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1산행 92

서울 둘레길 걷기 (빨래골~평창동, 10/24)

이기철 굴뚝새들은 조그맣게 산다 강아지풀 속이나 탱자나무 숲속에 살면서도 그들은 즐겁고 물여뀌 잎새 위에서도 그들은 깃을 묻고 잠들 줄 안다 작은 빗방울을 일부러 피하지 않고 숯더미 같은 것도 부리로 쪼으며 발톱으로 어루만진다 인가에서 울려오는 차임벨소리에 놀란 눈을 뜨고 질주하는 자동차소리에 가슴은 떨리지만 밤과 느릅나무 잎새와 어둠 속의 별빛을 바라보며 그들은 조용한 화해와 순응의 하룻밤을 새우고 짧은 꿈속에 저들의 생애의 몇 토막 이야기를 묻는다 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불어온 바람이 깃털속에 박히고 박하꽃 피운 바람이 부리 끝에 와 머무는 밤에도 그들의 하루는 어둠 속에서 깨어나 또다른 날빛을 맞으며 가을로 간다 여름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들녘 끝에 개비름꽃 한 점 피웠다 지우듯이 가을은 아무도 ..

미모산악회 숨은벽 단풍을 만나다 (10/21)

반칠환 나무는 제 몸에 단 이파리 숫자가 궁금해 한 장씩 떨어뜨려보는 것이다 눈서리 내리고나서야 아차, 겨우내 벌벌 떠는 것이다 가으내 세고도 여름내 까먹어 해마다 다시 세는 것이다 코스개관: 구파발역 1번 출구 704번 버스 환승-효자2통 하차-국사당-숨은벽-밤골-국사당-북한산 둘레길( 미모산악회 4명, 효자길-내시묘역길)-산성 입구 (11:00~16:25, 맑았고 다소 덥게 느껴짐) 자칭 미모산악회를 표방하는 산악회가 그동안 산정 3총사만 다니다 오늘 숨은벽을 가기로 해 회장님인 장공주를 초대했다. 출근시간 피해 10:30 구파발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제일 늦었다. 장공주는 진작 도착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 서로 못 알아볼뻔. 704번이 바로 와 타고 효자2통에 내리니 11시. 오늘 평일치고는..

지리산 남의편 사진 (10/19)

김영천 길가의 하찮은 쇠비름도 제 나름대로의 꽃을 피워 문다 혹, 지나가는 바람이나 먼지나 겨우 아는 체 할 뿐 그런 세상을 외려 기회로 삼고 제 오지랍이나 넓힌다 아무리 짓밟고 베어내어도 다시 시퍼렇게 살아나서는 벌나비 한 마리 날아오지 않아도 원망 않고 더러 여뀌나 개망초 사이에서 부끄럽게 핀 낮은 풀꽃조차 부러워 않는다 소똥이나 개똥 범벅이 되어도 그래 날파리가 끌어도 끝내 마지막까지 남을, 아, 자유여

가을 지리에서 상고대를 만나다 (10/19)

나해철 밥집 마당까지 내려온 가을을 갑자기 맞닥뜨리고 빌딩으로 돌아와서 일하다가 먼 친구에게 큰 숨 한 번 내쉬듯 전화한다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니 좋다고 불현듯 생각한다 가을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와 있어서 그를 그렇게라도 보내게 한다 코스개관: 동서울 심야버스 백무동행-백무동-한신계곡-세석-장터목-천왕봉-법계사-중산리 (3:40~13:05) 9월 설악에 이어 10월 지리를 가기로 했다. 잡고 보니 연 3일 산행 후 하루 쉬고 가는 일정이라 다소 부담은 됐다. 일욜 당나귀 산행에서 화욜 지리를 가기로 했다고 짧게 하자고 해서 관음봉을 생략했지만 산행 거리는 짧지 않았다. 월욜 오마니 독감 접종이 있는지라 친정에 들려 오마니 접종 해 드리고 같이 점심..

천마산 원점 회귀산행 (10/17)

오규원 길 위로 옆집 여자가 소리 지르며 갔다 여자 뒤를 그 집 개가 짖으며 따라갔다 잠시 후 옆집 사내가 슬리퍼를 끌며 뛰어갔다 옆집 아이가 따라갔다 가다가 길 옆 쑥부쟁이를 발로 툭 차 꺾어놓고 갔다 그리고 길 위로 사람 없는 오후가 왔다 산행일: 2021.10.17 (일) 코스개관: 오남저수지 주차장9:30)-북두봉-철마산 갈림길- 과라리고개-과라리봉-배랭이 고개-천마산-평내호평역 갈림길에서 계곡-저수지 둘레길-저수지 주차장 (9:30~17:30) 날씨: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가을인지 겨울인지. 날은 비교적 맑음. 멤버: 당나귀 6명 해가 짧아져 만나는 시간을 30분 당겼다. 아침 총무님 차를 타고 농수산 시장에서 신천씨 차로 갈아타고 5명이 회장님 만나러 고고씽. 까멜은 오늘도 우환이 있어 결석을..

북한산 칼바위 가기 (10/16)

민왕기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서 오늘은 곁을 주고 그저 머문다 구름 곁에서 자보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내일은 그냥 걷다 옆을 주는 꽃에게 바람이 마음 준 적 있는지 묻겠다 곁이 겨드랑이 어느 쪽인지, 옆구리 어떤 쪽인지 자꾸 사람에게 가 온기를 찾아보는 쓸쓸이 있어 나는 간혹 몸 한켠을 더듬어 볼 텐데 야윈 몸에 곁이 돋으면 너에게 가겠다고 편지하겠다 곁이라는 게 나물처럼 자라는 것인지 그리하여 내가 내 곁을 쓸어 보는 날엔 나무가 잎사귀로 돋는 곁이 있고 별이 빛으로 오는 곁도 있다고 믿어보겠다 가령 어느 언덕배기 세상에 단 둘이 곁으로 사는 집, 비추는 달빛도 있다고 생각하겠다 고작해야 이 삶이 누군가의 곁을 배회하다 가는 것일지라도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서 곁을 주고 세상의 모든 곁이 다 그렇다..

의상능선에서 가을을 느끼다 (북한산, 10/15)

김명수 숲 속 나무들의 봄날 약속은 다같이 초록 잎을 피워내는 것 숲 속 나무들의 여름 약속은 다같이 우쭐우쭐 키가 크는 것 숲 속 나무들의 가을 약속은 다같이 곱게 곱게 단풍 드는 것 숲 속 나무들의 겨울 약속은 다같이 눈보라를 견뎌내는 것 코스개관: 백화사-의상봉-의상능선-715봉-대남문-대성문-평창동 (10:20~17:00) 월 2회 하는 미모산악회. 어디 가냐고 하니 의상을 가자는 차영샘. 친구들과 12성문 중 의상능선이 빠져 예습하려는것 같다. 두사람 다 오랫만에 의상능선을 하는데 아침 빗방울이 떨어진다. 일단은 10시 구파발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백화사에 내리니 비는 소강상태다. 백화사 들리려다 체온도 재야 한다고 적혀있어 그냥 밖에서 사진만 찍고 오늘은 대장 훈련 산행이니 의상능선부터 가기로..

시스터끼리 불암산 가기 (10/9)

고두현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지난 여름 푸른 상처 온몸으로 막아주던 방풍림이 얼굴 붉히며 바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 은점 지나 노구 지나 단감빛으로 물드는 노을 남도에서 가장 빨리 가을이 닿는 삼십리 해안길, 그대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저토록 몸이 달아 뒤채는 파도 그렇게 돌아 앉아 있지만 말고 속 타는 저 바다 단풍드는 거 좀 보아요. 코스개관: 상계역 1번 출구-삿갓봉 근린..

당나귀 오랫만에 뭉치다 (양평 청계산, 10/3)

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산행일: 2021.10.03 (일) 여름같던 가을날 코스개관: 양수역-소리개고개-벗고개-청계산-형제봉갈림길-청계리-국수역 (9:45~18:10) 멤버: 당나귀 5명 6월20일 산행을 하고 잠정 휴업중이던 당나귀 산악회 산행을 10월 부터 재개 한다는 반가운 소식. 아침 총무님 차를 타니 헐렁하다. 까멜은 아들이 아파 못오고 신천씨는 자가격리중이라고. 즉 4명이 평촌에서 출발해 양수역에서 회장님을 만나기로 했다고... 9시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양수역 도착하니 여긴 잔차 부대가 한가득이다. 잔차 ..

구천계곡에서 평창계곡으로 (북한산, 10/2)

윤이현 언제나 말이 없는 산. 그래도 내가 찾아가면 가만히 속삭여주는 한마디 난, 널 좋아한단다. 그래, 나도야. 그래서 이렇게 날마다 널 찾아오잖니! 코스개관: 수유역 4번 출구에서 1번 마을버스 승차-아카데미하우스 하차 (종점)-아카데미하우스-구천계곡-대동문-보국문-대성문-평창탐방안내소-평창파출소 (10:20~15:00, 날씨 밤에 비가 오고 맑은 가을날) 지난주 북한산 둘레길을 하니 아주 편안한 길도 아니면서 경치는 어정쩡 하다. 통일연수원을 지나며 다음 산행은 여기서 출발하면 될것 같아 제일 짧은 코스로 올라가 대동문에서 평탄한 산성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이번엔 다같이 밥과 반찬 1가지씩 싸가지고 오자고 했다. 에인절고는 성묘로 결석계를 냈는데 당일 아침 하늘이 안오기로 했다고. 산행 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