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종주는 미완으로 끝나고... (2/11~12) <가장 넓은 길>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빗자루를 들고 묵묵히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 산행기/2020산행 2020.02.13
퇴직 기념 지리 종주 도전기 1 (2/10~12) <빙하기> 김리영 아침에 커튼을 열면 산꼭대기에 눈 쌓인 면적이 늘어나 있고 사람들은 조금씩 자기 체온을 잃어간다. 마침내 얼어붙은 눈의 벽면 안에서 잠들어 있는 시간을 맞이할 지 모른다. 나는 차디찬 매트리스 위에서 꿈을 꾼다. 언젠가 볼 수 있는 태양을, 아름답게 허물어지.. 산행기/2020산행 2020.02.12
덕유에서 눈 산행을 원없이 하다 (1/29) <너무 많은 행복> 이생진 행복이 너무 많아서 겁이 난다 사랑하는 동안 행복이 폭설처럼 쏟아져서 겁이 난다 강둑이 무너지고 물길이 하늘 끝 닿은 홍수 속에서도 우리만 햇빛을 얻어 겁이 난다 겉으로 보아서는 아무 것도 없는 너와 난데 사랑하는 동안에는 행복이 너무 많아 겁이 .. 산행기/2020산행 2020.01.30
겨울은 역시 덕유산이지 (1/28~29) <해질 무렵> 김태희 취나물 한 사발 향기 나에게 보내고 싶은 사람 하나쯤 있다면 비린 바닷속 검푸른 미역 한 올 건져 올려 그대 집 처마 아래 환한 등으로 걸어두겠네 이 저녁 떠나 보내고 사뭇 깊은 그 향기에 막무가내로 취하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면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꿈에.. 산행기/2020산행 2020.01.29
금원-기백에서 겨울 산행을 만끽하다 (1/19) <포옹> 이향아 입맞춤보다야 포옹이지 어깨 위에 그의 팔이 목도리처럼 얹히고 두 가슴 속 여울물이 순하게 흘러 심장 위 어디쯤 한쪽 귀를 기대어 무거운 머리는 갈비뼈 아래 눕히리 피가 돌아 따뜻한가 살아 있는 날이여 그대 숨소리 버들잎 하나처럼 버들잎 하나처럼 날다가 앉는 .. 산행기/2020산행 2020.01.20
산계 제주여행2-한라산 가기 (1/16) <딴 세상> 신석종 이 판국에 수유리 인수동에는 느릿 느릿 한가롭게 눈이 내립니다 세상 처음같은 정갈한 회색 하늘에서 내 나이 쉰 아홉 언저리 첫눈이 내립니다 아, 지금은요 달력 속 저 풍경처럼 포근한 딴 세상 이제는, 좀 덜 외롭고 싶은데 더 힘들게시리 이렇게 눈이 내립니다 .. 산행기/2020산행 2020.01.20
북한산 맛보기 (1/12) <시래기국을 끓이며> 이향아 시래기 가닥에는 지난 여름 비늘이 얼룩져있다 누군가 벗어던진, 그래도 이만하면 누더기는 아닌, 가으내 볕에 말려 버스럭거려도 절대로 부서질 껍데기는 아닌, 그렇다고 실한 알맹이도 아닌, 살은 시들시들 말라버리고 실핏줄만 고집스런 시래기국을 .. 산행기/2020산행 2020.01.13
첫 산행을 진양기맥으로 시작하다 (세실골입구-밀치, 1/5) <기쁨이란 반지는> 이해인 기쁨은 날마다 내가 새로 만들어 끼고 다니는 풀꽃 반지 누가 눈여겨보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다가 어느 날 누가 내게 달라고 하면 이내 내어주고 다시 만들어 끼지 크고 눈부시지 않아 더욱 아름다워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나누어 가질수록 그 향기.. 산행기/2020산행 202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