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이 전설의 고향 될뻔... (춘마를 뛰고.. 10/24) 한길의 노래 - 휘트먼(1819~1892) 도보로 경쾌하게 길을 나선다 튼튼하고 자유롭고 세계가 내 앞에. 내가 택하는 곳 어디로든 인도하는 긴 잿빛의 길이 내 앞에 있다. 이제부터 나는 행운을 구하지 않으리라 나 자신이 행운 자체인 것을. 이제부터 난 훌쩍이지 않으리, 미루지 않으며 아무것도 필요치 않으.. 산 이외.../마라톤 2010.10.26
걷지도 죽지도 않았다.. (평택항 마라톤, 10/10) ‘기러기떼’-이정록(1964~ ) 지상(地上)과의 인연 더 차가워져야 한다 활시위처럼 몸 당겨 겨울로 간다 작살 같은 대오로 하늘을 끌고 간다 몸 비트는 하늘 깃털처럼, 백설(白雪) 쏟아진다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느냐. 이 물가 저 하늘 기러기 떼 이착륙과 비행 분주하더냐. 안행(雁行)이 분명히 .. 산 이외.../마라톤 2010.10.15
북한산 둘레길 맛보기 (10/6) 오늘, 쉰이 되었다 -이면우(1951~ ) 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 산 이외.../2010일기 2010.10.11
얼굴에 바르는 떡? (비누떡 사용기) 비누 -이우걸(1946~ ) 이 비누를 마지막 쓰고 김씨는 오늘 죽었다 헐벗은 노동의 하늘을 보살피던 영혼의 거울과 같은 조그마한 비누 하나. 도시는 원인 모를 후두염에 걸려있고 김씨가 쫓기며 걷던 자산동 언덕길 위엔 쓰다 둔 그 비누만 한 달이 하나 떠 있다. 김씨는 누구일까? 혹시 나일까, 아니면 너.. 산 이외.../2010일기 2010.10.11
남산 나들이 (10/5) 명이 - 최두석(1956 ~ ) 요즘에는 별미의 나물이지만 예전에는 섬사람들 목숨을 잇게 해서 명이라 부른다는 울릉도 산마늘잎 장아찌 밥에 얹어 먹으며 문득 세상에는 참 잎도 많고 입도 많다는 것 생각하네 세상의 곳곳에서 기고 걷고 뛰고 날며 혹은 헤엄치며 하염없이 오물거리는 입들 과연 잎 없이 입.. 산 이외.../2010일기 2010.10.11
형제봉을 염두에 두었으나.. (삼청동 언저리 걷기, 10/2) 형제 - 김준태 (1948 ∼ ) 초등학교 1, 2학년 애들이려나 광주시 연제동 연꽃마을 목욕탕 키가 큰 여덟 살쯤의 형이란 녀석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여섯 살쯤 아우를 때밀이용 베드 위에 벌러덩 눕혀놓고서 엉덩이, 어깨, 발바닥, 배, 사타구니 구석까지 손을 넣어 마치 그의 어미처럼 닦아 주고 있었다 불.. 산 이외.../2010일기 2010.10.07
인왕산에서 광장시장까지.. (9/26)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1948 ∼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 산 이외.../2010일기 2010.09.28
미리 버스데이 파리 (9/17) 아직도 사람은 순수하다 - 김종해(1941∼ ) 죽을 때까지 사람은 땅을 제것인 것처럼 사고 팔지만 하늘을 사들이거나 팔려고 내놓지 않는다 하늘을 손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아직 순수하다 하늘에 깔려있는 별들마저 사람들이 뒷거래 하지 않는 걸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순수하다 역.. 산 이외.../2010일기 2010.09.24
오합지졸이 오리무중 될라... (서울성곽 걷기, 9/4) 나무가 바람에게 - 데이비드 매캔(1944~ ) 나무가 속삭이네. 바람아 내게 오라. 잎새며 가지들 가득 내 몸을 감싸다오. 내 가슴 깊은 데 살랑이는 그대 슬픔이 내 울음 되도록 ‘틀’을 깨려고 애쓰는 이는 아름답다. 이를 위해서 다른 문화의 형식을 과감히 실험하는 이, 더욱 아름답다. 위의 시조도 그런.. 산 이외.../2010일기 2010.09.06
둘레길 걷기반 샛강으로 가다 (9/4)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1934 ~ )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운율은 출렁이는 파도에서 배우고 음조의 변화는 저 썰물과 밀물을 닮아야 한다. 작은 물방울의 진동이 파도가 되고 파도의 융기가 바다 전체의 해류가 되는 신비하고 무한한 연속성이여. 시의 언어들을 여름바다처.. 산 이외.../2010일기 201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