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얼서 거실에서 월동을 견디던 화초들 쟈스민이 맨 먼저 새하얀 꽃향기를 터트리면 난향(蘭香)들 소리 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해에도 작년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그러다 문득 복수초 설중매 봄까치꽃이 SNS에 등장하면 봄은 바짝 다가온 셈이다 노오란 꽃 산수유가 피고, 생강나무가 어떻고 하면 봄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울안에 홍매화 산당화 백목련이 피고 라일락 꽃향기 담장을 넘나들면 봄은 이미 바람난 셈이다 민들레 수선화 유채꽃 꽃잔디 광대나물 별꽃 각시붓꽃 제비꽃 현호색 화들짝 신상을 공개해버린 저네들 마주치는 눈빛마다 봄날에 만취했다 어제 마주친 제비꽃과 얼레지꽃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면서 어느덧 만춘이라 여겼는데 오늘 또 다시 화단에 튤립이 피고, 모란이 벙글고 하긴, 계절이란 개화를 위한 꽃밭이었다 여름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