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산행기 57

봄이 오나 봄 (청계산, 2/17)

박인걸 잔설이 산등성에 자리 잡고 2월이 아직 달력에서 머뭇거리는 겨울안개 자욱한 아침 산비둘기가 나를 부른다. 마을 뒷산을 오를 때 가끔 나뭇가지에 앉아 서툴게 퉁소를 연주할 때면 두성(頭聲)으로 맞장구를 쳤더니 얼어붙은 산길이 두려워 방안에 갇혀 지내는 나를 겨울 안부(安否)가 궁금했던지 이토록 애타게 찾고 있구나. 혈서로 맹세한 언약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세상 몇 번 만난 사인데 잊지 않고 부르니 고맙다. 코스개관: 인덕원역 2번 출구-이미마을-과천매봉-이수봉-청계산 맑은숲공원-주차장-중청계 (봄이 느껴지는 겨울, 셋) 나름 명맥을 유지해 주는 산행일이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 청계산이 궁금하다는 넘버4 이야기를 들은것 같다. 어디서 출발할까 하다 사람 덜 붐비는 코스인 인덕원에서 셋이 만났다. 이..

2024년 산행기 2024.02.17

새내기 산으로 인도하기 (아차산, 2/12)

한광구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뭐라고 하시는지 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 이쪽 길인가요? 아직 추운 하늘문을 열면 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 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 하나가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이 쪽 길이 맞나요?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아차산 생태공원-아차산보루-아차산-용마산 깔딱고개 쉼터-용마산 자락길-면목역 (포근해진 날, 넷) 명화가 요즘 분발하고 있다. 연휴 중 하루 시간을 맞춰 산나리와 함께 산에 가기로 했다. 혹시나 해 하늘에게도 연락하니 참석 한다고. 이런 저런 인적자원이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한번에 다 보여주면 안되는데... ㅎㅎ 아차산역에서 만나 상견례 하고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벌..

2024년 산행기 2024.02.13

호암산-삼성산 가기 (2/11)

정현종 네 눈의 깊이는 네가 바라보는 것들의 깊이이다. 네가 바라보는 것들의 깊이 없이 너의 깊이가 있느냐. 깊고 넓다 모든 표면이여. 그렇지 않으냐 샘물이여. 코스개관: 석수역-호암산 숲길공원-호암산-한우물-석구상-민주동산 국기대-장군봉-깃대봉 국기대-삼성산-삼성산 국기대-삼막사갈림길-염불암-안양유원지-관악역 (산행 하기 좋은 춥지 않은 날, 둘) 주말 가족모임과 당나귀 산행으로 나름 산행을 못했다. 설 연휴 중 하루 날을 잡으니 일욜 가능하다는 넘버4. 장공주에게 연락하니 스케줄 조정이 안되 불참 한다고... 아쉬운 마음으로 석수역에서 둘이 만났는데 오늘도 내가 늦었다. 석수역에서 출발하는 팀이 바글바글하다. 오늘은 둘레길이 아닌 산으로 가기로 했는데 관악역에서 삼성산을 갈까 하다 욕심을 부려 석수역..

2024년 산행기 2024.02.11

북한산 둘레길 가기 (구파발역-불광역, 2/7)

이선명 아야 아야 어떻게 지냈냐 워매 금새 이라고 컷구만 잉잉 잘 와부렀다 고생했제 먼 친척들 가까이 인사하며 일년 묵은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놓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부시시한 얼굴들로 눈꼽만 떼고 먹었던 누이처럼 긴 머리 풀어해친 한 움쿰 석화도 듬뿍 넣고 쫄깃쫄깃 균형 맞춰 넣은 뽀얀 떡국을 아랫목처럼 뜨거워 후후 불며 먹었던 새하얀 새해 떡국 전라남도 장흥군 수동마을 물 많아 인심도 좋은 그 곳 그 중에서도 손 큰 외할머니 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세뱃돈보다 반가운 그 시절 그 맛 먼데서 온 자식네들 눈 밟히는 마음 대신 보여주셨던 할머니의 사랑 낯선 음식점에 이름만 보고 찾았다 실망했던 울할머니 매생이떡국 아야 뭐 먹고잡냐 잉 매생이떡국 아따 고것은 설날 때 먹는 건디 근디 지는 그게 먹고..

2024년 산행기 2024.02.11

입춘날 정선 두위봉을 가다 (2/4)

오정방 아직도 겨울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산마루에도 계곡에도 들판에도 그 잔해가 늑장을 부리고 있다 겨울 속의 봄인가 봄 속의 겨울인가 간단없는 시간은 누구도 거꾸로 돌릴 수 없다 이미 봄은 문턱을 넘어왔다 지필묵을 준비 못해 '입춘대길'은 마음에만 새긴다 코스개관: 도사곡 자연휴양림-샘터-주목 군락지-1379.8봉-1458.9봉-두위봉(1465.8)-왕복 (춥지는 않았으나 오후 눈발 날리고 시계가 나빠진 날, 당나귀 6명) 정선 두위봉이 눈꽃이 장관이라는 총무님. 1월에 강원도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오늘 날을 잡았다. 회장님이 먼 진해까지 운전하는게 마음이 불편한 총무님이 신천씨와 총무님 차 2대로 6:30 평촌 출발해 하남에서 회장님 만나 3:3 차를 타고 정선을 향해 출발. 새말에서 총무님과 윤호씨..

2024년 산행기 2024.02.07

동계 설악 가기 (1/31)

이건청 사람들은 누구나 한 마리씩 고래를 기르고 있다고 한다. 넘어져 무르팍이 깨지고 깨진 자리가 피에 젖기 시작하면서, 일어서고 일어서면서 들판을 바라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밭을 보게 되면서, 풀밭에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를 보게 되면서, 사람 속에서 크고 있는 진짜 고래를 보게 된다고 하는데, 수평선을 툭, 툭 끊으면서 달려가고 싶어하는 녀석을 보게 된다고 하는데, 노을녘이면 흉터로나 남은 무인도 몇개를 끌고 밀면서 다시 제 집으로 돌아가 기진한 채 잠에 빠져버리고 싶어하는 늙은 고래를 보게 된다고 하는데 ...... 코스개관: 오색-대청-중청-소청-희운각-양폭-비선대-와선대-설악동 (9:10~17:05, 춥지 않던 날, 둘) 올해도 생일선물로 설악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지난주 날을 잡았다 갑자기 ..

2024년 산행기 2024.02.07

진주 여행기 3 (진주 월아산, 1/30)

이재봉 새우잠을 자고 있는데 범고래 한 마리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꿈을 꼭 잡고 정신을 차리자 이번에는 향고래가 육중한 머리를 흔들며 나타났다 슬며시 향고래 몸속으로 들어가자 날개가 부서진 두 마리의 펭귄이 앉아 있었고 그 위로 누런 가오리가 날아다녔고 혹등고래가 흰 거품을 물고 튀어나왔다 혹등고래를 따라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좁고 어두운 터널에서 대왕고래를 만났다 나는 몸의 크기를 바꾸고 대왕고래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어디선가 짧고 날카로운 고주파 음이 들렸다 “꿈을 꼭 잡고 있어라!” 나는 대왕고래를 움켜잡고 다시 새우잠을 잤다 꿈속에는 향고래가 있었고 혹등고래가 있었고 두 마리의 펭귄이 앉아 있었다 코스개관: 질매재-정상-헬기장-금호지 (셋) 오늘 아침으로 먹을 라면이 사고 보니 매운면중에..

2024년 산행기 2024.02.03

진주 여행기 2 (각산, 양마산 둘레길, 1/29)

전길자 집장만 한다고 합가하여 살고 있는 딸아이는 내 집인지 저희 집인지 이제 네 살짜리 아들 위해 몇 박스의 책을 사들이고는 듣든지 안 듣든지 무릎에 앉히고 하루에 열 권씩은 읽어준다 저 미련한 짓 쯧쯧 집 장만하려면 한 푼이라도 저축을 해야지 이제 네살짜리에게 쯧쯧 그러나 호수공원 산책하러 나갔다가 뒤통수 맞았다 건강하게 살자고 호수공원 걸으러 네 살짜리 데리고 나간 날 바람이 너무 세게 분다 아가야 손수건 입에 대거라 했더니 "봄이 오려고 그러나 봐요," 네 살짜리가 …… 집이 좁거나 말았거나 미친듯이 읽어주던 책은 집값보다 우선 순위다 아침 일어나 어제 사온 해장국 뎁히고 햇반도 뎁혀 아침 먹기. 오샘은 산행 안 한다고 해 다섯이 휴양림 뒤로 출발. -갓산: 휴양림-송신탑-산불감시탑-각산 봉수대-..

2024년 산행기 2024.02.03

철사모와 우이령 걷기 (1/27)

박선희 내가 가령 '보고싶어'라고 발음한다면, 그 소리 하나가 너에게로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촘촘히 꿰고 갈까 팽팽한 허공의 긴장 한 자락을 맨 먼저 꿸 거야 그리고 온몸에 푸른 물이 든 불룩해진 욕망을 꿰고 뒤엉킨 고요가 뱉어놓은 아뜩한 통증과 수취인 불명의 길 끊긴 숨은 풍경과 욱신거리는 길의 허기진 맨발까지 알알이 꿴 '보고싶어'라는 소리 너에게 닿는 순간 치렁치렁한 목마름의 목걸이가 되어버린 '보고싶어' 코스개관: 교현리 오봉입구-석굴암-우이령-우이동 (걷기 좋을만큼 쌀쌀한 겨울날, 철사모 6명) 1월 회장님댁 신년모임에서 석굴암 가고 싶다는 리사의 희망사항이 접수 되 우이령 예약을 여산이 했다. 11시 구파발역에서 만났는데 하늘은 감기가 심해 결석한다고 리사한테 연락이 왔다고. 아쉬운 ..

2024년 산행기 2024.01.27

제일 추웠던 날 북한산 둘레길 가기 (우이역-화계사, 1/23)

최동호 겨울강은 모든 것을 튕겨버린다고 서운케 일기장에 썼던 것은 잘못이다. 겨울강이 얼어붙은 것은 제 몸속에 품고있는 피라미 새끼와 물풀과 작은 돌멩이들을 세찬 바람으로부터 감싸기 위해서다. 수많은 봄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나는 몰랐다 강가에서 튕겨져 나오는 돌만 바라보던 젊은 날에는 쾅쾅 얼어붙은 겨울강의 살 속을 흐르는 따뜻한 사랑의 숨소리 나 정말 알지 못했다. 코스개관: 북한산 우이역 2번 출구-북한산 둘레길 1코스-솔밭공원-근현대사 기념관-화계사 (올 겨울 제일 추운 날, 셋) 화욜은 명화와 걷기 하기로 한 요일이고 수욜은 산나리와 산에 가기로 한 날이다. 수욜 산계 모임이 있어 산나리에게 화욜 걷기에 같이 걷자고 했다. 우리 셋은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문제는 날씨. 제일 추운날인데 새내기 명..

2024년 산행기 202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