2008.07.06
비때문에 산에 못 갈 뻔? (관악산, 7/5) ‘구성동(九城洞)’ - 정지용(1902~50) 골작에는 흔히 유성(流星)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히기도 하고, 꽃도 귀양 사는곳, 절터ㅅ드랬는데 바람도 모히지 않고 산(山)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구성동은 금강산에 있다 했겠다. 골짜기가 하늘을 향해 트이고 폭포 소리가 가.. 산행기/2008년 2008.07.06
찜통 더위 속에 모락산 가기 (7/4) ‘공휴일’ - 김사인(1955~ ) 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식구들 세워놓고 사내 하나 사진을 찍는다 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 히쭉비쭉 신바람 나 가족사진 찍는데 아이 들쳐업은 촌스러운 여편네는 생전 처음 일이 쑥스럽고 좋아서 발그란 얼굴을 어쩔 줄 모르는데 큰애는 엄마 곁에 붙어서 학교에서 배운 대.. 산행기/2008년 2008.07.06
예당에서 (6/30) ‘등잔’ - 신달자(1943~ )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 줌 흘리고..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7.02
아싸, -2 (쿨런 블루마라톤, 6/29) '밥보다 더 큰 슬픔' - 이수익(1942~ ) 크낙하게 슬픈 일을 당하고서도 굶지 못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이, 슬픔일랑 잠시 밀쳐두고 밥을 삼켜야 하는 일이,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밥을 씹어야 하는 저 생의 본능이, 상주에게도, 중환자에게도, 또는 그 가족에게도 밥덩이보다 더 큰 슬픔이 우리.. 산 이외.../마라톤 2008.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