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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의 비경 맛보기 (베틀바위-신선봉, 2/6)

오규원 눈이 자기 몸에 있는 발자국의 깊이를 챙겨간다 미처 챙겨가지 못한 깊이를 바람이 땅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코스개관: 두타산 주차장-베틀바위 입구-전망대-미륵바위-두타산성-산성12폭-마천루-쌍폭포-용추폭포-문간재-신선봉-문간재-하늘문-관음사-삼화사-주차장 (10:05~16:25, 쌀쌀하지만 하늘이 맑은날. 당나귀 4명) 인원 제한에 걸려 당나귀 산행을 못 해 아쉽던 차. 두타산 베틀바위 번개 산행을 한단다. 아싸~ 최종적으로 4명 한차로 가기로 했고 총무님차로 6:30 농수산시장에서 회장님을 만났는데 회장님 차로 이동하자는데 70 넘은 분에게 어찌 운전을 시키냐고 총무님 차로 가기로 했다. 새로 난 민자 고속도로로 가다 광주 휴게소에서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그 이후 난 잤고 차는 막히지 않고 무릉계..

북한산 자락길+백련산 가기 (2/5)

김종해 봄이 오기 전에 나는 안경을 샀다. 겨울 동안 세상은 근시가 되어 있었지만 바늘귀도 볼 수 없는 내 눈을 탓하며 나는 가급적 촛점을 풀고 편하게 지냈다. 무사안일주의의 세상을 껴안고 참으로 행복하게 지냈다. 싸우지 않는 사람의 칼, 무저항주의의 따뜻한 난로 곁에서 보이는 세상을 보이지 않는 세상과 맞바꾸었다. 우리나라 겨울 날씨와 시력의 상관 관계를 역설하며 안과의사들마저 나의 시력이 지극히 정상적이라 했지만,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 자의 월동, 겨울은 가지 않고, 세상은 안경알의 수증기 그렇다, 봄이 오기 전까지 나는 안경을 써야 한다. 풀잎이 돋는 것을 보며, 이젠 눈물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코스개관: 홍제역 1번 출구-풍림아이원 아파트-실락 어린이공원-자락길-옥천암-홍제천-산골고..

입춘맞이 생파하기 (2/4)

목필균 하얀 겨울, 치마끈 풀어내고 살그머니 가슴에 작은 꽃씨 하나 품었다. 설 넘긴 해가 슬금슬금 담을 넘자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 토해도 토해도 앙금으로 내려앉는 금빛 햇살 매운 바람 속에 꼼지락거리던 꽃눈 하나 눈 비비고 있다. 리사 칠순에 내 생파까지 합동으로 하기로 한 날. 선정릉 앞 수담 한정식에서 점심에 6명이 만났다. 만나서 점심 특선으로 맛 좋은 점심을 먹었고 리사 백으로 새우튀김 서비스도 받았고 금일봉 전달을 받고 여기까지 왔으니 선정릉을 둘러 보기로 했다. 정문 찾다 눈에 띈 커피볶는집에서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먹던 두 오라방이 예전 성북동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라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그 성북동 카페를 말 나온김에 찾아가기로..... 지공선사 셋과 아닌 사람 셋이 전철을 타고 ..

미모팀과 관악산 가기 (1/28)

문무학 ‘잠’ 자는 참 살뜰히 보살펴 주는 글자 자라느라 그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며 자라고, 편히 자라고 베개 하나 받쳤다. 코스개관: 정부과천청사역 11번 출구-과천향교-용마능선-삼거리-관악사-연주암-효령각-서울대 (10:00~13:30, 맑고 약간 쌀쌀한 날, 셋) 미모팀과 남한산성을 가려 했으나 명숙샘이 손주를 받아야 한다고 해 장소를 가까운 관악산으로 변경. 청사역에서 만나 용마능선으로 올라가는데 사람이 거의 없고 호젓하고 시계도 좋다. 둘 다 여러번 와 본 곳인데도 마치 처음인것 처럼 감탄해 준다. 명숙샘이 끓여 온 쌍화차 뚜껑을 열다 열다 못 열어 커피를 탔는데 지나가는 오라방에게 부탁하니 열어준다. 남자는 남자인가 보다 웃었다. 고구마를 예쁘게 껍질 벗겨와 (지난번 벗겨 오라고 했다 함. 우..

서울 둘레길 걷기 (사당역~석수역, 1/27)

마종기 어떤 시선에서는 빛이 나오고 다른 시선에서는 어두움 내린다. 어떤 시선과 시선은 맞춰져 자식을 낳았고 다른 시선과 시선은 서로 만나 손잡고 보석이 되었다. 다 자란 구름이 헤어질 때 그 모양과 색깔을 바꾸듯 숨죽인 채 달아오른 세상의 시선에 당신의 살결이 흩어졌다. 어디서 한 마리 새가 운다. 세상의 바깥으로 나가는 저 새의 시선 시선에 파묻히는 우리들의 추운 손잡기. 코스개관: 사당역 4번 출구-관음사-낙성대-관악산 일주문-돌산-호압사-석수역 (11:10~16:10, 춥지 않은날, 셋) 음력 송년산행을 셋이 조촐하게 했다. 짧지 않은 코스였지만 둘레길이고 날씨도 도와주었고 간식도 넉넉한지라 2구간을 걸어 관악산 스탬프 3개를 다 찍을 수 있었다. 늦은 점심으로 오징어볶음에 돌솥밥을 먹었고 차를 ..

경주 3 (보문 호반길 걷기, 1/21)

이재무 김밥은 김빠진 인생들이 먹는 밥이다. 김밥은 끼니때를 놓쳤을 때 먹는 밥이다. 김밥은 혼자 먹어도 쑥스럽지 않은 밥이다. 김밥은 서서 먹을 수 있는 밥이다. 김밥은 거울 속 시들어가는 자신의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보며 먹는 밥이다. 김밥은 핸드폰 액정 화면을 들여다보며 먹는 밥이다. 김밥은 숟가락 없이 먹는 밥이다. 김밥은 반찬 없이 먹을 수 있는 밥이다. 김밥은 컵라면과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 되는 밥이다. 김밥은 허겁지겁 먹을 때가 많은 밥이다. 김밥은 먹을수록 추억이 두꺼워지는 밥이다. 김밥은 천국 대신 집 한 채가 간절한 사람들이 먹는 밥이다. 먹다 보면 목이 메는 밥이다. 터널처럼 캄캄한 밥이다. 바다에서 난 생과 육지에서 나고 자란 생이 만나 찰떡궁합을 이룬 밥이다. 아침 깼으면서도 다들..

경주 2- 남산 도전기 (1/20)

권오은 산, 산을 오름은 마치 나의 인생길 같아 꽃 계단이 아니니 말이야 맨바닥 평지도, 작은 언덕도 지나고, 잔 자갈길도 가시나무 넝쿨도 헤치며 지났었어 숨이 가빠서 셀 수가 없는 수많은 돌계단과 나무계단들을 한 계단씩 두 계단씩 쉬지 않고 열심히 올라왔었지 때로는 컴컴한 밤은 어둠을 더듬어서 내려서고 한 때는 불빛을 따라 모서리 돌아가며 올라 왔었지 산의 정상을 향한 나의 마음은 포기하지 않았고 절대로, 돌아서 내려서지도 않았었어 숨이 가쁘다고 계단이 있다고, 주저하지도 않았고 바위가 있고 가시넝쿨이 있다고, 비켜가지도 않았었어 지나간 어제도,산를 올라 갔어야 했고 오늘의 시작과 알 수 없는 내일도 나의 마음에 산이 있는 한 산으로 올라가야겠어,언제나 꽃 계단이 아닌 산을 오름은 땀으로 살아가야하는 ..

나름팀과 경주 가기 1 (불국사, 석굴암, 1/19)

이기주 먼 별 하나 흘러와 멎는다. 반짝인다. 내가 있기 전에도 그랬듯 내가 없을 저 어둠 건너에서도 반짝인다. 수십 겹 어둠의 껍질을 벗겨 내고 본래의 추위 속에 떨고 있는, 그 만큼의 눈물로 맺힌 별 하나. 바람이 분다. 멀리 눈 내린 산이 그보다 먼 산과 서로 만날 때 두 그루 까칠한 나목처럼 늘 먼저 가던 나의 죽음과 나란히 서면 먼 별 하나 젖은 눈동자를 통해 최초의 아름다움으로 뼛속에 스민다. -신경주역으로 코로나 이후 거의 매주 산에 멤버 되는대로 산에 다니던 나름팀과 처음으로 박 여행을 계획. 처음엔 제주를 염두에 두었다 한라산은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아 숙원사업이던 경주 남산을 가자 했다. 나 빼고는 다들 최근 경주에 다녀왔지만 흔쾌히 동의를 해 날짜를 일단 잡았고 최종 에인절고는 중간 일..

우면산 거꾸로 가다 송동마을로? (1/15)

박경리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고 수억 년 쌓인 지층 모양 생각은 쌓이고 쌓여 내 머리통은 터질 것만 같다 생각 사이로 한 마리 나비가 날으고 생각 사이로 사슴 한 마리 지나가고 생각 사이로 겨울 들판 비둘기 한 마리 있고 그래서 내 머리통은 깨지지 않았나부다 코스개관: 양재시민의숲역 4번 출구-매헌윤봉길기념관-양재천-우면산-송동마을 (10:15~13:55, 기온은 올라가고 하늘은 흐리고, 셋) 월례산행을 목욜로 잡아놓긴 했는데 목욜 간 날은 거의 없는것 같다. 오늘도 날짜를 못잡아 결국 주말에 가기로 한 날. 차영샘 4시 김포공항쪽에 가 저녁을 살 일이 있다고 코스를 잡아보라 한다. 그래서 양재시민의 숲에서 우면산을 가면 서울둘레길 도장도 2곳 찍고 사당에서 아웃하면 공항 가기도 좋아 잡은 날. 아침..

서울 둘레길 걷기 (수서역~고덕역, 1/14)

천양희 누가 말했을까요 살아 있는 것처럼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생명일 때 기쁘고 기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 속삭인다는 것을 여린 잎 속의 푸른 벌레와 생각난 듯이 날리는 눈발과 훌쩍거리며 내리는 비가 얼마나 기막힌 눈(目)이라는 것을 그토록 작은 것들이 세상을 읽었다는 것을 누가 말했을까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자연일 때 편하고 편함은 곧 마음의 길을 열어 숨은 얘기 속삭인다는 것을 뒤꼍의 대나무숲 바람소리와 소리없이 피는 꽃잎과 추위에 잠 깬 부엉이 소리가 얼마나 기막힌 소리인가를 그토록 작은 것들이 세상을 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보았다는 것을 하늘이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을 코스개관: 수서역 5번 출구-탄천-장지천-성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