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3 산행기 83

서울 둘레길 걷기 (석수역-관악산 일주문, 6/11)

이정록 안마당을 두드리고 소나기 지나가자 놀란 지렁이 몇 마리 서둘러 기어간다 방금 알을 낳은 암탉이 성큼성큼 뛰어와 지렁이를 삼키고선 연필 다듬듯 부리를 문지른다 천둥 번개에 비틀거리던 하늘이 그 부리 끝을 중심으로 수평을 잡는다 개구리 한 마리 안마당에 패대기친 수탉이 활개치며 울어 제끼자 울 밑 봉숭아며 물앵두 이파리가 빗방울을 내려놓는다 병아리들이 엄마 아빠 섞어 부르며 키질 위 메주콩처럼 몰려다닌다 모낸 무논의 물살이 파르라니 떨린다 온몸에 초록 침을 맞은 하늘이 파랗게 질려 있다 침 놓은 자리로 엄살엄살 구름 몇이 다가간다 개구리 똥꼬가 알 낳느라고 참 간지러웠겠다 암탉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논 쪽을 내다본다 코스개관: 석수역-서울둘레길-호압사-관악산 일주문 (비 예보가 있었으나 비는 오지 않고..

대모-구룡산 가기 (6/6)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코스개관: 수서역 6번 출구-대모산-구룡산-코트라-염곡4거리 (셋, 바람불어 좋은 날) 오랫만에 산나리, 심심이와 날을 맞췄다. 제일 먼 산나리가 수서역에서 만나자고 해 대모-구룡을 가기로 했다. 10시 만나기로 했는데 12시 내려와 점심 먹자는 심심이. 12시에 내려..

주흘산 원점회귀 산행 (6/4)

김용택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 향기 스칩니다 뒤를 돌아다봅니다 꽃도 그대도 없습니다 혼자 웃습니다 코스개관: 문경 새재 주차장-1관문(주흘관)-여궁폭포-혜국사-대궐터-주봉-영봉-꽃밭서들-2관문(조곡관)-kbs촬영장-1관문-주차장 (바람 불어 좋은날, 당나귀 6명) 6월 첫주 산행도 나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주흘산을 간다고. 총무님 차를 타고 7시 5명이 만나 회장님 만나러 출발 하는데 총무님이 독감 이후 귀에 이상이 생겨 항생제를 2주째 먹고 있는데 카톡에는 용인에서 회장님을 만난다고 해 놓고 막상 만나는 곳은 이천이라나? 회장님과 확인전화 후 출발하는데 오늘도 지난번처럼 고속도로를 잘못 타 과천까지 갔다 되집어 오느라 회장님을 기다리게 했다. 아무튼 무사히 만나 오늘 승차는 경로, 비경로 셋씩 타고 가..

하늘과 아차산 가기 (6/3)

범황순 오늘의 주인공은 참치이고요 늘씬한 몸매 뽐내는 주홍 당근과 호박 흰 피부 자랑하는 예쁜 감자와 비가 와도 걱정 없는 버섯 녀석과 잘 생긴 양파와 유단자 마늘과 노란 카레비 뿌려 색칠하자 마지막으로 손가락 걸고 실눈 참기름 쭉쭉 뿌려주면 우리 얼굴 환한 모습 하회탈 된다 코스개관: 광나루역 1번 출구-아차산 정상-깔딱고개-사가정역 (바람 불어 좋은 날, 둘) 장공주가 산행 약속을 계속 지키지 못한다. 하늘은 운동을 해 북경 여행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그래서 둘이 만나 낮은 산으로..... 광나루역에서 만나 스탬프 찍고 올라가는데 지난번에는 안산에 사람이 그렇게 많더니 오늘은 또 아차산으로 다 왔나? 우리가 산에 오는거 소문 났나? 한바탕 웃고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늦지도 않게 잠깐 잠깐..

100대 명산 공작산 가기 (수타사-공작골, 5/21)

임인규 어릴 적 꿈꾸던 아프리카 그곳엔 언제나 풍성한 바나나 숲이 있었습니다. 노랗게 주렁주렁 풍성한 바나나 잘사는 친구 놈 집에서 꿈에 떡 얻어먹듯 우연찮게 처음 맛본 그 맛 달콤함과 이국적 향취여! 첫사랑 그녀가 좋아한 그 달콤한 유혹에 번번이 줄어드는 용돈 그녀의 우유는 바나나 우유 이제는 흔해진 바나나 마트에나 시장에나 지천으로 넘쳐나는 노란 그 바나나 어쩌나 흔하게 사온 바나나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아프리카 밀림 숲도 없고 첫사랑도 퇴색되었지만 바나나 과육만 잘라서 냉장고에 얼린 천하일미 얼음과자 입속에서 느끼는 행복한 사랑 코스개관: 수타사 주차장-약수봉-수리봉-공작산-공작골 (바람불어 좋은 날, 당나귀 6명) 가고싶은 산을 올리면 적극 반영한다고 한다. 혹시나 해 100대 명산 중 못 간 산..

봄 서락을 가다 (오색-백담사, 5/17)

하청호 나는 커다란 그늘이 되고 싶다. 여름날 더위에 지친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여린 풀과, 어린 개미, 풀무치, 여치,...... 그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 작아 조그만 그늘만 드리우고 있다. 언젠가 나는 크고 튼튼하게 자라 이 세상 모든 사랑스러운 것들을 내 그늘 속에 품어 주고 싶다. 햇빛이 강하고 뜨거울수록 더욱 두터운 그늘이 되어 그들을 품어 주고 싶다. 코스개관: 오색-대청-중청-소청-소청대피소-봉정암-수렴동 대피소-영시암-백담사 (9:10~17:10. 바람불어 좋은날, 둘) 봄 설악을 염두에 두었고 이왕이면 장공주도 머슴이 있다면 가고 싶다고 해 남의편에게 이야기 하니 오케해서 날을 잡기로 했다. 헌데 경방이 5.15이나 풀리는데 이날부터 손주를 봐주기로 해서 ..

수리산역에서 명학역으로 (수리산, 5/9)

박종영 산에 오르니 눈에 잡히는 것들 훌쩍 자라서 바라보는 재미가 크다. 산 동백, 물푸레나무가 주고받는 푸른 말씀도 정겹게 가만가만 들리는 숲속, 나무의 요정들이 산바람 파고들어 견고한 나이테에 한 뼘 세월의 흔적 그려 넣어 성장의 기쁨이 일렁이고, 지난밤 서투른 시간이 있었는지 시샘하며 토라진 입술 삐쭉거리는 산수국, 보란 듯이 봄내 다듬어 간직한 청람색은 짙푸른 색색의 조화로 우쭐대며 숨 막히는 천상의 빛깔 한 올씩 풀어내는데, 갈등을 빚는 연인들의 가슴에 꽃꿀처럼 달콤한 그리움을 숨 쉬게 하려는가, 산 쑥국새 애잔하게 우는 소리에 늦봄 산 아래 마을은 도둑처럼 적막하고 향기 짙은 나무 한 그루 우울한 숲을 일으켜 세운다. 코스개관: 수리산역-도장초-무성봉-임도오거리-슬기봉 입구-태을봉-관모봉-명학..

건산회 조인 산행 (무의도 호룡곡산, 5/7)

최일화 온종일 모르는 사람과 산다. 낯선 사람과 나란히 버스에 앉아 털털거리고 모르는 사람과 마트에서 토마토를 고른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먼 곳에 살고 전방부대 전우는 연락이 끊겼다. 함께 연을 날리던 어릴 적 친구나 날고구마 같이 깎아 먹던 이웃사촌은 소식을 모른다. 날마다 사람을 만나 같이 점심을 먹고 낯익은 사람처럼 잠시 수다를 떨지만 금세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 된다. 세탁소 아저씨와 얘기를 주고 받고 동네 이발사와 잠시 세상을 욕하다가도 금세 모르는 사람이 된다. 의사와 환자로 잠시 아는 사이 되었다가 간호사와 환자로 한 가족처럼 지내다가 퇴원하자마자 금세 모르는 사람이 된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도 낯선 사람 되고 술을 먹으며 허물없던 사람도 어느새 모르는 사람이 된다. 낯선 세상이 점점 익숙한 ..

바람불어 좋은날 청계산 가기 (5/4)

양전형 다 펼친 게 아름다운가 다 숨긴 게 아름다운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침없이 속 다 꺼낸 너를 용서한다 붉은 고백 하나로도 너는 죄를 다 씻었다 네 붉은 입술에 하늘이 내려앉아 묵묵히 불타고 있구나 아, 너의 뜨거움을 바라봄으로 너의 소갈머리 닮은 꽃눈이 지금 북풍한설의 빙점 뚫고 돋아난 내 안의 꽃눈들이 지금, 아아 나는 몰라요 그대여! 나 지금 철쭉이어요 피고 싶어요 코스개관: 대공원역 4번 출구-과천매봉-석기봉-만경대-매봉-돌문바위-원터골-청계산 입구역 (가끔 구름끼고 바람불어 좋은 날, 둘) 장공주와 둘이 대공원역에서 만났는데 여긴 학생들 나들이로 엄청 복잡하다. 청계산을 얼마만에 오는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여기도 전에 없던 데크도 깔려있다. 간간히 사람들이 보이지만 평일이라 호젓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