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진달래 만나기 (4/13) 꽃자리 -구상(1919~2004)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산행기/2014 산행 2014.04.14
4월의 동화같은 날 영춘기맥을 걷다 (4/6) 백련꽃 사설 - 윤금초(1941~ ) 얕은 바람에도 연잎은 코끼리 귀 펄럭이제. 연화차 자셔 보셨소? 요걸 보믄 참 기가 맥혀. 너른 접시에 연꽃이 쫙 펴 있제. 마실 땐 씨방에 뜨거운 물 자꾸 끼얹는 거여. 초파일 절에 가서 불상에 물 끼얹대끼. 하나 시켜놓고 열 명도 마시고 그래. 그 향이 엄청.. 산행기/2014 산행 2014.04.14
밤새 봄이 쳐들어오다 (영춘기맥, 관암동고개-어상천도로, 3/16) 점 - 김선우(1970∼ ) 나는 지금 애인의 왼쪽 엉덩이에 나 있는 푸른 점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래 전 내가 당신이었을 때 이 푸른 반점은 내 왼쪽 가슴 밑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구과학 시간 칠판에 점 하나 쾅, 찍은 선생님이 이것이 우리 은하계다! 하시던 날 솟증이 솟아, 종일.. 산행기/2014 산행 2014.03.17
3월의 수리산에서 눈꽃을 만나다 (3/9) 나무들 - 조이스 킬머(미국 시인, 김욱동 역) 생각해 보라 이 세상에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가 어디 있으랴 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에 마른 입술을 대고 서 있는 나무 온종일 신(神)을 우러러보며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가슴에는 눈이 쌓이는 나무 비와 더불어 다정하게 .. 산행기/2014 산행 2014.03.12
여군과 넷 덕유산 종주 도전기 2 (2/24) 오리 -이윤학(1965∼ ) 오리가 쑤시고 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었지. 오리는 뭉툭한 부리로 호수를 쑤시고 있었지. 호수의 몸속 건더기를 집어삼키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을 쑤시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 떠 있었지. 꼬리를 흔들며 갈퀴손으로 당신 마음을 긁어내고 있었지. 당신 마.. 산행기/2014 산행 2014.02.25
여군과 넷 덕유산 종주 도전기 1 (2/23~24) 싸우는 그대에게 - 송경동(1967~ ) 슬프다니요 절망스럽다니요 당신 안에 적이 있군요 권리를 빼앗기는 것은 속상한 일이지만 나날이 새로워지는 생의 의무를 망각하는 일은 더 슬프고 나쁜 일이에요 ‘안녕하십니까’와 ‘안녕들하십니까’의 눈에 보이는 차이라면 ‘들’이 하나 들고 .. 산행기/2014 산행 2014.02.25
다운이 더 많은데 왜 이리 힘든지 (영춘기맥, 6번도로-칠송고개, 2/16) 피운다는 것은 -송지은(1964~ )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어둠이 찰지게 들어있는 방에서 꽃은 게으른 손목에 잡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이 스민 계절은 부풀고 어디에도 합류하지 못한 이력서 같은 천리향 나무 잎사귀 몇 장이 형광등 불빛에 말라 떨어지고 있다 손톱만한 잎사귀의 먼.. 산행기/2014 산행 2014.02.18
산행 후 버스데이 축하하기 (우면산, 2/14)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 박정대(1965~ )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나의 가슴에 성호를 긋던 바람도 스치고 지나가면 그뿐 하늘의 구름을 나의 애인이라 부를 순 없어요 맥주를 마시며 고백한 사랑은 텅 빈 맥주잔 속에 갇혀 뒹굴고 깃발 속에 써놓은 사랑은 .. 산행기/2014 산행 2014.02.14
지리를 떠나다 눈 오는 저녁의 시 -김일연(1955~ ) 어둠에 손을 씻던 맑은 날들을 길어 내 언제 저렇도록 맹목을 위하여만 저무는 너의 유리창에 부서질 수 있을까 무섭지도 않느냐 어리고 가벼운 것이 내 정녕 어둠 속에 깨끗한 한 줄 시로만 즐겁게 뛰어내리며 무너질 수 있을까 어둑한 저녁에 내리는 하.. 산행기/2014 산행 2014.02.13
경방 직전 지리에서 눈을 만나다 (2/10~11) 산동네에 오는 눈 -신경림(1935~ )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동네라서 눈도 제일 먼저 온다 깁고 꿰매고 때워 누더기가 된 골목과 누게막과 구멍가게 위에 눈은 쌓이고 또 쌓인다 때로는 슬레이트 지붕 밑을 기웃대고 비닐로 가린 창틀을 서성대며 남 볼세라 사랑놀음에 얼굴도 붉히지만 때와 .. 산행기/2014 산행 201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