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홍도 (1/29) ‘조행(早行)’-권벽(1520~93) 시골 여관 닭 울음에 일어나 촌길을 말 따라 타고 가는데 북두칠성도 그믐달 따라 지고 은하수는 새벽 구름과 함께 걸렸네 들길은 서리가 내려 미끄럽고 소나무 다리는 물에 쓸려 기울었네 힘겹게 십리 길 지나니 앞길이 점점 훤해지네 옛 선비가 새벽길을 나서고 있군요. ..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1.31
남도 여행-유달산, 비금도 (1/28~30) ‘연인들 3- 몸속의 몸’- 최승자 (1952~ ) 끝모를 고요와 가벼움을 원하는 어떤 것이 내 안에 있다. 한없이 가라앉았다 부풀어 오르고, 다시 가라앉았다 부풀어 오르는, 무게 없는 이것, 이름할 수 없이 환한 덩어리, 몸속의 몸, 빛의 몸 몸속이 바다 속처럼 환해진다 당신의 시를 읽으며 저는 문학청년..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1.31
용궁사와 범어사 둘러보고 집으로~ (1/5) ‘검은머리 동백’-송찬호(1959~ ) 누가 검은머리 동백을 아시는지요 머리 우에 앉은뱅이 박새를 얹고 다니는 동백 말이지요 동백은 한번도 나무에 오르지 않았다지요 거친 땅을 돌아다니며, 떨어져 뒹구는 노래가 되지 못한 새들을 그 자리에 올려놓는 거지요 이따금 파도가 밀려와 붉게 붉게 그를 때..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1.09
송정 바닷가와 태종대 둘러보기 (1/4) ‘강’- 이성복(1952~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조각이 미지(未知)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삶..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1.09
친구 만나러 부산가기 (1/3) ‘마루’-노향림(1942~ ) 마른 걸레로 거실을 닦으며 얇게 묻은 권태와 시간을 박박 문질러 닦으며 미국산 수입 자작나무를 깐 세 평의 근심 걱정을 닦으며 지구 저쪽의 한밤중 누워 잠든 조카딸의 잠도 소리 없이 닦아준다 다 해진 내 영혼의 뒤켠을 소리 없이 닦아주는 이는 .. 산 이외.../2008년 일기장 2008.01.07
빤쭈에 눈이 어두워 뛴 영랑마라톤 (12/1) ‘등뒤’-이화은(1947~ ) - 아들은 요즘 뭐하시나? - 전에 하던 거 - 전에 뭐했는데 - 놀았어 마흔이 다 된 아들이 어머니와 어머니 동무의 주거니 받거니를 등 뒤로 듣고 등이 다 듣고 등이 시려, 그 등짝에 박힌 얼음이 십수 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는데 제 등골의 얼음골에 숨어 더운 한 시절 아직도 .. 산 이외.../마라톤 2007.12.02
꽉 찬 가을의 춘마를 뛰고 (10/28) '가을길' 한로 지난 바람이 홀로 희다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가을 서오릉 언덕너머 희고 슬픈 것이 길 위에 가득하다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산도 모자를 털고 있다 안녕, 잘 있거라 길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제 그림자를 지우며 혼자 가는 가을길 희다. 흰빛의 가을은 명상과 수용의 가을이다... 산 이외.../마라톤 2007.10.29
수리산 뛰고 관악산 가기 (10/14) ‘연애질’-정진규(1939~ ) 새로 연애질이나 한번 시작해 볼까 대패질이 잘 될까 결이 잘 나갈까 시가 잘 나올까 그게 잘 들을까 약발이 잘 설까 지금 빈 뜨락에 꽃잎은 제혼자 지고 빈방에 거문고 한 채 혼자서 걸려있네 그대 동하시거들랑 길 떠나 보시게나 이번엔 마름질 한번 제대로 해 보세나 입성 .. 산 이외.../마라톤 2007.10.15
금수산 산악마라톤 하프를 걷다? (10/7) ‘시인’-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너는 내게서 멀어져 간다 시간이여 너의 날갯짓은 내게 상처를 남겨 놓는다 그러나 나의 입은 어쩌란 말인가? 나의 밤은 그리고 낮은? 집도 없으며 기거할 수 있는 조그만 곳도 없다 내가 나를 바치는 모든 사물들은 부자가 되어 나를 마구 써 버린다 날아가는 시.. 산 이외.../마라톤 2007.10.08
인간관계 정리하기 (8/31) ‘강릉, 7번 국도’- 김소연(1967- ) 다음 생애에 여기 다시 오면 걸어 들어가요 우리 이 길을 버리고 바다로 넓은 앞치마를 펼치며 누추한 별을 헹구는 나는 파도가 되어 바다 속에 잠긴 오래된 노래가 당신은 되어 언뜻 기교가 안 보이는 듯하지만 고도로 내재화된 시편이다. 손을 어디선가 딱 놓아버린 .. 산 이외.../2007년 일기장 2007.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