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 반, 산길 반 (금북정맥, 팔봉중-장재, 8/21) 앙다문 입 - 문동만(1969~ ) 새꼬막 까먹다, 개 중에 입을 열지 않는 것들을 만나면 죽어서 앙다문 어떤 입들이 생각나서 모질게 열 수 없는 당신 말이 떠올라서 짭짜름한 해감내 흐르는 갯바닥 길이 발바닥이 우묵하니 걸리는 조개등짝도 생각나서 둘러앉아 동죽과 백합을 까먹고 간간한 국물에 떡수제..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8.23
2011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2 (8/1) 양 세 마리 - 박상순(1961~ ) 풀밭에는 분홍나무 풀밭에는 양 세 마리 두 마리는 마주보고 한 마리는 옆을 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풀밭에는 양 세 마리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8.18
2011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1 (7/30~8/4) 굴뚝의 성장담 - 이영주(1974~ ) 당인리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교복을 벗고 매일 저녁 끝에서 끝으로 걷는다 등짝이 불타오르는 기분 언제나 붉은 얼굴로 걷는다 연기처럼 굴뚝에서 생성된다는 건… 키가 크고 난 이후 나는 다리가 자주 구겨진다 척추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등을 구..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8.18
탁동 멤버들과 미녀봉을 가다 (8/11) 늪 - 유지소(1962~ ) 내 음성이 “너·무·해” 하고 너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네가 사라져버렸어 왜냐하면, 동시동작으로, 내 마음이 “너·無·해”라고 단호하게 너를 삭제해 버렸거든 그때, 기우뚱거리는 몸을 나무에 기대지 말았어야 했어 나무가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쿡쿡, 나를 <나·無>로 ..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8.16
기나 짧으나 9시간? (금북정맥, 모가울고개-팔봉중, 8/7) ‘못 2’ - 이하석(1948~ ) 그들은 녹슨 몸 속에도 여전히 쇠꼬챙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깃들인 어느 곳에서든 부스럭거리며 그들은 긁고 찌른다. 흙 속, 헐어버린 건물 안, 이전해버린 공장의 빈터, 폐쇄해버린 술집의 판자 틈, 버려진 구석 어디에서나 그들은 내팽개쳐진 채, 나무든 흙이든 풀이든 바..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8.13
지리를 떠나다 (7/25) ‘와온(臥溫)에 오면’-김춘추(1944~ ) 우린, 다 눕는다 늙은 따개비도 늙은 부락소도 늙은 늦가을 햇살도 눕는다 순천만이 안고 도는 와온에 오면 바람이 파도가 구름이 세월처럼 달려와 같이 눕나니 어쩌랴, 와온에 와 나 너랑 달랑게 되어 달랑게 되어 갯벌에 달랑 누운 따스한 이 눈물 자욱을 너 또한..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29
지리에 들다 (7/24~26) ‘그늘 속에는’ 중-양문규(1960~ ) 하늘 받든 은행나무는 안녕하신지? 햇살 푸지도록 환한 날 다시 천태산 영국사로 든다 은행나무는 낮고 낮은 골짜기를 타고 천 년 동안 법음 중이다 해고노동자, 날품팔이, 농사꾼 시간강사, 시인, 환경미화원 노래방도우미, 백수, 백수들…… 도심 변두리에 켜켜이 ..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29
화창한 날씨 덕을 보다 (설악산, 7/22) 소금창고 - 이문재 (1959 ~ )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28
운해의 바다에 빠지다 (청소년 여름 캠프 -설악산, 7/20~22) 역전 식당 - 김혜수(1959~ ) 국밥을 주문해놓고 티브이 화면 속 무균실 유리상자 안에서 밥숟가락 뜨는 아이를 보네 육체에 배달되는 밥이라는 세균 병 깊어 투명한데 밥 한술 뜨는 게 필생을 기울이는 의식이어서 읍하고 서서 마음으로 대신 밥을 먹고 있는 어미 먹는 게 아니라 다만 먹어두는 밥이 있..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28
놀며놀며 관악산 가기 (7/18) 우물 - 박형권(1961∼ ) 귀뚜라미는 나에게 가을밤을 읽어주는데 나는 귀뚜라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언제 한번 귀뚜라미 초대하여 발 뻗고 눕게 하고 귀뚜라미를 찬미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주고 싶다 오늘 밤에는 귀뚜라미로 변신하여 가을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동네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봐.. 산행기/2011 산행기 2011.07.20