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쨍한 사랑 노래 -황동규(1938~) 그대 기척 어느덧 지표(地表)에서 휘발하고 저녁 하늘 바다 가까이 바다 냄새 맡을 때쯤 바다 홀연히 사라진 강물처럼 황당하게 나는 흐른다. 하구(河口)였나 싶은 곳에 뻘이 드러나고 바람도 없는데 도요새 몇 마리 비칠대며 걸어다닌다. 저어새 하나 엷은 석양 물에 두 발목 담그고 무연히 서 있다. 흘러온 반대편이 그래도 가야 할 곳, 수평선 있는 쪽이 바다였던가? 혹 수평선도 지평선도 여느 금도 없는 곳? 사랑하는 이의 기척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와 내가 끌고 온 시간에 쨍하고 금이 갔다는 거다.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헤아리던 마음은 도요새와 저어새 같은 뻘의 풍경 쪽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 시의 핵심은 마지막 석 줄이다. ‘그래도’에 담긴 어찌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