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굴뚝새들은 조그맣게 산다 강아지풀 속이나 탱자나무 숲속에 살면서도 그들은 즐겁고 물여뀌 잎새 위에서도 그들은 깃을 묻고 잠들 줄 안다 작은 빗방울을 일부러 피하지 않고 숯더미 같은 것도 부리로 쪼으며 발톱으로 어루만진다 인가에서 울려오는 차임벨소리에 놀란 눈을 뜨고 질주하는 자동차소리에 가슴은 떨리지만 밤과 느릅나무 잎새와 어둠 속의 별빛을 바라보며 그들은 조용한 화해와 순응의 하룻밤을 새우고 짧은 꿈속에 저들의 생애의 몇 토막 이야기를 묻는다 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불어온 바람이 깃털속에 박히고 박하꽃 피운 바람이 부리 끝에 와 머무는 밤에도 그들의 하루는 어둠 속에서 깨어나 또다른 날빛을 맞으며 가을로 간다 여름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들녘 끝에 개비름꽃 한 점 피웠다 지우듯이 가을은 아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