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인듯 산이 아닌듯 한남정맥 (가현치-두창리-무네기, 12/6) 다정함의 세계 -김행숙(1970~ )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 산행기/2015산행 2015.12.08
철사모 (12/2) 결혼식 답례로 밥 사던 날. 광화문 일품당에서 졸리까지 참석. 교욱청 일에 교과서에 책까지 쓰느라 바쁜 동상. 결혼식 안 알려 무지 서운했다고.. 그래도 와줬잖아? 넷만 만나도 즐거운데 젊은피가 수혈되니 더 화기애애 하고 소통도 훨씬 잘된다. 모처럼 유쾌한 대화를 나누다. 산 이외.../2015일기 2015.12.02
아직도 가을? (낙동정맥, 한티재~한티국도, 11/15) 산그늘 -이상국(1946~ ) 장에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가도 가도 그곳인데 나는 냇물처럼 멀리 왔다 해 지고 어두우면 큰 소리로 부르던 나의 노래들 나는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했으나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어느 곳에서 기러기처럼 살았다 살다가 외로.. 산행기/2015산행 2015.11.18
낙엽따라 가을이 가다 (낙동정맥, 애미랑재-한티재, 11/1) 범인 - 신미균(1955~ ) 시커먼 홍합들이 입을 꼭 다물고 잔뜩 모여 있을 땐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팔팔 끓는 물에 넣어 팔팔 끓인다 다들 시원하게 속을 보여주는데 끝까지 입 다물고 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간신히 열어보면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있다 입을 꽉 다문 홍합들은 어.. 산행기/2015산행 2015.11.03
뉴욕 그 마지막 6 (8/7~8) 탑 - 김수복(1953~ ) 곧 저녁이 다가올 것이다 등불을 밝히고 높고 비천한 어둠과 별에게, 목숨을 바쳐 몸속에 집을 짓는 하늘에서 곧 종이 울릴 것이다 새들이 죽어서 날아갈 것이다 낮이 기울고 저녁이 온다. 그게 필연이듯 늙으면 죽음이 가까이 온다. 질병과 노령은 죽음의 징후 사건들.. 먼나라 이야기 2015.10.20
뉴욕관광5 (8/6) 백자 항아리 - 허윤정(1939~ ) 너는 조선의 눈빛 거문고 소리로만 눈을 뜬다 어찌 보면 얼굴이 곱고 어찌 보면 무릎이 곱고 오백년 마음을 비워도 다 못 비운 달 항아리 백자 항아리는 비례와 대칭이 완벽하지 않다. 이 부정형의 백자 항아리는 크고 풍성한 보름달을 닮아 달항아리라고 부른.. 먼나라 이야기 2015.10.20
낙동정맥에서 가을에 빠지다 (한나무재-통고산-애미랑재, 10/18) 늙어가는 법 - 송하선(1938~ ) 머리에 흰 눈[雪]을 쓰고 서 있는 은빛 갈대들에게 배웠네. 이 세상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늙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은빛 갈대들”은 백발이 성성한 노년을 은유한다. 인생이 시간이란 유한자본을 판돈 삼아 벌이는 노.. 산행기/2015산행 2015.10.19
뉴욕관광 4 (8/5, 수) 울음의 영혼 - 이기철(1943~ ) 울음이 작별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작별은 모든 울음을 다 이해한다 울음 곁에서 울음의 영혼을 만지면서 나는 최초의 금강(金剛)을 배웠다 울음의 방식은 고독이다 고독은 너무 많이 만져서 너덜너덜해졌다 눈물은 울음이 남겨놓은 흑요석 눈물은 고독보다 훨씬 더 깊은 데서 길어올린 샘물이다 울음 하나에 담긴 백 가지의 마음 모든 미소는 울음의 누이뻘이다 (하략)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면 우리 대부분은 그 울음에 윤리적 책임이 있다. 꽃이 태양의 고결한 덕에 힘입어 피어나는 것과는 반대로 누군가 울 때 그것은 우리 부덕의 소치다. 누군가 흐느껴 울 때 곁에서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시인은 울음의 영혼을 만지며 “최초의 금강(金剛)”을 배우고, 눈물이 .. 먼나라 이야기 2015.10.15
뉴욕관광-오늘은 쇼핑의 날 (8/4, 화) 식물의 밤 - 이성미(1967~ ) 딱딱한 모자 속에 전구를 켜고 누가 밤보다 더 어두운 방으로 숨어드나. 비는 폭포처럼 퍼붓고 아가씨는 머리칼이 젖어 빗속을 달려가는데. 꽃잎은 으깨지고 줄기는 휘어지는데. 누가 이렇게 어려운 식물을 키우고 있나. 아침은 단호하게 시작된다. 떨어져 잿빛 .. 먼나라 이야기 2015.10.14
뉴욕관광2 (8/3, 월) 복숭아 - 강기원(1957~ ) 사랑은… 그러니까 과일 같은 것 사과 멜론 수박 배 감… 다 아니고 예민한 복숭아 손을 잡고 있으면 손목이, 가슴을 대고 있으면 달아오른 심장이, 하나가 되었을 땐 뇌수마저 송 두리째 서서히 물크러지며 상해 가는 것 사랑한다 속삭이며 서로의 살점을 남김없이.. 먼나라 이야기 201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