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피해 계곡산행 가기 (흥정산, 7/6) 나의 보일러 씨 - 서숙희(1959~ ) 1 그는 밤이면 버튼 하나로 내게 온다 둥근 털실뭉치에서 실이 풀려나오듯 볼볼볼 둥글고 부드러운 자음과 모음으로 달큰한 살 냄새로 그가 내 옆에 누우면 적막의 굳은살이 뭉긋이 풀려나고 충혈된 허파꽈리도 명치 아래서 잠든다 2 몸의 길 환히 열리어 .. 산행기/2014 산행 2014.07.07
숙원사업인 감악산 가던 날 (영춘기맥, 신림터널-피재, 6/15) 콩나물의 물음표 - 김승희(1952~ )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기간 동안 밑 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 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다습의 이마.. 산행기/2014 산행 2014.06.17
설악 달마봉 가기 (국제 트레킹대회,6/14)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1968~ )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 산행기/2014 산행 2014.06.15
모듬 멤버들과 북한산 가기 (6/4) 진순 씨! - 신진순(1953~ ) 고은 티라곤 없는 오십 고갯마루 뒷짐 지고 헉헉대며 오르는 계단 길에서 정 묻혀 이름 불러 준 너희들이 그냥 좋다 권위의 갑옷을 단단히 두르고 온갖 위협의 창날을 휘두르면서 해인사 일주문 사천왕상으로 입 앙다물고 파수를 선다 해도 그 갑옷이 얼마나 허술.. 산행기/2014 산행 2014.06.04
더위가 쳐들어 온 날씨에 치악산 가기 (싸리치-성남관리소, 6/1)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1952~ ) (전략)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 산행기/2014 산행 2014.06.02
영등회와 북한산 가기 (5/24) 밥 - 이우걸(1946~ ) 내 하루의 징검돌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내 하루의 노둣돌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내 한의 얼레줄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네가 주인이라서 섬기며 살아왔다 네가 목숨이라서 가꾸며 살아왔다 그 세월 지난 듯도 한데 왜 아직도 배가 고프니? 한 끼니 밥을 위.. 산행기/2014 산행 2014.05.24
아싸, 3연패 (대통령기 등산대회, 5/17~18) 남쪽물고기자리의 별들 - 이달균(1957~ ) 남쪽엔 물고기를 닮은 별들이 있다네 신화집 속에서도 별들의 무덤 속에서도 예전에 본 적이 없는 눈이 붉은 작은 물고기 자꾸만 자꾸만 강물이 어두워지고 넋 나간 고기들 하얗게 떠올라오면 개오동 잎사귀처럼 등뼈가 휘는 남쪽물고기 가난.. 산행기/2014 산행 2014.05.19
강화지맥길 잇기 (5/4)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오태환(1960~ ) 삐뚜로만 피었다가 지는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백금(白金)의 물소리와 청금(靑金)의 새소리가 맡기고 간 자리 연분홍의 떼가, 저렇게 세살장지 미닫이문에 여닫이창까지 옻칠경대 빼닫이서랍까지 죄다 열어젖혀버린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 산행기/2014 산행 2014.05.19
흙먼저 펄펄 날리는 강화기맥 가기 (별악산-퇴모산, 4/20) 얼룩 - 김기택(1957~ ) 달팽이 지나간 자리에 긴 분비물의 길이 나 있다 얇아서 아슬아슬한 갑각 아래 느리고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운 길 슬픔이 흘러나온 자국처럼 격렬한 욕정이 지나간 자국처럼 길은 곧 지워지고 희미한 흔적이 남는다 물렁물렁한 힘이 조금씩 제 몸을 녹이며 건조한 곳.. 산행기/2014 산행 2014.04.20
환상의 멤버들과 주작-덕룡 가기 (4/11~12)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 유형진(1974~ ) 식탁 위에 싹 자란 감자 하나. 옆에는 오래전 흘린 알 수 없는 국물 눈물처럼 말라 있다 멍든 무릎 같은 감자는 가장 얽은 눈에서부터 싹이 자란다 싹은 보라색 뿔이 되어 빈방에 상처를 낸다 어느 날 내 머릿속 얽은 눈이 저렇게 싹을 틔운다면.. 산행기/2014 산행 201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