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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기맥에서 가을의 선물을 받다 (장구재-비계산-산제현, 9/17)

갈대 - 신경림(1936~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

조망과 바람덕분에 행복하여라 (수도기맥, 우두령-수도산-개금마을, 6/4)

산에서 1 -한성기(1923~84) 짐승들과 마주 앉아 나는 저들이 좋아서 어쩌지 못할 때가 있다. 이른 봄날 맑은 하늘이 들어 있는 눈들 짐승들과 마주 앉아 나는 자꾸만 한 숭어리 꽃 같은 빛깔을 어쩌지 못한다. 쓰다듬으면 조금은 떠는 꽃잎 꽃잎…… 조그만 몸뚱아리 속에 가만히 들어와 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