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또 정리할 뻔? (6/6) 나보다 행복한 것 -- 이생진 산꼭대기 올라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 있으면 나와라"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 나보다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라" 나뭇가지에서 새 한 마리가 나온다 콩알만한 소리로 "내가 너보다 행복하다"한다 나는 그 소리에 질리고 말았다 들고 다니던 배낭..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6.07
오늘은 개근 (송이회 모임, 5/21) ‘저녁이면 가끔’-문인수(1945~ ) 저녁이면 가끔 한 시간 남짓 동네 놀이터에 나와 놀고 가는 가족이 있다. 저 젊은 사내는 작년 아내와 사별하고 딸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고 한다. 인생이 참 새삼 구석구석 확실하게 만져질 때가 있다. 거구를 망라한 힘찬 맨손체조 같은 것, 근육질의 윤곽이 해지고 나..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5.21
물집 안 생긴 풀 완주기 (mbc 한강마라톤, 4/27) ‘실족’ -김명인(1946~) 취중에 누구에겐가 꼭 실수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술 깬 다음날을 하루 종일 우울하게 한다. 실족이 잦아서 이슬로 가려는 술의 일생을 붙들고 자꾸만 썩은 웅덩이 근처로 넘어지지만 그것도 병이라면 대식으로 이 병을 키웠다고 시궁 냄새로 불거진 내 몸의 시화호에 아침부터 .. 산 이외.../마라톤 2008.04.27
e-mail (4/27) 착각/이생진 너에게도 이런 일이 있지 않니 혼자서 편지를 쓸 때 말이다 네가 쓰고 네가 읽고 네가 찢고 네가 네 입에다 물과 국과 김치를 퍼 넣듯 사랑하는 사람에게 쓴 편지도 네가 쓰고 네가 읽고 네가 찢고 이런 허망은 산에 와보면 더 확실해진다 산은 요지경이 아니니까 (시-둘리표) 멜 1 오랫만이..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4.27
하늘미모 vs 미모정상 (4/16) 무슨 소리를 듣고 무엇을 먹었는가 그리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한 일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현재의 당신이다 그리고 당신이 쌓은 업(業)이다 이와 같이 순간순간 당신 자신이 당신을 만들어 간다 명심하라. -법정 “만난 사람은 그때부터 혼자가 아니다. 그는 단수의 고독에서 벗어나..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4.17
남도기행1-진안 마이산, 전주 송광사 (4/11~13) ‘운(運)’ - 맹문재(1963~ ) 이력서를 낸 곳에 시외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 면접 보러 가는 길 내 이마를 툭 치는, 그것 내게 한마디 하려고 그 멀고도 험한 길을 달려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나는 비로소 그것이 들판 그득하게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살아 있는 것도 새들과..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4.16
한표 찍고 남한산성 가기 (4/9) ‘더딘 슬픔’- 황동규(1938~ )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重力)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안 숨..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4.11
화분 사던 날 (3/27) ‘봄비의 저녁’ - 박주택(1959~) 저 저무는 저녁을 보라 머뭇거림도 없이 제가 부르는 노래를 마음에 풀어놓고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봄비에 얼굴을 닦는다, 저 저무는 저녁 밖에는 돌아가는 새들로 문들이 덜컹거리고 시간도 빛날 수 있다는 것에 비들도 자지러지게 운다, 모든 약이 처방에 불과할 때 ..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3.27
봄비를 핑계로 사찰순례하기 (3/23) ‘빗방울 길 산책’-김기택(1957~ ) 비 온 뒤 빗방울 무늬가 무수히 찍혀 있는 산길을 느릿느릿 올라갔다 물빗자루가 한나절 깨끗이 쓸어놓은 길 발자국으로 비질한 자리가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디뎌 걸었다 그래도 발바닥 밑에서는 빗방울 무늬들 부서지는 소리가 나직하게 새어나왔다 빗물을 양껏 ..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3.25
느림의 미학-동마를 뛰고 (3/16) '내집' - 천상병(1930~93) 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는가? 하늘을 우러러 목터지게 외친다. 들려다오 세계가 끝날 때까지…… 나는 결혼식을 몇 주 전에 마쳤으니 어찌 이렇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천상의 하나님은 미소로 들을 게다. 불란서의 아르튀르 랭보 시인은 영국의 런던에서 짤막한 신문광.. 산 이외.../마라톤 2008.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