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연주회 (5/18) ‘즉흥시’-김형영(1944∼ ) 당신이 쓰는 시는 아침마다 새로 피는 꽃, 그 꽃에 취해 말문 닫아걸고 나는 밤새도록 당신이 꾸는 꿈에 마음 부풀어 어느새 텅 빈 부자, 알몸으로 눈 뜨는 알토란같은 알부자! 하느님 영성 깃든 자연과 더불어 살며 시를 쓰니 몸과 마음 한결 여유롭고 시들도 자신을 닮아간.. 산 이외.../2010일기 2010.05.20
둘레길 걷기-국사봉을 향해서 (5/1) 미래의 시인에게 -박희진(1931~ ) 어디서인지 자라고 있을 너의 고운 수정의 눈동자를 난 믿는다 또 아직은 별빛조차 어리기를 꺼리는 청수한 이마의 맑은 슬기를 너를 실은 한 번도 본 일은 없지만 어쩌면 꿈속에서 보았을지도 몰라 얼음 밑을 흐르는 은은한 물처럼 꿈꾸는 혈액이 절로 돌아갈 때 오 피.. 산 이외.../2010일기 2010.05.03
송이회-남산에 올랐어라 (4/29) 나무 사이에 소리가 있다 - 조용미(1962 ~ ) 나뭇잎 하나하나가 다 귀가 되어 한 곳을 향하고 있다 키 큰 나무들, 오동나무와 대나무와 뾰족하고 잎사귀 많은 비파나무들, 어둑한 날 그들의 손에 온순하게 갇혀 있는 그토록 사나운 짐승인 바람은 사각사각 내려앉고 있는 달빛 물어뜯으려 숨을 고르고 있.. 산 이외.../2010일기 2010.05.01
애고, 하프도 힘들다~ (MBC 한강마라톤, 4/25) 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 - 이원(1968~ ) 이른 아침 교복을 입은 남자 아이가 뛴다 바로 뒤에 엄마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뛴다 텅 빈 동쪽에서 붉은색 버스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다 아직도 양수 안에 담겨 있는지 아이는 몸이 출렁거린다 십 수 년째 커지는 아이를 아직도 자궁 밖으로 밀.. 산 이외.../마라톤 2010.04.26
둘레길 걷기-국립 현충원 (4/17) 너무 늦은 생각 - 박라연(1951∼ ) 꽃의 색과 향기와 새들의 목도 가장 배고픈 순간에 트인다는 것 밥벌이라는 것 허공에 번지기 시작한 색과 향기와 새소리를 들이키다 보면 견딜 수 없이 배고파지는 것 영혼의 숟가락질이라는 것 모든 절정은 혼신을 다하는 순간에 트인다는 것, 그러므로 진정한 아름.. 산 이외.../2010일기 2010.04.20
동물원 콘서트 (4/8) 쨍한 사랑 노래 - 황동규(1938 ~ )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 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 산 이외.../2010일기 2010.04.10
둘레길 걷기-까치산 (4/3) 산다는 것/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 산 이외.../2010일기 2010.04.05
동성식당 (3/31)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은’-정일근(1958~ ) 따뜻한 말이 식지 않고 춥고 세찬 바람을 건너가기 위해 제주에선 말에 짤랑짤랑 울리는 방울을 단다 가령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이 그렇다 몇 발짝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어머니라는 말에 어멍이라는 말의 방울을 달면 돌담을 넘어, 올레를 달려, .. 산 이외.../2010일기 2010.04.02
예상 외로 선방한 2010 동마 참가기 (3/21) 장수산(長壽山)1 - 정지용(1902∼50)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좃지 않고 뫼ㅅ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뜻은 한밤 이골을 .. 산 이외.../마라톤 2010.03.22
황사를 뚫고(!) 낙산 넘어 길상사에 가다 (3/20)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1960~ ) …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 산 이외.../2010일기 2010.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