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낙남정맥 이어아기 (화원마을-무선산-돌장고개, 2/18) 원근법 -김종길(1926~2017) 흰 눈과 검은 숲으로 시베리아 산등성이는 얼룩말 잔등. 그 잔등을 호랑이 한 마리가 벼룩처럼 뛰며 달린다. 그놈을 추적하는 헬리콥터의 그림자가 진드기처럼 그 뒤에 붙어 다니고. 이론이 실타래처럼 얽힌 현실을 갈피 짓듯이 원근법은 풍경의 깊이를 평면에 재.. 산행기/2018산행 2018.02.18
동계지리 반주기 2 (2/1~2) 햇살에게 -정호승(1950~ )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자는 햇살에 힘입어 먼지를 보고, 자신이 먼지에 불과한 걸 알게 되고, .. 산행기/2018산행 2018.02.13
동계지리 반주기 1 (2/1~2) 눈 -윤금순(1937~ )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전라도 곡성의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을 배워 시를 써서는 '시집살이 시(詩)집살이'라는 책까지 냈다기에 호기심에 읽어보았다. 놀랐다. 시가 비슷해서가 아니라 좋은 시들.. 산행기/2018산행 2018.02.13
낙남정맥길에서 생일을 맞다 (솔티고개-화원마을, 2/4) 가을걷이 -도귀례(1944~ ) 묏똥 앞에 땅이 남아 세 고랑 밭을 만들었는데 곡식 벌이해서 짐승 좋은 일만 했네 애초기로 친 것만치로 야물딱지게 뜯어먹어 버렸네 자근자근 빠마볶아 먹은 것처럼 먹어버렸네 돈 고까진 것 안 벌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 것이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 그러니까 .. 산행기/2018산행 2018.02.04
산인지 들인지... (낙남정맥 , 곤명동-솔티고개, 1/21) 미궁 - 장석주(1955~ ) 길 없네 갑자기 길들 사라졌네 얼굴 다친 나 가슴 없는 나 얼어붙은 구두를 신고 미궁에 빠졌네 길 없네 갑자기 길들 사라졌네 내 앞에 검은 노트 하얀 나무가 자라는 검은 노트 나는 읽을 수 없네 나는 미궁에 빠졌네 생의 길에서 갑자기 미궁에 빠질 때 얼마나 당혹스.. 산행기/2018산행 2018.01.22
거제 놀러가기3 (지심도, 1/13 그래도 날고 싶다 -이상국(1946~ ) 노랑부리저어새는 저 먼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날아가 여름을 나고 개똥지빠귀는 손바닥만 한 날개에 몸뚱이를 달고 시베리아를 떠나 겨울 주남저수지에 온다고 한다 나는 철 따라 옷만 갈아입고 태어난 곳에서 일생을 산다 벽돌로 된 집이 있고 어쩌다 다.. 산 이외.../2018일기 2018.01.18
거제 놀러가기 2 (노자산-가라산, 1/12)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천양희(1942~ ) 남편의 실직으로 고개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한다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재앙 같은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 산행기/2018산행 2018.01.18
거제 놀러가기 1 (1/11) 전생의 모습 -이윤학(1965~ ) 작년에 자란 갈대 새로 자란 갈대에 끼여 있다 작년에 자란 갈대 껍질이 벗기고 꺾일 때까지 삭을 때까지 새로 자라는 갈대 전생의 기억이 떠오를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전생의 모습 시는 죽은 갈대와 산 갈대를 견주어 묘사하다가 전생(前生)이라는 낯선 세계.. 산 이외.../2018일기 2018.01.18
신년산행으로 모락-백운산 가기 (1/2) 義 -옳을 의 -안현미(1972~ ) 羊이 있다 我가 있다 我를 羊 아래 두는 일 표의문자를 만들던 옛사람들은 그것을 옳은 일 義라 여겼다 바위가 있다 바보가 있다 바위 아래 그가 있다 병장기 모양을 한 ‘아(我)’ 위에 ‘양(羊)’이 얹힌 ‘옳을 의’자에는 고기를 세심히 썰듯 바르게 사회질서.. 산행기/2018산행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