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안산 자락길 가기 (5/28) 노는 별들아 - 이승훈(1942~ ) 시시덕거리며 노는 별들아. 닥닥거리며 엄마 찾아 달려가는 아기 별, 감자 먹고 방에서 자는 아빠 별, 여름밤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였네. 너희는 볕만 내리쬐는 더위는 몰라. 밤하늘이 온통 수박밭이고 참외밭이야. 몰래 들어가 수박 따 먹고 참외 따 먹는 밤, ..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5.28
철사모 힐링 여행 (4/23~24) 얼마나 좋은지 -타데우시 루제비치(1921~2014) 얼마나 좋은지 숲에서 산딸기를 주울 수 있으니. 생각했었어. 숲도, 산딸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은지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있을 수 있으니. 생각했었어. 나무는 더 이상 그늘을 드리우려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은지 너와 함께 있으..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4.24
영혜언니 사진으로 본 오끼나와 (2016/1/14~19)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 - 이제하(1937~ )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 먼나라 이야기 2016.04.08
꽃구경하러 관악산 가기 (4/2) 매화와 매실 - 최두석(1956~ ) 선암사 노스님께 꽃이 좋은지 열매가 좋은지 물으니 꽃은 열매를 맺으려 핀다지만 열매는 꽃을 피우려 익는다고 한다 매실을 보며 매화의 향내를 맡고 매화를 보며 매실의 신맛을 느낀다고 한다 꽃구경 온 객도 웃으며 말한다 매실을 어릴 적에는 약으로 알고.. 산행기/2016산행일기 2016.04.04
이젠 집으로~ (1/18~19) 뒷골목 풍경 -이동순(1950~ ) 내가 만약 서역에 산다면 여름날 저녁마다 문 앞에 탁자를 내다놓고 장기를 두리라 벗들과 모여앉아 마작을 하리라 손주녀석 안고 나와 바람 쐬며 행인을 보리라 친한 이웃들과 삿자리 깔고 모여앉아 담소 나누리라 침침한 전등불 켜진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 먼나라 이야기 2016.03.19
센추리런 대회 참가 (1/17) 비 가는 소리 -유안진(1941~ ) 비 가는 소리에 잠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 밤비에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같은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 먼나라 이야기 2016.03.19
잔차타기 셋째날 (1/16) 외딴섬 - 홍영철(1955~ ) 네 잘못이 아니다 홀로 떠 있다고 울지 마라 곁에는 끝없는 파도가 찰랑이고 위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단다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들을 보아라 홀로 떠 있지도 못하는 것들은 저토록 하염없이 헤매고 있지 않느냐 (하략) 인간의 고독을 위로하는 이 시를 일.. 먼나라 이야기 2016.03.19
잔차타기 둘째날 (1/15) 한여름, 토바고 - 데릭 월컷(1930~ ) 태양이 내리쬐는 넓은 해변들. 하얀 더위. 푸른 강물. 다시, 말라붙은 노란 야자나무들 여름에 잠자는 집에서 8월 내내 꾸벅 졸며 내가 붙잡았던 날들, 내가 잃어버린 날들, 딸애들처럼 웃자라서, 내 팔을 빠져나가는 날들. 한여름의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 먼나라 이야기 2016.03.19
넘의 나라에 잔차 타러 가기 1 (공항~오끼나와, 1/14) 고검(古劍) - 이유경(1940~ ) 박물관에서 뼈만 남은 고검 한 자루를 본다 피투성이 시간들 녹슬어 떡이 돼있고 첩첩한 어둠 한 가운데 무명 장수의 미라처럼 눕혀져 있지만 그의 뼈 속 어딘가 시퍼런 날이 숨어 있다. 박물관에서 시인이 본 것은 오래되어 ‘뼈만 남은 고검 한 자루’가 아니.. 먼나라 이야기 2016.03.19
버스데이 파리 하기 (2/27~28) 인기척 천수호(1964~ ) 갓 결혼한 신부가 처음 여보, 라고 부르는 것처럼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불쑥 봉분 하나 나타난다 인기척이다 여보, 라는 봉긋한 입술로 첫 발음의 은밀함으로 일가를 이루자고 불러 세우는 저건 분명 사람의 기척이다 기어코 여기 와 누운 몸이 있었기에 뒤척임..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