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3 산행기 83

1일 2산을? (아차산-망우산, 3/17)

강현국 큰일났다, 봄이 왔다 비슬산 가는 길이 꿈틀거린다 꿈틀꿈틀 기어가는 논둑 밑에서 큰일났다, 봄이 왔다 지렁이 굼벵이가 꿈틀거린다 정지할 수 없는 어떤 기막힘이 있어 색(色)쓰는 풀꽃 좀 봐 벌목정정(伐木丁丁) 딱따구리 봐 봄이 왔다, 큰일났다 가난한 내 사랑도 꿈틀거린다 *벌목정정 : 나무를 베는 소리가 ‘정정’함. ‘정정’은 의성어, 한자(漢字)의 음차(音差)임. 코스개관: 광나루역 2번출구-광진교 -아차산 생태공원-아차산-망우산-망우공원 (셋, 쌀쌀한 날씨) 평일엔 손주 보느라 시간이 안되는 심심이가 딸네가 싱가폴 여행으로 17~20까지 시간이 된다고 한다. 그래? 그럼 산에 가야지...... 아작산에 올리니 산나리만 손을 들어 지난번에 이어 셋이 산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은 심심이 가까운 관..

우면산 넘어 양재 시민의 숲 (3/16)

홍순영 그가 사라졌다 분명 발자국 소리 들리고 그의 냄새 문 앞에 서성이는 것 같아 가슴 두근거렸는데 문을 열어젖히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가 자취를 감춘 그 시간으로부터 시계는 두 바퀴를 돌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베어내고 또 베어내도 자꾸만 돋아나는 시간 제대로 돌지 않는 피를 데워가며 백지에 발자국만 찍고 달아난 그를 좇아 기억의 갈피마다 머리를 들이밀어 본다 사각 울타리가 쳐진 백지를 펼쳐놓고 침묵 속에서 그가 다시 출몰하기를 기다린다 나는 아직 텅 빈 여백이다 코스개관: 사당역 2번 출구-우면산 입구-남태령 정상-성산약수-유점사 약수터-소망탑-양재시민의 숲 (쌀쌀한 봄날, 둘) 지난주 하늘과 함께 걸었던 길을 오늘은 장공주와 둘이 걸었다. 둘이 같은날 가면 좋겠는데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고 ..

우면산 넘어 둘레길 완주증 받기 (3/10)

봄 바람난 년들/권나현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 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 년들 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 워쩔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 한 낮짝 이라도 귀경할..

당나귀와 북한산 11성문 하기 (3/5)

이영도 나의 그리움은 오직 푸르고 깊은 것 귀먹고 눈 먼 너는 있는 줄도 모르는가 파도는 뜯고 깎아도 한번 놓인 그대로 … 코스개관: 북한산성 입구-의상봉-가사당암문-부암동암문-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용암문-백운봉암문 (위문)-백운대-위문-상운사-북문-원효봉-서암봉 (시구문)-효자리-북한산성입구 (8시간10분) 2월 3주 산행은 나랑 윤호씨가 결석 해 네 사람만 관악산 둘레길 걷고 성사장님 결혼식 참석했다고 한다. 오늘도 윤호씨가 사정상 빠져 회원이 다 참석 안해 회비도 안 걷는다고 오늘도 회비 안 걷었다. 전철로 가던 북한산을 총무님 차로 출발해 삼송역에서 회장님 타고 산성입구 주차장에 차를 댔다. 9시 쯤 되서인지 주차장은 널널한 편. 보통 12성문을 하면 원효능선에서 시작해 의상능선으로 끝내는..

둘레길 1일 2산 하기 (앵봉산-봉산, 2/10)

이정록 영덕식당 아주머니가 청국장 백반을 이고 온다 신문지 한가운데 둥근 투가리에서 김이 폴폴 오르고, 그걸 맛보겠다고 하느님이 눈발이 되어 뛰어내린다 하느님도 무게가 제법인지 아주머니가 허리를 펴고 멈춰 선다 여관 신축공사장 삼층으로 오르면 눈발 하느님은 국물도 없을 것이다 시멘트 범벅인 장화 하느님들이 단체손님을 받을 제일 큰방에서 신문지를 확 걷어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삽 자루나 질통에 이마를 부딪힌 채 선배님들의 입 속으로 후룩후룩 넘어가는 청국장을 아름다이 바라볼 것이다 그들 가운데 젊은 운동화가 컵라면 빈 그릇에 남은 반찬을 쓸어 담아 소주 됫병 옆에 밀어놓는다 저걸 한 모금 들이켰으면 좋겠다고 눈발 하느님이 몸서리를 치자 크윽, 눈길도 없이 녹아버린다 코스개관: 구파발역 3번 출구-서울둘레길 ..

당나귀, 광명에서 놀다 (도덕산~서독산, 2/5)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 앵글 코스개관: 철산역 2번 출구-도문산-도덕산-흔들다리-구름산-광명동굴-가학산-서독산-안일초등학교 (9:40~16:50, 따뜻한 겨울, 당나귀 6명) 분명히 9시 만나는걸 알고 있는데 정작 검색은 10시로 해 9시 차를 타면 되는줄 알고 널널하게 있다 왜 안가냐는 남의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난다. 뛰쳐 나가 3번 버스를 타고 가니 시간이 더 걸려 범계역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30분이나 늦어 철산역에 겨우 도착. 미리 신고해 찻집에 가 계시라니 편의점 앞에서 커피 한 캔씩 마시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총무님 시계 풀어놓기. 오늘은 여성용 예쁜 시계로 각자 2~3개씩 챙기고 출발..

동계 설악 가기 (2/2)

이정 처마 밑 고드름을 치고 가는 식전바람같이 뒷덜미 서늘한가 마른 시래기를 들추는 허기진 바람처럼 숨결 뜨거운가 된장찌개 졸아붙는 숯불 아궁이 방고래를 지나 굴뚝까지 다다를 수 있겠는가 무 껍질 벗기듯 제 살 도려내는 겨울바람 고드름 뚝뚝 부러지는 봄 햇살까지 갈 수 있겠는가 코스개관: 오색-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양폭-비선대-와선대-설악동 (9:00~16:45, 아침 쌀쌀했지만 날이 풀린 날, 둘) 작년 동계 설악에 도전했다 입산통제로 못 가고 막상 날을 잡으려니 여의치 않다. 구정 연휴 다음날 가려고 했으나 혹한으로 일단 연기했고 최종 2.2 설악을 가기로 했다. 입산통제는 아니었고 평일인지라 첫차를 타면 6:30 동서울발 버스를 탈 수 있다. 차표 예매를 했고 떡사고 샌드위치 한쪽 만들고 우유,..

관악산 가기 (2/1)

이영춘 남편은 부엌에서 마늘을 찧고 나는 거실에서 책을 읽고 베란다에선 앵무새가 제 짝을 부르는지 죽어라 울어 대고 고요로운 햇살 두 볼을 만지작거리며 살곰살곰 거실로 발을 옮기는데 발길에 묻어오는 아침 나절의 햇살 풍경 풍경 속에서 칼도마 두드리는 소리 참, 맛있다 코스개관: 정부과천청사역-문원폭포-케이블카 능선-연주암-과천향교 (둘, 따땃한 겨울) 원래 금욜 산에 가자 했는데 금욜엔 하늘도 참석하기로 해 그날은 둘레길을 걸어야 해 오늘은 산에 가자 했다. 10시 청사역에서 만나 문원폭포로 올라가는데 평일임을 실감하는 한갖진 산길이다. 오늘은 짧게 가기로 한지라 폭포 지나 우측 능선으로 붙었다. 헌데도 힘이 들었다. 햇살 좋은 곳에서 커피와 쌀 카스테라를 먹었고 간간히 응달에는 눈이 남아있어 살 떨리게..

안동여행 2 (봉화 청량산, 1/29)

정연복 딱히 찾아올 사람도 없어 이따금 외로움이 밀물지는 때 불현듯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너 끈질기게 들러붙어 몸이야 많이 괴롭더라도 너와의 꿈결 같은 몇 날의 동거(同居) 중에는 파란 가을 하늘처럼 맑아지는 정신 왜 살아가느냐고 무엇을 사랑하느냐고 너는 말없이 화두(話頭) 하나 던지고 가지 코스개관: 입석-금탑봉-김생굴-자소봉-탁필봉-연적봉-하늘다리 갈림길-청량사-입석 (쌀쌀한 날씨, 셋) 아침 거제소녀가 청국장에 솥밥까지 한장 잘 차려서 밥 먹고 물 끓이고 간식 챙겨 나오는데 거제소녀는 겨울 바지와 등산화를 서울 친구가 빌려갔고 신샘은 아이젠을 빼먹고 왔다고..... 바지는 신샘 여벌이 있어 빌려주고 신발은 운동화 신고 신샘 차로 출발. 청량산을 2번 와 봤지만 워낙 예전이고 하늘다리 놓기 전이다. 신..

눈 맞으며 북한산 주능선 걷기 (이북오도청-청수장, 1/15)

박시교 얼만큼 황홀해야 갇혔다 하겠느냐 이미 나는 네 안에서 봄날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 피어나는 가쁜 숨결일 뿐인 것을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 이만하면 꽃이다 코스개관: 이북오도청-금선사-비봉-사모바위-승가봉-청수동암문-대남문-대성문-보국문-정릉 청수장 (진눈깨비 같은 눈 내리던 날 춥지 않았음, 둘) 원래 1/13 장공주와 동업자 2명과 조인 산행을 계획했다. 헌데 장공주는 일이 있다고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이런 날씨 아이젠도 처음인 사람과 산행이 조심스럽다. 그래서 취소해도 된다고 문자를 보내니 안 그래도 걱정을 하고 있었나보다. 일욜 장공주 시간 된다고 해 산행을 계획해 지난번에 이어 주능선 걷기로 했는데 오늘도 어제에 이어 진눈깨비 같은 눈이 내린다. 장공주 매우 불안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