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3 산행기 83

배지 받으러 갔건만.... (대모-구룡산, 10/8)

눈부신 세상 / 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코스개관: 수서역 6번 출구-대모산-구룡산-염곡4거리-양재시민의 숲 (셋, 낮에는 조금 더웠고 빗방울도 날림) 혹시나 해 나름팀에 일욜 산행 예고를 올리니 넘버4가 손을 든다. 이왕이면 둘레길 배지도 받을 겸 도봉산역이나 양재시민의 숲으로 간다고 하니 2안에 손을 들어 수서역에서 만났다. 토욜 여의도 불꽃놀이 자랑하던 리사는 예상대로 안 왔다. 마음이 떠난거야.... 설악 정도는 되야 가나보다. 셋이 만나 출발하는데 사람이 정말 많다. 특히 대모산은 맨발걷기 성지라고 매스컴을 ..

완전체가 되어 가리왕산을 가다 (10/1)

장승진 저항령 통해 황철봉 가는 길 우툴두툴 돌들 참 많네 계곡물에 잠긴 길을 돌에게 묻고 나무에게 물어 마침내 올라 앉은 봉우리 노오란 돌채송화 작은 꽃송이 절정의 바람은 흔들리네 엉겨붙은 바위들의 고요한 주검 검버섯 돋아나듯 세월만 살아 쉽사리 구원을 말하지 않네 하산 길에 몇 번이나 넘어지며 보았네 칠부능선 그늘 속 투구꽃들 모여 앉아 그 절정의 침묵을 지키는 걸 잠시도 투구를 벗지 않는 걸 코스개관: 장구목이-장구목이 임도-삼거리-가리왕산 정상-삼거리-중봉-오장동임도-숙암분교 (하늘이 어여쁜 멋진 가을날, 당나귀 6명) 가리왕산은 예전 임도에서 마라톤 뛴 적은 있지만 산행을 못 해봐서 가보고 싶던 곳. 이 산은 계속 이런 저런 사정으로 밀렸다 모처럼 추석 연휴라 길게 쉴 수 있는 신천씨도 올 수 ..

소귀천에서 정릉으로 (북한산, 9/30)

이병률 거미가 실을 잘못 사용한다면 꽃대가 진 꽃을 내려놓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리 세상의 많은 조합일지니 이해할 때까지 비가 마를 때까지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리 가을이 여름의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더라도 그래서 감기로 잠시 아프더라도 정녕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리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도 당신이 그 사람에게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하는 것까지도 아무도 안 가는 시장에 간 것 나의 잘못은 아니리 오후에 붙들려서 길을 따라 나선 것은 생각을 안 만나고 싶은 날인 것이라 조금 맨발이 되자는 것이다 마음이 구덩이로 빨려 들어가 휘감기는 것도 구덩이에서 꺼내지는 것도 찬바람이 길을 지나는 동맥의 내용일 테니 애써 모른 체한들 나의 잘못은 아니리 코스개관: 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할렐루야 ..

우중 예봉산 산행 (9/26)

김초혜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코스개관: 팔당역-예봉산 1번 등산로-정상-율리봉-운길산역 (비가 산행 내내 내리던 날, 둘) 추석 전 화욜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이샘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산에 못 온다고 해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예봉산에 가기로 했다. 9시 팔당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급행을 타고 졸다 가니 전철 한칸에 나만 남았다. 조금 일찍 도착해 노느니 듀오링고 조금 하니 산나리 도착. 날씨 예보가 비가 온다고 하다 9시 소강이라 하더니 비가 내린다. 맞을 비는 아니다. 오랫만에 이쪽으로 와 길 찾기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여기도 개발이 되어 완전 딴 동네..

산행도 하고 밤도 줍고 (남산+물소리길, 9/20)

최원정 물컹물컹 애상의 나락으로 빠져들려 하는 속수무책인 전염병이듯 비가 내리기만 하면 감염되는 이 고질병은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찾아들고 치유할 명약을 찾다가 따뜻한 차 한잔 만들어 다독여 보지만, 헛일이기에 차라리 그대, 내 안에 드리우니 오슬오슬 춥던 비 가을햇살 솟아오르는 이른 아침에 싸리비로 쓸어 놓은 앞마당처럼 정갈하고 따뜻하다 아신역-친구집-남산 왼쪽으로 올라가기-오빈마을-양근성지-물안개공원-물안개수목원 담장길 걷기-남산 오른쪽으로 올라가기-친구집 (하루종일 비, 셋) 매주 수욜에는 선약이 없는 한 일시적으로 전원생활을 하는 친구 부부와 양평 일원의 산을 간다. 헌데 거의 대부분의 날 비가 내렸다. 오늘도 비 예보가 있지만 일단 출발해 만나기로 했다. 9:30 산나리와 만나 예정된 산행을 ..

로칼 가이드따라 아차산 2배 즐기기 (9/17)

정아지 나를 가둔 세상, 푸름뿐인 세상 비와 바람은 고독을 가르치며 통통한 초록대 만들었지만 어느 날 너를 만나고부터 나만의 색깔을 지워야 했다 물 속에 빠져 정신을 잃고 나의 의지를 졸도시키면서 소금물 속에서 가볍게 다시 태어난 몸 붉은 양념과 부대끼며 뜨겁도록 애무를 했다 보리밥과 어우러져 구수한 삶에 취하고 시골집 긴긴 밤에 고구마 만나 열정과 희열을 알게 되었다 조상 대대로 내림 속에 키운 사랑 부대끼며 달아오르는 감칠맛 이제, 너에게 그 맛을 길이 새겨주마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아차산-구리둘레길-시루봉-사이길 3거리-지석영묘-망우산-용마산-용마산폭포공원-사가정역, 당나귀 4명, 더위가 남아 있던 날) 원래 계획은 정선 가리왕산을 가기로 했다. 산행 기점과 끝나는 지점이 달라 차 2대로 ..

우면산은 공사중 (9/16)

정호승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코스개관: 사당역 3번 출구-우면산-형성마을-양재천-선바위역 (오전엔 비 소강상태로 더웠음, 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둘만 산에 가게 되었다. 비는 오후에 내린다고 한다. 10시 사당역에서 만났는데 오라방뻘 사람들이 많다. ..

철도 파업날 경의선 타고 부용산 가기 (9/15)

박연준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이따금 한번씩은 비를 맞아야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 주름을 펼 수 있다 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에서 기다리며 보낸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 벽에 매달린 우산은, 많은 비들을 기억한다 머리꼭지에서부터 등줄기,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 수많은 비의 혀들,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그러나 비들을 추억하며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코스개관: 국수역-형제봉-부용산-하계산 좌회-양수역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 셋) 수요일 가던 산행을 하늘 생파로 화욜로 바꾸었는데 공주님이랑 북스테이 가자고 해 가야 한단다. 금욜 오카리나 강습이 없어 금욜 가자고 해서 날을 잡았는데 비 예보가 ..

모처럼 나름팀 산에 가기 (백련산, 9/9)

강재남 오늘의 구름을 자네에게 보내네. 뭉클한 기운이 계절을 건너고 그러는 동안 꽃이 피는 순간을 이해하기로 했네.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이 구름의 발성법으로 소리를 내더군. 노래를 불러주세요 기꺼이 앵무새가 되어주세요. 바람이 놀다간 자리에 비밀이 풀리고 있었네. 비밀을 다시 감아야 하는 자네는 술래이면서 숨어야하는 사람이라네. 어제를 뭉치니 어제가 되더군. 어둠은 삼켜도 어둠이었지. 말린 어제가 어둠을 끌고 갔다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바꼭질은 끝나지 않은 채 돌아갔다네. 그립지 않은 것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밤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이 가득하더군. 오늘을 넘기는 자네는 무슨 생각에 빠져있었나. 화살이 된 말에 심장을 찔리고 심장이 단단하고 심장이 반짝이고 그러는 동안 새가 날아오르는 순..

소구니산-유명산 가기 (9/6)

김용화 뒷마당 한구석 닭의장 근처 풀섶에 숨어 빠꼼히 얼굴 내미는 너를 만나면 그리움은 온통 연파랑 하늘빛이 된다 몽당연필 침 발라 눈썹 그리다 먼 마을 시집간 달개비꽃 코스개관: 선어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소구니산-농다치 고개 (셋, 더웠지만 바람에서 가을을 느끼던 화창한 날) 지난주에는 내가 감기걸려 한주 쉬고 오늘 산나리와 만나 오늘은 소구니산-유명산을 가기로 했다. 네비에는 유명산 입구로 치고 가면 된다는 산나리. 목적지에 가니 길 건너 지난번 갔던 중원산을 가장 짧게 가는 곳에 리본이 달려있다. 선어치고개에는 주차장도 넓찍하고 나쁘지 않다. 출발. 오늘 산길도 험하지 않았고 산은 육산이고 길도 그늘이 대부분이라 좋았다. 거기에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불어 가을을 실감하게 하는 그런날. 선두에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