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관광 1 (8/2, 일) 올 여름도 그냥 가지는 않는구나 - 조정권(1949~ ) 눈 어두운 사람 귀밖에 없어 비야 부탁한다 라디오 좀 틀어보렴 전국에서 목숨의 대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부탁한다 저 저수지같이 어두운 텔레비전도 켜보렴 필요하다면 네 이빨을 써서라도 여름이 깊어간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도, .. 먼나라 이야기 2015.10.14
영화보기 (10/9) 꽃물 고치 - 이정록(1964~ ) 아파트 일층으로 이사 와서 생애 처음으로 화단 하나 만들었는데 간밤에 봉숭아 이파리와 꽃을 죄다 훑어갔다 이건 벌레나 새가 뜯어먹은 게 아니다 인간이다 분명 꽃 피고 물오르기 기다린 노처녀다 봉숭아 꼬투리처럼 눈꺼풀 치켜뜨고 지나는 여자들의 손끝.. 산 이외.../2015일기 2015.10.10
나이아가라 그 마지막 (캐나다편, 8/1) 모닥불 - 백석(1912~96) 새끼 오리도 헌 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 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 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 살이 아이도 새 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 도 주인도 할아.. 먼나라 이야기 2015.10.08
낙동정맥에서 가을을 만나다 (석개재-한나무재, 10/4) 영영이라는 말 - 장옥관(1955~ ) 어머니 마흔번째 제사 모신 날 자리에 눕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나 죽기 전에 다시는 엄마를 만날 수 없구나 여태껏 한 번도 공들여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 내 생애엔 정말로 엄마를 다시 볼 수 없구나 그것이 죽음이라는 걸, 그 어린 나이가 어찌 알았으랴 .. 산행기/2015산행 2015.10.06
하늘 생일 (9/25) 하늘 생일 패키지로 경복궁 궁궐지킴이의 해설을 곁들인 관람이 있었으나 근무인지라 몇명만 1부를 듣고 (고급진 해설을 들었다고...) 2부 경회루 관람에는 리사와 나도 동행. 유치원 친구들 수도여고 학생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경회루 둘러보고 누워보기. 오늘 주인공은 몸이 너무 .. 산 이외.../2015일기 2015.09.29
나이아가라 가는길2 (미국편, 7/31) 성스러운 뼈 - 유자효(1947~ ) 불에도 타지 않았다 돌로 찧어도 깨어지지 않았다 고운 뼈 하나를 발라내어 구멍을 뚫었다 입을 대고 부니 미묘한 소리가 났다 (…) 번뇌를 달래는 힘이 있었다 (…) 고통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힘 오직 사람의 뼈이어야만 했다 평생을 괴로워하면서 살아 그 .. 먼나라 이야기 2015.09.23
낙동정맥 2구간 (통리-백병산-석개재, 9/20) 나룻배와 행인(行人) -한용운(1879~1944)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 산행기/2015산행 2015.09.21
나이아가라 가는길 1 (Washington D.C, 7/30) 내외 - 윤성학(1971~ ) 결혼 전 내 여자와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오붓한 산길을 조붓이 오르다가 그녀가 나를 보채기 시작했는데 산길에서 만난 요의(尿意)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혹한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따라 들어왔다 어딘가 자신을 숨.. 먼나라 이야기 2015.09.16
뉴욕 가기 (서울~뉴욕, 7/29) 여름의 문장 - 김나영(1967~ ) 공원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곁에서 서성거리던 바람이 가끔씩 책장을 넘긴다. 길고 지루하던 산문(散文)의 여름날도 책장을 넘기듯 고요하게 익어가고 오구나무 가지 사이에 투명한 매미의 허물이 붙어 있다. 소리 하나로 여름을 휘어잡던 눈과 배와 뒷다리.. 먼나라 이야기 2015.09.13
미국가기 전 2 오래된 기도 - 이문재(1959~ )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후략) 저절로 눈이 감겨집니다. 두 손이 맞잡아지고 그 손은 가슴 앞에 모아집니다. 뜨거운 눈시울에서 끊임없는 눈물이 흐릅니다. 온 마음이 진도 그 바다에 가 있습니다. 그 바다에서 안고 쓰다듬고 보살펴야 할 천금같이 귀한 아이들을 우리 어른들은 그만… 그 많은 생때같은 아이들을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아이들이 오지 않습니다. 가슴을 쳐 봅니다. 발을 구르고 통곡해 봅니다. 후회와 통한으로 가슴.. 산 이외.../2015일기 201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