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 플러스 산행 (천황- 재약산, 5/7) 어깨너머라는 말은 - 박지웅(1969~ )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넓은 말 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고 그저 끔벅끔벅 앉아 있다 훌훌 날아가도 누구 하나 알지 못하는 깃털 같은 말 먼먼 .. 산행기/2017산행일기 2017.05.09
테마있는 남산 타워 생일 파리 (4/29) 화씨 - 이능표(1959~ ) 발바닥이 따끔해서 살펴보니 채송화 씨앗이다. 어째서 이런 것이 방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것일까? 가엾기도 하고 요단강 건너간 매형 생각에 창문을 열고 화단을 살펴보니 모두들 별일 없는 듯. 죽음은 생과 환유적으로 겹쳐 있다. 이 인접성 때문에 죽음의 의미 혹은 .. 산 이외.../2017일기 2017.05.08
꽃길을 걸으며 낙동을 졸업하다 (숙재-오케수련원, 4/16) 봄날은 간다 -손로원(1911~73)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길에.. 산행기/2017산행일기 2017.04.17
산인듯 산이 아닌듯 (낙동정맥,숙재고개-한무당재, 4/2) 꽃이라 불렀는데, 똥이 될 때 - 유하(1963~ ) 이 곰은 성질이 사나워서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불곰이 갇힌 철창 으스스한 푯말 앞에서 저 곰 바보 같애 실없이 웃고 있는 구경꾼들 무엇이 성질이 불같은 정글의 왕자를 실없는 바보로 만드는가 갇혀 있기에 길들여진 것은 엉덩이에 까맣게 .. 산행기/2017산행일기 2017.04.04
철사모와 둘레길 걷기 (3/26) 분갈이 - 전영관(1961~ ) 뿌리가 흙을 파고드는 속도로 내가 당신을 만진다면 흙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놀라지 않겠지 느리지만 한 번 움켜쥐면 죽어도 놓지 않는 사랑 분갈이를 하며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더딘 사랑을 목격한다. 싸움도 분란도 없이 느리게, 천천히, 당신에게 스며드는 .. 산 이외.../2017일기 2017.03.26
여름같은 봄 (낙동정맥, 오룡고개-한무당재, 3/19) 봄의 노래 -고운기(1961~ ) 봄은 왔다 그냥 가는 게 아니다 봄은 쌓인다 내 몸은 봄이 둘러주는 나이테로 만들어졌다 스무 살 적 나이테가 뛰기도 하고 그냥 거기 서 있으라 소리치기도 한다 어떤 항구의 풍경이 그림엽서 속에 잡히고 봄밤을 실어오는 산그늘에 묻혀 어둠이 어느새 마을을 .. 산행기/2017산행일기 2017.03.20
Come back 낙동으로 (블래재-오룡고개, 3/5) 2월과 3월/신복순 봄을 빨리 맞으라고 2월은 숫자 몃개를 쓸쩍 뺐다. 봄꽃이 더 많이 피라고 3월은 숫자를 꽉 채웠다. 산행일: 2017.3.5 (일) 코스개관: 상도일리-블래재-운주산-이리재-봉좌산전망대-임도-545봉-배티재-오룡고개 (10:20~17:50) 날씨: 봄기운이 물씬 나던 날 멤버: 당나귀 14명이나? 3.. 산행기/2017산행일기 2017.03.06
친구야 놀자 (다낭 여행기) 3 오리 한 줄 - 신현정(1948~2009)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의 말단(末端)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싹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 먼나라 이야기 2017.02.26
친구야 놀자 (다낭 여행기) 2 봄 - 이성부(1942~2012)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 먼나라 이야기 2017.02.26
친구야 놀자 (다낭 여행기)1 (2.11~15) 아들을 꾸짖다(責子) - 도연명(365~427) 흰 머리는 귀밑을 덮고 살도 더는 실하지 못한데 다섯이나 되는 아들놈들 하나같이 글공부 싫어하네. 서(舒)라는 놈은 벌써 열여섯 살이건만 천하에 둘도 없는 게으름뱅이 선(宣)이란 놈도 곧 열다섯인데 도무지 글읽기엔 관심도 없네. 같은 열세 살 옹.. 먼나라 이야기 2017.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